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m 35mm, 제주도와 본태박물관 앤드 모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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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봉수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연휴가 끝나고 바쁜 회사생활을 보냈습니다. 사무실에 복귀를 하자마자 어딘가에 숨겨져 있었던 것처럼 한꺼번에 일이 쏟아졌습니다. 항상 이랬던 같습니다.


그래서 휴일이 끝나는 다음 날은 무언가 그리고 누군가 숨겨놓았던 일이 갑작스레 몰려올까 봐, 두려운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어느덧 금요일이 찾아왔고 또 이렇게 한가로운 주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런 기다림에 평일을 버티나도 싶은데 어찌 됐든 월요일이 지나야 주말이 오듯, 그렇게 일상은 흘러갑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잔잔하게 흘러가는 하루도 좋지만 때로는 긴박하게 움직이는 하루도 여전히 좋습니다. 기다림의 미학 일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가로운 주말을 기다리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뭐든.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다림에, 사진과 함께 글을 쓰는 시간이 낭만적으로 느껴집니다. 아직 금요일의 근무는 남았지만 어찌 됐든 기다리던 한가로운 순간을 맞이했으니까요.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서도 흔들리는 지하철, 오늘의 낭만이 천천히 다가오듯 기분 좋은 하루가 되기를 바라면서 글을 씁니다.



[제주도 ; Jejudo] Minolta + Agfa 35mm negative film


[a. 밀려오는 파도와 내려가는 야자수, 잎사귀의 한 면에 빛이 가득 담기는 순간 셔터를 눌렀습니다. 아그파 (Agfa)필름에 그 입자들이 얼마나 잘 담겨있을까? 굉장히 궁금했던 순간이기도 합니다.]

[b. 휴양지를 가거나 하면 거의 중독 수준으로 찍게 되는 야자수 (Palm tree), 나무 자체가 좋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야자수가 있는 곳은 넓은 바다가 있는 휴양지일 거라는 생각에 그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c.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 "본태박물관 (Bonte museum)", 노출 콘크리트를 주로 사용하는 건축가 안도 타다오 (Ando Tadao)의 감성이 묻어나는 그런 공간입니다. 자연과도 잘 어울려서 그런지 정말 좋습니다. 전시 관람 자체를 떠나 이 공간을 온전하게 경험한다는 것 자체에도 그 느낌이 있습니다.]

[d. 본태박물관 앞마당에 있는 조형물. 뭔가를 바라보는 것 같은 그 시선을 따라가면 바다가 나타납니다. 파도가 부서지는 그 소리가 들리진 않겠지만 그래도 바다가 보이는 그 시선에는 자연스럽게 눈이 갑니다.]

[e. 본태박물관과 뮤지엄 산 (Museum San)을 설계한 안도 타다오를 알고 나서, 도쿄에 있는 뮤지엄에도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만큼 이는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노출 콘크리트라는 소재도 그렇지만 공간을 건축물과 자연경관으로 이원화하여 차이를 두는 것 같으면서도 또 다른 모습으로는 일원화하여 하나로 담아내는 그런 느낌이 참 좋습니다.]

[f. 자연과의 일원화와 이원화를 잘 표현하는 사진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콘크리트를 직접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인공의 건축물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지만 또 위로는 공간을 열어 자연과 하나를 만들어내는 그런 감성입니다.]

[g.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사진으로 노출 콘크리트와 나무 소재의 어울림 그리고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조합이 꽤 좋았습니다. 필름 카메라의 조리개를 조절하면서 상상했던 이미지가 어느 정도 알맞게 구현되었다는 점에 나름 그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제주도본태박물관 주인공으로 필름 사진이지만, 제목에는 "모던 (Modern)" 같이 적었습니다.


사진의 내용으로 봐서는 "자연 (Nature)" 혹은 "색감 (Color)" 어울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모던" 적은 이유에는 [단순함] [간결성]이라는 의미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가지의 특징은 기존의 양식을 벗어나, 현대의 차가움과 감정이 없는 무채색을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저만의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본태박물관을 보면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자연의 한가운데 있지만 전혀 다른 소재와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것이 아무래도 "심플하다"라는 인상을 줍니다. 하지만 안에 나뉜 공간들 속에서 산책을 하다 보면 자연과도 어울리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추럴하게.

[h. 이렇게 나뉜 공간에는 여기저기 자연이 존재합니다. 무심코 툭 던진 공간에 자연을 넣어두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그리고 의도하지 않은 것처럼 그 안에는 초록의 무성함을 담아두었습니다.]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모던"이라는 [단순함] [간결성] 오히려 본연의 가치를 표현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컴의 면도날' 같이 이것저것 복잡한 조건들은 전부 내려놓고 본질만을 최우선적으로 고려를 하는 그런 방식입니다. 노출 콘크리트도 그리고 공간을 이원화한 것에도 자연을 함께 담아내려는 이런 심플함이 근간이 되는 같습니다.


인생을 논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리지만, 우리의 삶이라는 것도 이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위를 둘러싼 환경에 그리고 수많은 변수에 흔들리지 말고 나만의 본질을 찾아 최적의 방식으로 세상에 표현을 하는 .


인생에도 그런 심플함이 있을지는 아직은 모르겠지만 ”저만의 그리고 나름의 모던함”을 찾아내기를 바라며 오늘도 이렇게 한가로운 주말을 기다립니다.


#필름의정리 #Film35mm제주도와본태박물관또는모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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