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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O Sep 28. 2021

카페 풍경

아내에게도 나에게도 개인 시간은 필요해.

아내와 계속 같이 집에 있으니 아내도 힘들어하는 것 같고, 나도 예민해지는 것 같다. 아내는 “10월까지 집에만 있을 거냐고?” 물었다. 지금은 괜찮은데 10월까지라고 생각하니 적잖이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동네에 새로운 카페가 생겼다. 기분전환 겸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카페에 왔다. 아내도 지금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할 것이다.​


카페는 오픈한 지 얼마 안 됐는지 새 차 냄새처럼 새 건물 냄새가 났다. 아직 내부 인테리어 냄새가 완전히 빠지지 않았다. 카페 유리창 너머 4차선 도로가 있고, 길 건너엔 아파트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바람이 불고 길가엔 벚꽃나무가 바람에 흔들거린다.​


카페엔 낮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대부분 30-50대로 보이는 여자들이 수다를 떨고 있었고, 간간히 20대로 보이는 커플들이 데이트를 하고 있었고, 그 외 나 같이 혼자만의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는 몇몇 고독인들이 있었다.​


아줌마로 보이는 무리들은 정신없이 떠들었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카페에 있는 카메라 소품을 가지고 사진 찍는 흉내를 내며 중년 특유의 개그를 치며 즐거워했다. 또 다른 아줌마 무리는 학교 얘기며, 수영장 정보, 개인 PT 가격을 공유하며 그들만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너무 시끄러워서 자리를 피해 인테리어 냄새가 진동하는 후미진 곳에 갔다. 소나기 피해 갔더니 이젠 천둥 벼락이 기다리고 있었다. 중년부부로 보이는 그들은 언성을 높이며 말다툼을 하기 시작했다. 대충 들어보니 남자가 뭔가를 잘못했는데 여자는 화가 안 풀려 계속 남자를 잡는 상황이었다. 남자도 잘못을 인정하고 오해를 풀려고 하는데 여자가 안 받아주고 계속 화를 내자 공격적인 태도로 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남자의 태도에 여자는 더 열 받아서 갑자기 테이블을 치며 “주변 지인들을 다 불러서 확인하자”며 화를 냈다.  


여자가 화를 낼 땐, 당장은 억울하고 내 말이 맞아도 태풍이 지나가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여자의 화가 지나가길 가만히 기다려야 한다. 여자의 메커니즘은 잘 모르겠지만 경험상 여자가 화를 낼 때 논리적으로 반박해 봐야 이득이 없다. 속이야 어떻든 간에 겉으론 감정을 받아주는 게 우선이다. 말도 안 되는 분풀이를 좀 오래 한다고 해도 절대로 감정적으로 휘말려선 안 된다. 속으로 ‘조금만 더 참으면 된다’고 되뇌며 자기 암시를 하다 보면, 분노는 곧 사그라들 것이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은 “부부싸움을 가장 빨리 끝내는 법”이다. ​


글을 쓰다 보니 저녁 준비하러 집에 갈 시간이구나! 카페에 오니 기분전환이 됐다. 가끔씩 나를 위해, 아내를 위해 카페에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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