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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O Jun 14. 2021

주말 스케치

노감독의 추억

제임스 노, 나는 그를 노감독이라 부른다.


이번 주말 스케치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겠다. 노감독, 그는 나의 고향 친구이다. 공부를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은데, 신기하게 지금 미국에서 영화 공부를 하고 있다. 방학이라 미국에서 온 그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멋쟁이 친구의 패션은 변함이 없었다. 대부분 그렇듯 간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변함없고, 무덤덤했다.


사실은 그 친구가 자기가 아는 여자 친구들과 2대 2로 같이 놀자며 날 부른 것이다. 또 사실 그 친구에게 여러 번 속아서 별 기대 없이 만남의 장소로 갔다. 강남에 있는 '밤과 음악사이'란 곳에 갈 거란다. 밤음은 내가 알만한 노래가 쾅쾅 흘러나오는 주점+클럽이었는데, 아직도 그 시스템을 이해하기 어렵다. 시작부터 좋지 못했다. 우리는 예전의 불운을 답습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주말이라 술을 먹을 테이블을 찾기 어려워 한 20분 정도 있다가 나와 버렸다. 그리고 그냥 술이나 먹자며 근처 술집으로 이동. 소주 한 병이 비워질 무렵, 노감독의 친구가 불운의 서막을 알린다. 자기 친구가 일 때문에 못 올 수도 있단다. 그리고 자기도 오늘 밤새 놀기는 어렵단다. 띠로리~ 딩딩딩!!!! 그렇다. 난 또 그 망할 노감독에게 속은 것이었다. 하지만 출혈이 없었기에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노감독은 심한 내상을 입고 그로기 상태였다. 불쌍한 것..ㅋㅋ 1만 원짜리 종이 팔찌는 그의 팔목에 여전히 둘러져 있었다. 암튼 노감독의 친구를 보내고, 우리는 이제 단 둘이 남아 이 긴 밤을 어떻게 지새울지 깝깝해했다. 일단은 내가 사는 곳 근처로 이동하며 술을 더 마시기로 했다. 이동하는 지하철 안에서 노감독은 믿었던 자신의 친구가 그럴 줄 몰랐다며 신세한탄을 늘어놓았다. 재밌는 놈이다.ㅋㅋㅋ 헛헛한 마음을 안고 신림으로 이동한 우리는 어디로 갈지 탐색하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에 들어온, 노감독은 언제 그런 곳을 가보았는지 나에게 '블루 케첩'이란 새로운 개념의 주점을 또 알려준다. 일단 그전에 간단히 근처 개천에서 캔맥주를 마시면서 그간 안부를 서로 묻고 답했다. 30살, 미래, 결혼, 돈벌이, 여자, 친구들... 모 이런 시시껄렁한 이야기들이었다. 맥주를 다 비우고 다시 '블루케찹'으로 이동. 한 30분을 기다렸나. 돈은 없어도 오늘 밤 시간은 넘쳐흘렀다. 여기는 힙합 음악이 꽝꽝 울려 퍼지고 있었다. 쾅쾅 음악+술+헌팅이 가능한 공간이었다. 우리는 열심히 술을 대충 마시며, 주위를 살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찌질했던 거 같다. 하룻밤에 신개념 공간을 2번이나 체험한 난 음악에 취해, 청력을 거의 잃을 지경이어서 노감독이 하는 대로 놔두었다. 이 곳을 뜨기 전, 노감독은 한 테이블에 쪽지를 날리고, 이야기를 건네고, 결국 퇴짜를 맞고, 우리는 씁쓸하게 퇴장을 했다. 이렇게 놀았는데도 하늘은 여전히 어둡고, 마음은 헛헛했다. 나보다 노감독은 더 심해 보였다. 찜질방을 갈까 하다가,, 오늘 돈을 많이 쓴 노감독이 불쌍해, 이미 끝물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나이트에 가자는 제안을 했다. 노감독은 다시 판도라의 상자를 운운하며 헛된 희망을 놓지 못했다. 참 웃긴 넘이다.ㅋㅋ 근데 끝물임에도 불구하고 그랑프리나이트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이대로 가다간 기다리다 아침해를 맞이해야 할 것 같았다. 우리는 아쉬운 대로 옆에 일번지로 자리를 옮겼다. 중간에 삐끼 아저씨들이 그쪽은 나이 때가 안 맞는다는 조언을 해주었지만, 판도라 상자를 가진 우리에겐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구? 말하려고 하니 슬퍼진다. 그렇다. 우리는 몇 번의 부킹을 하고 몇 번의 댄스타임을 갖고 과감히 판도라의 상자를 버렸다. 나이트를 나오니 날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우리는 이제 고갈된 체력과 의욕상실 상태로 지하철 첫 차를 기다렸다. 그리고 아무 데나 앉아서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옆에서 술 취한 아재와 혈기왕성한 이십대로 보이는 애들이 갑자기 싸우는 것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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