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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봉주 변호사 Jun 12. 2022

영화 <다크 워터스> 리뷰 (2)

영화 줄거리와 리뷰 (2) 

* 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영화 줄거리 이어서


마. 이 영화는 변호사로서 롭이 환경오염 가해 회사와 피해자 사이에서 해결을 시도하는 방식을 단계별로 보여주는데, 무슨 말이냐면, 단계별로 진행되는 해결 방식은 드러난 진실의 양과 피해자가 아닌 제3자들이 가진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의 깊이에 비례한다고 느꼈다. 


C8이 가진 독성에 대해서 진실이 드러났고 듀폰도 이미 그 사실을 알면서도 노동자들을 계속 C8에 노출시켰으며 심지어 이 독성 물질을 계곡에 방류하고 땅에 묻었다는 것이 객관적 증거에 의해서 밝혀졌다. 그리고 듀폰이 C8을 방류한 계곡과 땅에 뭍은 매립지 근처의 농장주였던 윌버 테넌트의 소 190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일이 발생했다. 여기까지는 양측이 모두 인정하는 내용이다. 그래서 롭은 윌버한테 소 190마리 죽음에 대하여 듀폰으로부터 피해배상을 받는 내용의 합의를 할 것을 권한다. 그러나 윌버는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듀폰을 감옥에 처넣는 것이라면서 화를 낸다. 그러자 롭이 이것은 형사가 아니라 민사소송이므로 손해배상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그리고 C8이 소의 죽음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법원에서 입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그것을 입증해줄 과학자들은 모두 화학 회사에 고용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일깨워준다. 이것이 미국의 현실이고 우리나라의 현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 드러난 진실의 양은 C8이 독성물질이라는 점이고,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정도도 이 건을 개별 피해건으로 치부해서 눈으로 드러난 피해를 입은 윌버 테넌트만 피해자로 한정하여 진행된 해결 방식인 것이다. 윌버는 듀폰과 합의를 한다. 



바. 그나마 롭은 윌버의 울분을 이해라도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롭은 환경보호국, 법무부, 보건복지부에 공중보건에 닥친 긴급한 위험이라는 제목으로 이 사건을 알리면서 자료를 보내 버린다. 이에 대해 듀폰은 회사 기밀자료를 유출했다면서 반발하지만 롭은 기밀이 아니라 내부자료라면서 둘은 구별된다고 항변한다. 환경보호국은 이 건으로 화학 회사들을 상대로 공청회를 개최하고 롭은 여기에서 증언을 한다. 롭은 웨스트버지니아주의 듀퐁 공장이 있던 파커즈버그의 체육교사인 조 카이거를 7만 명의 지역 주민을 대표하는 원고 집단으로 하여 듀폰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고, 소송 중에 환경보호국은 듀폰이 C8이 건강에 유해하단 사실을 은폐했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듀폰에 1,650만 달러 벌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듀폰이 테프론으로 벌어들이는 수익만 매년 10억 달러라고 알려주면서, 당국이 벌금을 부과해봤자 거대 회사한테는 규제로서의 실효성이 전혀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양측은 중재를 하게 되고, 중재안의 핵심은 의료 관찰에 대한 내용으로, 양측과 무관한 과학자 3명이 포함된 독립적인 연구집단을 구성해서 원고 집단과 C8사이의 과학적 연관성을 조사하는 방식에 합의를 한다. 조사 결과 원고 집단과 C8사이의 과학적 연관성이 드러나면 질병을 영구적으로 관찰하고 듀폰은 최대 2억 3500만 달러까지 비용을 부담하며, 원고들은 듀폰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적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으면 여기서 이 사건은 종료하고 질병에 대한 관찰은 하지 않는다. 



