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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개인적으로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요청을 드리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면, 위 소제목과 같이 잔나비의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을 백그라운드 뮤직으로 들어주시기를 바라봅니다. 그러면 이 글이 어떠한 형태 혹은 분위기로 조금 더 잘 와 닿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녁 9시에, 저도 이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항상 여름이 되면 그런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 얼른 겨울이 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입니다.
뜨겁게 피어오르는 열기와 그 습한 공기에 이마에서부터 땀방울은 한없이 흘러내리고 아침에 준비해서 입고 온 옷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축축하게 젖게 되기도 합니다. 이럴 때면, 정말 에어컨이 아주 시원하게 나오는 그런 실내에서 모든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죠. 아주.
때로는 마트의 식료품 코너에 가서 그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합니다. 뭔가 구체적으로 살 것은 없지만 그저 걸어 다니는 순간순간에 찾아오는 시원함 때문이라도 마트는 최고의 장소일지도 모릅니다. 가끔 피난처로써 마트에 가지만 갈 때마다 확실하게 드는 생각은 역시 '시원하다!'라는 점입니다.
그런 여름날의, 그 한여름날의 온도는 뜨겁고 여전히 또 뜨겁기만 합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이 와도 그 여름날은.
시원함을 찾아서 맞이한 겨울날이 오면, 이상하게도 그 뜨거웠던 여름의 온도가 생각이 납니다. 청개구리와 같은 마음으로 아쉬움이 생겨난 것이겠죠? 막상 추워지니까 가볍게 옷을 차려입고 또 오랜 시간 떠올라있는 태양이 그립기도 한 듯이 여름날은 자연스럽게 찾아옵니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50:50의 마음으로 여름과 겨울을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음, 적당한 비율을 나눠보자면 개인적으로는 70:30 정도로 여름날이 조금 더 좋기도 합니다.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또 푹푹 찌는 습기에 걸어 다니기도 힘든 여름이지만, 특이하게도 '30'의 차이로 좋습니다.
아마도 그건, 뜨거운 여름이 가진 그 '온도' 때문인 것도 같습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여름에는 뭔가 생동감이 있습니다. 열기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겨울보다 길어진 태양의 시간 때문인 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뭔가 모를 그런 생동감이 놓여있습니다. 추운 온도에서는 분자의 움직임이 서서히 느려지듯, 뜨거운 온도에서는 우리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이 하나 있다면, 확실히 다르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이제 또 뜨거운 여름이 가고 가을을 넘어 겨울이 금방 올 것 같습니다. 어느덧 니트와 스웨터를 꺼내어 옷걸이에 걸어둘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도 같습니다. 가볍고 심플한 여름 티셔츠와 바지는 이제 곧 안녕입니다.
그 안에 남겨져있던 여름날의, 한여름날의 뜨거운 온도는 잠시 사라지지만 딱 '30'정도의 차이로 다시 그 생동감을 느끼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그만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