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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den Nov 10. 2022

생존 신고

[공유] 2달째 글을 못쓰는 심정 관련

인터넷을 항해하던 중(어쩌면 표류하던 중) 간혹 맘에 드는 글을 만날 때가 있다. 참 기분 좋은 순간이지만 이내 아쉬워질 때도 많다. 맘에 들어서 그 사람의 다른 글을 보려고 하는데 이런 문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작가의 최근 글 (3년 7개월 전)

멀리서 사막의 오아시스를 발견했지만, 막상 다가가 보니 말라버린 나무 몇 그루만 남아있는 기분이다. 사실 블로그나 브런치에는 이런 폐업한 오아시스들이 상당히 많다. 내 브런치가 누군가에게 작은 오아시스나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폐업에 관련해서 나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에는 브런치에서 폐업주의 알람을 여러 번 받기도 했다.

 

초심을 잃으셨나요 작가님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빴다. 뭐 그렇다고 그 바쁨이 일하다가 밥 먹고 바로 자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일하다 밥 먹고 자기 전에 유튜브 정도만 볼 수 있는 바쁨이었다. 평일에는 하루도 약속을 잡기 힘들었고, 잡고 싶지도 않았다. 피곤해서 운동도 포기했다. 직장인이라면 다 아는 그 기분. 퇴근하면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딱 그 기분이 드는 날이 너무 많았다. 그간 워라밸이 좋았던 날이 많았나? 또 나의 짧은 통근 시간이 방파제가 되어 이런 기분을 차단해버렸던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이렇게 지내다 보니 얼굴 보자는 약속은 전부 다 거절하고 마음의 채무만 늘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생각은 너무 많았다. 비슷한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물어서 회오리를 만들었다. 나는 회오리 속에 갇혀 버렸다. 이렇게 말이다. 

하, 요즘 왜 이렇게 바쁘지? 짜증나. 에휴 그래도 해야지. 요즘 해야 될 게 많긴 하지만 이 회사만 하더라도 나보다 바쁜 사람이 수백 명은 있을텐데. 그니까 힘든 티 내는 건 좀 참아야겠지? 그런데 요즘 선배들이 나보면 얼굴빛이 안 좋다고 하는데 너무 티를 냈나? 팀장님도 알 것 같은데. 아니 근데 별거 안 하고도 힘든 척해야 오히려 인정받는 거 아닌가? 1시간만 야근해도 징징대는 사람도 있는데. 아니야 이제 나도 그래도 책임감 있게 해야 하니까 좀 견뎌보자. 아 씨발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는데? 야근은 야근인데, 일할 때마다 사람을 왜 이렇게 빡치게 하지? 왜 일을 이딴 식으로 시키냐(후) 그래 10월 말까지만 힘내보자. 하나만 넘기면 11월에 하는 건은 이거보다는 간단하니까. 아 이제 끝났으니까 내일은 괜찮겠지? 아 하나 끝났더니 또 새로운게 생기네. 좆같다 진짜. 그래도 11월 중순 정도 되면 괜찮겠지? 그래 좀만 버티자.

대충 이런 식었다. 이렇게 여기까지 왔고 달력을 보니 11월 10일이었다. 웃기려고 적은 것도 맞는데 예능은 아니고 다큐였다. 그래도 월급날은 가까워지고 있어서 다행이다.


바쁜 와중에 재밌는 생각들도 있었다. 먼저 더 깊이 생각해서 글로 쓰고 싶은 소재들이 꽤 있었다. 물론 '바쁨성 기억상실증'에 걸려서 많이 까먹었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단조롭다고 느껴지는 나의 일에 가치를 느끼는 방법'이나 하나의 밈이 되었지만 그래도 멋진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같은 것들이었다. (이것들은 조만간 글로 써보고 싶다) 또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이 차트 1위를 하고 내가 4월에 구매한 윤하의 앨범이 품절되는 사태를 바라보는 뿌듯함도 있었다. 그 외에도 뭔가 떠올리고 싶지만 정말 기억이 안 난다.

당근마켓 기준 앨범 투자수익률 100% 넘을 듯


아무튼 그래서 오늘 갑자기 이런 쓸 때 없는 글을 왜 썼냐고 묻는다면, 그냥 생존 신고를 하고 싶었다. 조금씩 숨통이 트이고 있던 와중에 다음 글은 언제 올라오냐고 물어본 친구의 연락이 기분 좋았다. 그냥 그래서 그랬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그냥'으로 대신하고 싶다.


그래서 그냥 힘 좀 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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