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패숀…
퇴근길에 간간히 들리는 닭꼬치 숯불구이 노점이 있다. 보통의 노점상들과는 다르게 주인 할저씨의 표정은 늘상 싱글벙글이다. 그래서 오가는 길에 눈여겨보면서 관찰을 했다. 닭꼬치를 사 먹는 사람들이 꽤 있고, 심지어 기다리면서 먹기도 했다.
닭꼬치가 거기서 거기겠거니 하고 별 기대 없이 사 먹었는데... 맛이 보통이 아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니 정성 들여 구운 티가 났다. 닭꼬치 마스터는 내 표정을 살피면서 맛이 어떠냐고 묻는다. 물음 속에는 이미 내 대답은 필요 없는 듯이 '거봐 맛있지?' 하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맛있다는 내 확답을 받고는 블로그에도 소개되는 맛집이라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예전 같으면 닭꼬치 하나로 되게 자랑한다고 속으로 씹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은 '생활의 달인'을 보며 감탄하고, '서민 갑부'를 보면 존경심이 생긴다. 왜냐하면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며, 그에 걸맞은 성취를 이룬다. 닭꼬치 하나도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그 할저씨가 닭꼬치를 구울 땐 초집중하며 꽤 오랜 시간 공을 들인다. 그 행동이나 분위기가 마치 장인을 보는 듯하다. 너무 진지해서 웃음이 날 지경인데도 그 할저씨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묵묵히 숯불과 닭꼬치와 싸울 뿐이다.
그들에게 있는 자부심이 나에게는 없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적립해둔 자존감은 서서히 소멸되는 중이다. 여기서 어떻게든 탈출을 시도하려고 한다. 탈출 도구는 '주경야독'이다. 이 회사, 신규 사업부에 소속되어 2년 8개월 동안 일을 하고 있다. 그동안 4~5번으로 조직개편이 있었다. 거의 6개월에 한 번씩 우리 팀은 조정을 당했고, 점점 잉여팀으로 전락했다. 이젠 팀장이 퇴사하고 공중분해되기 직전이다.
그렇다. 핑계를 대려고 한다.
그렇다. 불평하려고 한다.
그렇다, 해결되는 건 없다는 것도 안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내가 택한 것이라고 인정한다. 졸업 후, 아님 어쩌면 그전부터 예견된 상황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더 이상 징징대지 말고, 작은 사소한 일부터 제대로 열심히 묵묵히 해 나가야 한다는 것도 안다. 알기만 하면 소용없다. 행동이다. 행동!! 행동이 답이다.
Where is your pride? 너의 자부심은 어디 있니?? 어디 갔어??
My passion.... 마이 패숀.... 보여주고 싶은데 흑흑... 못 보여줘서... 흑흑...
마스터세프 코리아에 나왔던 참가자가 떠오른다. 실력은 아직 멀었는데 의욕만 앞선다. 아직 때가 아닌 걸... 운다고 없던 자부심이 생기나..
그러지 말고 Just Do It... 제발 좀 시작하고, 해 보고 또 해 보고 계속하라는 것이다. 손가락 방향은 언제나 나를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