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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O Jul 21. 2021

백수의 나날

백수의 노래

또 아침이 밝았다. 오늘부로 백수 24일 차다.

배경음악으로 한대수의 <하루아침>이 흘러나온다.


한대수 님이 이 노래를 처음 불렀던 때도, 백수의 기상시간은 아침 11시 반이었나 보다... 누가 정해 놓은 건 아니지만, 보통 새벽 4시 전에 잠이 들면, 11시 반쯤에 살며시 눈이 떠진다. 아마도 배가 고파서겠지. 하여간 아무리 늦게 자도 왠지 12시 전에는 일어나야 태양에 대한 예의일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젯밤부터 지금 아침까지 깨어 있는, 난 오늘 예의가 지나치다 못해 흘러넘치고 있다. 술이건, 시건, 뭐건 취해 있으라고 했던가. 그렇다. 뭐든 간에,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으면 정신은 언제나 육체를 넘어선다.

 

요즘 나의 나날은 대충 이렇다. 규칙적인 불규칙..

퇴사  2주간, 혼자만의 봄을 즐기며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고향집에도 다녀오고, 넉넉한 시간을 즐기며 텅빈 영화관에서 같은 영화를   연속으로 보기도 하고, 나름 문화생활도 즐기면서, 정신없이 빈둥거렸다. 그러면  비워질까 했는데,  그렇지만도 않다.


그리고 일주일간은 뭐 했나 모르겠다. 증발된 것처럼 기억이 없다. 아차차!! 중요한 실업급여인정을 받았구나! 이제 난 공식적으로 국가도 인정해 준 백수가 된 것이다.

 

연인들이 헤어지면 처음에는 실감이 안 나다가, 나중에 가서야 헤어진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지금 문득 이런 묘한 기분이 든다.

 

그건 그렇고,,

 

최근에 지난날의 기록을 들춰보자니, 지난 5년간 일기의 내용이 99%로는 불확실한 진로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리고 간간히 소스로 사회생활의 쓴 맛, 연애의 달콤한 맛 정도로 버무려져 있다.


졸업 후 직장도 여러 번 바꾸고, 직업도 여러 번 바꿨다. 내가 생각해도 끈기 있게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많이 방황했다. 5년 동안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먹고살 궁리를 한 셈이다. 이쯤 되면 뭐라도 나와줘야 이야기가 되는 건데, 아직도 불확실이다. 하지만 그 불확실이 5년 전에 느꼈던 것보다는 덜 두려워진 거 같다.

 

지난날의 다이어리를 꺼내보니, 이런 메모가 있었다. <지금 돌아가는 길이 나중에 가서는 가장 빠른 길임을 알 것이다.>

 

그 소설가 선배의 말을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난 지금 최상의 속도로 내 삶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아직도 대수 형님의 노래가 흘러나오려나.

한대수 이 양반 참 양호하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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