사. 원고 측 변호사단, 즉 롭은 조사 결과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주민들한테 혈액 채취 등의 건강검진을 받으면 인당 400달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검진 참여를 높이는데 최종 69000명이 건강검진에 응했다. 처음에 롭측의 변호사들은 기뻐하지만 이것은 양날의 검이 되는데, 굉장히 방대한 양의 조사를 진행하다 보니 조사 결과가 계속 늦어지는 것이었다. 그 사이에 피해자들은 사망하거나 망했고 처음에 롭을 응원했던 주민들은 롭을 비난하며, 로펌 내부에서도 롭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면서 롭한테는 사건이 들어오지 않아 임금 삭감을 당하고, 가정에서도 아내의 원망이 커지고 아이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진다. 결국 롭은 스트레스로 뇌졸중 비슷한 증상을 겪으면서 병원에 입원까지 한다. 정말 총체적 어려움이 닥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연구집단의 결과는 무려 7년 후에 나왔다. 그 사이에 경과보고서 같은 게 없는지 아무리 문의를 해도 조사 분량이 방대해서 지금은 연구가 진행 중이라는 앵무새 같은 대답만 반복해서 들을 수밖에 없었다. 


7년이 걸려서 나온 연구집단의 결과는 C8 물질과 피해자들 사이에 과학적 연관성이 있고, 6개의 암을 유발한다고 내용이었다. 피해자들 중 상당수가 이미 6개 암 중 하나 이상을 앓고 있고 앞으로 피해자들은 더 나올 것이라는 내용으로, 피해 규모에 대해서는 충격적인 결과였지만 롭한테는 드디어 바라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아. 이제 연구집단의 결과가 과학적 연관성이 있다는 내용이니까 드디어 해피엔딩일까? 이렇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듀폰이 합의 전부를 철회한 것이다. 연구집단에 의한 연구는 양측이 합의한 중재안의 내용이다. 양측과 무관한 3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독립적인 연구집단에 의해 피해지역 주민들과 C8의 연관성을 조사해서 과학적 연관성이 있다는 결과, 즉 듀폰한테 책임이 있다는 내용이면 듀폰이 최대 2억 2500만 달러까지 비용을 부담한다는 내용이 합의 내용이었는데 듀폰이 합의를 철회한 것이다. 그러면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면 되는데 뭐가 문제냐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가장 중요한 증거인 과학적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니까 승소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소송이란 정말 기나긴 싸움이고 증거가 있어도 쉬운 방법이 아니다. 


그래서 소송 전 합의가 중요하고 변호사라면 소송 전이든 소송 중이든 합의로 종결될 가능성이 있다면 합의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합의도 하나의 옵션으로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변호사의 직업윤리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합의금이 소송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배상금보다 적을 수 있지만 합의와 소송을 단지 금액만 비교해서 합의금이 적으니까 손해고 불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일면만 본 것이다. 소송으로 가면 먼저 소송비용이 발생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며, 소송 결과도 보장할 수 없다. 연구집단의 결과가 있어도 소송 결과 100% 승소라는 것은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 영화에서도 롭은 듀폰이 합의를 철회했다는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해하면서 괴로워한다. 소송으로 가면 피해자들이 지쳐서 나가떨어질 것이고 한시라도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하는 피해자들이 합의금을 받지 못해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할 수도 있다. 롭은 피해자들이 지쳐서 나가떨어지게 하려는 듀폰의 수작이라고 비난하면서 거대 회사를 상대로 아무리 싸워도 결코 거대 회사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괴로워한다. 거대 회사를 상대로 아무리 싸워도 이길 수 없다는 시그널은 향후 피해자들이 소송까지 제기하는데 엄청난 심리적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사. 듀폰의 합의 철회로 피해자들은 듀폰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한다. 그게 영화에서 2015년이라고 나온다. 피해자들이 제기한 원고 집단의 규모는 3535개의 청구다. 앞에서 연구집단의 연구에 참여한 피해자들 규모가 69000명이라고 나왔다. 즉, 역시 절반 정도의 피해자들은 소송을 포기한 것을 알 수 있다. 듀폰이 합의를 철회하고 소송으로 가는 전략의 목적 중 하나인 것이다. 첫 배심재판에서 롭은 160만 달러의 보상금을 받아냈고, 두 번째 재판에선 560만 달러를, 세 번째 재판에선 1,250만 달러는 받아낸다. 결국 듀폰은 패배를 인정하고 3,535건 전부에 대해 6억 7천7십만 달러를 배상했다고 나온다. 듀폰 입장에서는 중재에서 합의한 내용이 최대 2억 3500만 달러 비용 부담이었는데, 합의를 철회하고 소송으로 가면서 배상금이 커진 것이다. 즉, 소송은 유리하다는 전략 하에 소송을 선택해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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