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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양지를 좋아하게 된 시간, 필리핀의 보라카이 그리고 리얼커피 (Real Coffee)"
보라카이의 필름을 찬찬히 보고 있으면, 떠오르는 색감이 하나 있습니다. 제목의 사진과 같이 보라색입니다. 그래서 첫 줄도 나름의 센스를 담아 바이올렛으로 적어봤습니다.
담백하게 적고 싶다고 1초 전에 생각을 했는데, 필름을 꺼내어 보다 보면 그날의 실감들이 파도처럼 밀려와 이를 담아내고 싶은 마음이 한없이 커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써 내려가는 단어와 문장에도 그리고 그 색감에도 저만의 기억이 조금은 적절하게 투영되기를 바랍니다.
아무쪼록 제가 가진 기억의 단편들이 35mm 필름 사진을 통해,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도 하나의 색감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그게 어떠한 형태로 혹은 어떻게 남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날 문득 '보라색'을 보았을 때, 이 사진들이 잔잔하게 떠오른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좋을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저에게 있어서는요. 그만큼, 그런 마음으로요.
[보라카이 ; Boracay Island] Minolta + Fuji and Kodak plus 35mm negative film
[a. 보라카이 (Boracay)까지 가는 여정은 정말 힘듭니다. 저녁 비행기를 타고 공항으로, 다시 공항에서 선착장으로 그리고 선착장에서 보라카이 섬으로 가는 그 길은 피곤함의 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피로감은 아침에 맞이한 사보이 호텔 (Savoy Hotel)의 풍경 앞에 사라집니다.]
[b. 호텔 근처에 있는 바다였는데, 대표적인 관광지인 화이트 비치 (White Beach)의 북적거림과는 달리 한적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프라이빗 (Private) 한 장소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바다의 색감도 그리고 야자수의 느낌도 내리쬐는 햇볕에 하나의 장면으로써 고스란히 필름에 담긴 것 같습니다.]
[c. 메인 거리 (Dmall 표지가 보이는)로 가는 길목에 있는 상가와 야자수, 무엇보다 이 장소에는 굉장히 사람이 많았습니다. 필리핀의 대통령이 환경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하기 전 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굉장히 깨끗하지 않았다는 기억도 같이 있습니다. 그래도 자연만큼은 너무나 좋았습니다.]
[d. 필름의 한가운데 찍힌 상남자가 아쉽게도 저는 아니지만, 팬츠의 색감이 그 배경과 참 잘 어울려서 찍었던 사진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초록색과 파란색 그리고 주황 계열은 그 대조가 선명해서 그런지 몰라도 눈에도 그 선명함이 가득하게 다가옵니다.]
[e. 보라카이의 화이트 비치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사진의 주인공인 '돛단배'입니다. 바다 위를 유영하는 그 모습을 보면 조금은 자유로움을 느낍니다. 인위적 동력인 모터 (Motor)를 통하지 않고 자연의 바람으로 움직이는 그 여유로움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 모습은 참 보기 좋습니다.]
글을 적으면서 '돛단배'를 검색해보았습니다. 문법을 위한 철자 때문이었는데, 검색을 하면서 이미지를 보다 보니 그런 생각이 문득 듭니다. "삼각형의 프레임이 참 좋다." 이런 생각입니다.
사각형도 오각형도 있지만 삼각형으로 디자인이 된 이유는 아마 굉장히 과학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바람의 저항 혹은 뭐 이런 점이 아닐까요?
근데 그런 이유라고 해도 삼각형의 돛단배는 참 적절한 것 같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의 일직선과 그 위에 올려진 삼각형의 단면이 주는 편안함이 잔잔한 바다를 다시 한번 떠오르게 합니다.
[f. 보라카이에 가면 선셋 투어 (Sunset Tour)를 경험할 수 있는데, 이런 돛단배에 올라가 태양이 지는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멀리서 바라보는 석양도 좋지만 이렇게 바다 위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조금 더 낭만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철저히 상업적으로 이루어지는 액티비티 (Activity)일지라도 하나의 경험으로써 좋았습니다.]
[g. 리얼커피 (Real Coffee), 보라카이 여행에 있어 가장 인상 깊었던 카페입니다. 스타벅스도 있고 다른 브랜드의 가게도 많았지만 철저하게 로컬 (Local)을 지향하는 그런 모습에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옮겨졌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모습은 정말, 아직도 선명합니다. 무덤덤하게 담겨서 나오는 커피의 맛도 물론 너무 좋았습니다.]
[h. 보라카이에서 조금 외곽으로 나오면 음식점이 가득한 거리가 나오는데, 그중에서 스페인 요리로 유명했던 '도스메스티조스 (Dos Mestizos)'. 사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처럼 붉은빛이 주는 강렬함이 낮 시간에 느꼈던 보라카이의 모습과는 너무도 달라서 더 신기했던 것 같습니다.]
[i. 이렇게 벽면의 한 공간에 사진 혹은 조형물이 가득하게 걸려있는데, 무심코 지나가면 그저 디스플레이된 장식물로 보이지만 세세하게 보다 보면 누군가의 일상이 담긴 꽤 기분 좋은 사진들이 있습니다. 사진의 배경은 보라카이지만 사진이 걸린 그 공간 만큼은 스페인의 색감이 가득합니다.]
보라카이를 다녀오면서 그리고 카메라로 담았던 필름 사진을 천천히 들여다보면서 마음속에 작은 실감이 찾아왔습니다.
정확하게 "이런 느낌이었습니다."라고 설명은 불가능하지만 기억이 남는 게 있다면, "소중한 그 순간을 이렇게 아날로그로 남기고 싶다." 하는 마음입니다.
디지털로 아주 빠르게 그리고 무한대로 찍어내는 그런 이미지도 참 좋아하지만, 그보다는 피사체를 바라보며 구도를 잡고 빛의 양을 조절한 후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호흡을 가다듬는 그런 과정의 아날로그입니다.
시간을 들이는 그 답답한 과정으로 소중한 순간을 담아내고 싶다. 이 정도의 실감이었던 것 같습니다.
"영상으로 남기면 되죠, 뭘 그렇게 오래 기다리세요?"라고 물어보신다면 “그것도 좋은 방법이네요.” 라고 대답은 하겠지만 아무래도 저는 그 느림의 미학을 어딘가에 붙잡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릴 것 같습니다.
이건 저만의 고집이라고 보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남겨진 사진에는 저만 알아볼 수 있는 흔적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담는 모든 사진들이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저는 아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 이 모습을 필름에 담았는지 그리고 어떤 모습이 참 좋아서 이렇게 애정을 담았는지, 적어도 저는 알 것 같습니다.
[ⓙ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사진이 왜 소중했는지 그리고 무엇을 기억하고 싶었는지도. 그만큼의 마음이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 담겨있기를 바라면서 필름 카메라를 찍습니다. 아날로그적인 과정에는 아무래도 조금은 더 그 정성이 담기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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