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물약!
듀니가 금요일 저녁부터 열이 났다. 해열제를 먹이고 잤는데 새벽이 되자 열이 39도까지 올라 다시 해열제를 먹이고 물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밤새 아내와 나는 교대로 듀니 간호를 했다. 아이 체온을 체크하며 수건을 적시기 위해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며, 한 손엔 물수건을 쥐고 자다 깨다를 반복 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도 듀니 열이 조금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평소와 같이 잘 놀긴 하는데 몸은 여전히 따뜻했다. 병원에 전화를 해 “열이 나도 진료를 볼 수 있냐”라고 물으니 “이젠 열 상관없이 진료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코로나 때문에 일정 체온 이상이면 진료를 거부하는 줄 알았는데 다행이었다. 아침을 챙겨 먹고 우리는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환절기를 맞아 소아과는 아이들로 붐볐다. 도떼기시장이라는 말이 딱 맞았다. 통제불능의 아이들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부모들은 회유, 협박, 공포, 불안 등등 각자의 방법으로 아이들과 말씨름을 하고 있었다. “너 그러다가 어른 발에 걷어차여 봐야 정신 차리지!”라는 협박을 마지막으로 정신이 혼미해질 때쯤, 60대로 보이는 할저씨가 QR+체온 체크를 무시하고 병원 안으로 막무가내로 들어오는데 본인은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는데 왜 체크를 해야 하냐며 병원 관계자와 실랑이를 벌였다. 그러곤 맞은편 의자를 보는데, 어디선가 사온 호두과자를 부자가 마스크를 내리고 사이좋게 나누어 먹고 있었다. 심지어 우리에게 권하기까지 했다. 겉으론 웃으며 “괜찮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답했지만 속으론 ‘이제 그만! 그만!’ 이 현실을 어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아내와 듀니와 나는 벤치의자에 나란히 앉아 차례가 오기만을 학수고대했다. 기다리고 기다려서 드디어! 진료실에 들어섰다. 의사는 청진기로 진찰을 하고 듀니 입을 벌려 안을 보자마자 과장스럽게 “아기가 말도 못 하게 부었네. 엄청 힘들었겠네”라고 말했다. 난 속으론 ‘집에선 잘 놀았는데 이상하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어서 “편도가 알사탕처럼 오돌토돌하게 부었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난 또 ‘알사탕처럼 볼록 튀어놔왔다는 건지, 알사탕을 입속에서 녹여먹으면 작은 땅콩 알갱이가 나와 조금 오돌토돌한 그 촉감을 얘기하는지’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의사가 “어디 다녀왔냐”라고 묻는데 집에만 있었다고 하니 의아해하며 집에서도 양질의 휴식을 못 취할 수 있다고 열심히 설명했다. 정확히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편도염이라는 것은 확실히 알았다. 마지막으로 의사는 흰 죽, 보리차 정도만 먹이라고 당부하며 이틀 치 약 처방을 해주고, 약을 다 먹고 다시 병원에 오라고 했다. 약국에 들러 약을 타서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 토요일 하루 동안 약을 먹이니 다행히 듀니 체온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번 약은 조금 더 쓴맛이 강한지 듀니는 격렬히 약을 거부했다. 작은 물약병에 담아 주는데 당최 먹으려고 하질 않아서 강제로 입안에 물약을 조금씩 여러 번 짜넣고 물을 마시게 해서 겨우 먹였다.
또다시 약 먹을 시간이 되어 아내는 약병에 약을 준비했다. 듀니와 난 거실에서 뽀로로 음악이 나오는 티비를 보고 있었다. 아내가 약병을 들고 거실로 오니 듀니는 갑자기 내 옆으로 와서 나를 방패막이 삼을 준비를 했다. 아내가 약병을 듀니 눈앞에 들이밀어도 듀니는 아무것도 안 보인다는 듯이 음악에 맞춰 고개를 흔들며 티비 화면만 응시하며 눈앞의 약병을 못 본 척한다. 마치 눈앞에 약병이 안 보인다는 듯이 제법 연기를 한다. 그리곤 내 뒤로 숨더니 아예 약병을 외면해 버린다. 자기 눈에 안 보이면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 이것이 바로 인간의 회피 본능인가! 듀니는 끝까지 피해보려 했지만, 또 격렬히 저항하였으나 결국 물약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