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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봉주 변호사 May 27. 2022

영화 <정직한 후보> 리뷰

줄거리와 리뷰

* 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줄거리와 리뷰


가. 정직한 후보라는 제목은 영화 속에서 3선 현역의원으로 4선에 도전하는 주인공 ‘주상숙’ 국회의원의 선거 캐치프레이즈다. 이 캐치프레이즈가 의미 있는 이유는 주상숙은 거짓말을 능숙하게 하는 정치인인데, 할머니의 걱정 어린 저주를 받고 거짓말을 일절 못하게 되었다는 설정이 영화의 주요 줄거리이기 때문이다. 솔직하지 못한 정치인이 많은 현실을 풍자하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나. 영화 줄거리는, 현재 3선 국회의원 주상숙이 4선에 도전하기 위해 선거운동기간 동안 벌어지는 일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주상숙은 본인 표현을 빌리면 ‘3선의 품격’ 답게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거짓말도 불사하는 캐릭터다. 정치판의 탁한 생리에 물들어서 썩은 정치인이 된 주상숙이 못마땅한 할머니 김옥희가 손녀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으로 주상숙이 다시 예전처럼 착하게 돌아와 달라고, 더 이상 거짓말을 못하게 해달라고 물을 떠다 놓고 빌었는데, 그 기도발이 너무 잘 들어서 주상숙이 거짓말은 전혀 못하는 사람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주상숙은 자신이 거짓말을 전혀 못하고 마음속 생각을 그대로 내뱉는 사람으로 변한 것을 모르고 선거운동을 위해 방송에 출연했다가 말실수를 하고, 자서전 출판기념회에서 대필 작가가 쓴 것이라는 고백을 해버리고, 지역구 주민들 앞에서 내 공약은 실현 가능성 없다고 말하는 등 정치 생명이 끝날 수 있는 폭탄급 사고를 계속 친다.


영화의 재미는 정치인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하면 안 되는 말을 하거나 행동을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말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데서 생겨난다. 우리가 이 영화를 보면서 폭소하는 이유는, 진실되지 못한 우리의 현실 정치와 선거에 대한 암묵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는 처음부터 쉴 새 없이 재밌다. 웃긴 장면과 대사를 실감 나게 잘 살린 배우의 연기력 덕분에 손발 오글거리지 않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다. 주상숙이 처음부터 썩은 정치인은 아니었다. 할머니는 힘겹게 번 돈을 사회에 모두 환원했는데 그 후 암에 걸린 할머니가 보험사의 꼼수 약관 때문에 보험금을 타지 못하게 되자, 주상숙은 거대 보험사를 상대로 1인 시위를 했고 모두가 질 거라고 예상했던 싸움에서 승리한 주상숙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정치인이 된 것이다. 첫 선거에서 할머니가 선거일 직전에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쪽지를 쓰고 사라지자 할머니가 사망한 것으로 오인한 주상숙은 할머니 장례를 치르게 되고, 주상숙한테 동정표가 몰리면서 당선되는데 그 후로 할머니는 법적으로 죽은 사람이 된 것이다. 그래서 할머니는 산속 깊은 암자에 살면서 손녀를 위해 세상 밖에 못 나오는 상황이지만 손녀 주상숙이 초심을 잃고 욕심에 눈먼 정치인이 되자 할머니는 안타까운 마음에 손녀를 위해 더 이상 거짓말을 안 하는 초심으로 돌아가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한 것이 이 사달을 낸 것이다.



라. 영화는 현실 정치에서 접하는 선거운동 종류와 정치인들한테 생기는 불미스러운 이슈들을 골고루 보여준다. 방송 출연, 자서전 출판기념회, 의정보고회, 재산신고 의혹, 장학재단 횡령 의혹, 장학재단 피해자의 1인 시위, 정치인들 간 서로 봐주기, 군입대 회피 의혹 원정출산 등을 모두 다루는 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다. 달리 말하면 영화가 언급하는 이슈들은 우리가 현실에서 정치인을 불신하는 내용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딱 보기에 재미없어 보이는 이런 내용을 유쾌하면서도 그다지 억지스럽지 않게 풀어낸 것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마.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점을 꼽자면, 여성 정치인을 내세우면서 백수 남편이 내조하는 설정인데, 만약 주인공을 남성 정치인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 영화적 재미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백수 남편과 잘 나가는 아내의 대조가 주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설정이 잘 나가는 남편과 내조하는 아내 설정보다 더 재밌는 것은 현실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여성 정치인이 남성 정치인보다는 덜 타락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편견도 재미를 보태는 부분이다.



바. 영화는 2편이 나올 것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주상숙은 장학재단 비리 사건을 계기로 달라진다. 할머니 이름을 딴 옥희재단에서 설립한 대학교가 돈이 없어서 공부할 기회를 가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설립 취지와 달리 돈 많은 자녀들의 기부금 입학을 통해 받은 기부금을 당대표이자 옥희재산 실세가 횡령하는 사건이 터지면서, 주상숙은 횡령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진실을 알려고조차 하지 않은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고, 선거에서 사퇴한다. 그리고 여의도 정치인들의 비리를 폭로하면서 자폭을 선택한 주상숙은 그에 대한 죗값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주상숙의 슬기로운 감빵일기’라는 책을 쓰면서 복귀를 예고한다. 영화는 주상숙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2년 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면서 끝난다.



사. 일단 영화는 정말 재미있다. 물론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신파적이고, 앞에서 말한 장점은 바꿔 말하면 너무 많은 이야기를 건드려서 매듭이 잘 안 지어지는 단점이 있긴 하다. 하지만 주연배우들의 연기가 서로 궁합이 잘 맞고 오글거리는 유머도 덜하다. 국회의원과 보좌관 사이의 신뢰도 인상 깊었다. 현실에서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남는다. 아마 보좌관한테 약점이 잡힌 국회의원의 모습이 정확한 현실이 아닐까. 2편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2편도 기대된다. 1편에서 보여주지 못한 현실 정치에 대한 뼈 때리는 유머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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