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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Sep 27. 2019

내가 계속 글 같은걸 쓰는 이유

나를 글쓰기로 이끄는 원동력

아무런 보상이 없는 일을 꾸준히 한다는 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월급이라는 당근을 매달 쥐어주는 회사의 경우 아무리 일이 싫고 가기 귀찮고 힘들어도 매일 일어나 씻고 준비하고 회사로 향하게 된다. 나의 생계를 책임지는 월급이라는 강력한 보상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작가 지망생에겐 이 보상이랄 게 딱히 없다. 굳이 꼽자면 하나씩 늘어나는 글 개수…? 가끔 한 번 다음이나 브런치 메인에 소개되면 몇 천씩 뛰는 조회수….? 그것도 아니면 어제 내가 받은 타 매거진의 연재 제휴 같은 거….?


어젯밤 남편과 오렌지를 까먹고 있다가 이메일 한통을 받았다. 자사 매거진에 내 글을 연재할 것을 제안하는 한 에디터님의 메일이었다. 연재 제휴라니. 전업작가 지망생으로서 이보다 더 기쁘고 소중한 기회는 없었다. 들뜬 마음으로 메일을 꼼꼼히 읽어 나가던 나는 한 문장에서 시선을 멈추고 말았다. “저희 *** 매거진과의 제휴는 무료입니다.” 


무보수로 진행되는 일...?


무료라니. 무보수로 진행하는 일이라는 건가. 솔직히 당황했지만 내 글이 타 매거진에 노출되어 내 브런치로 유입되는 구독자 수가 늘어나면 그것도 꽤 유의미한 일이었다. 가라앉으려는 마음을 달래며 연재 제휴를 제안한 매거진 사이트에 접속해봤다. 꽤 여러 개의 글이 업로드되어있었다. 하지만 조회수는 거의 한자리 수가 대부분. 이래서는 그나마 기대했던 구독자 유입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제안은 정중히 거절했다. 


무보수에 구독자 유입을 기대할 수 없어서 거절한 것만은 아니다. 내가 그 제안을 거절하자고 마음먹은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에디터님이 보낸 메일에 매우 큰 실수가 있었다. 내 이름이 들어가야 할 부분에 딱 한번 다른 사람의 닉네임이 들어가 있었다. 복사, 붙여 넣기를 한 이메일의 흔적이었다. 여기서 내 마음은 완전히 돌아섰다. 최소한 이름만큼은 틀리지 마셨어야죠. 


전업작가 지망생 주제에 가리는 것도 많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나는 작가 지망생이기 전에 ‘코붱’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다. 코붱이라는 작가에게 제안을 하신 건지 D모라는 작가님께 제안을 하신 건지 그 메일만으론 알 수도 없고 그런 실수를 저지른 상대에게 신뢰감을 가질 수도 없었다. 


전업작가 되기 너무 어렵다


기대감으로 부풀었던 가슴이 그만큼 훅 꺼졌다. 이번에도 아닌 건가. 출간 미팅까지 진행했다가 무산된 지난번의 출간 실패가 불쑥 떠오른다. 역시 나는 안 되는 건가. 자꾸 자신감이 없어지고 의구심이 들었다. 어제 나는 팔이 아팠고, 글을 적게 썼다. 번역 공부는 아예 하지도 못했고, 황당하고 불쾌한 메일도 받았다. 이렇다 보니 혼자 땅 파고 자책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내가 우울감에 빠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단 하루 만에 정신을 차렸다는 거다. 


‘뭐 이리 재수가 없냐’,라고 생각하기보다 ‘뭐가 되려고 하니까 이런 일도 생기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도 한 매거진을 책임지는 에디터가 내 글을 좋다고 생각했고 자사 매거진에 실어보고 싶었던 것 아닌가. 불쾌한 경우가 아니라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 작가로서의 나의 가능성과 내 글의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었다. 


평소 좋아하는 김우태 작가님의 <오늘도 조금씩>이라는 책에 보면 “뛰면서 생각하라”는 구절이 나온다. 생각만 하고 있으면 오히려 불안하고 아무것도 못하게 될 수 있으니 일단 뭐라도 하면서 생각하라는 말이다. 지금의 내게 필요한 충고다. 


일단 뛰면서 생각하자


또다시 쓸데없는 겁만 집어먹고 글 쓰지 않아도 되는 핑곗거리를 만들지 말고 일단 뭐라도 써보자. 그렇게 나는 오늘 스톱워치와 물이 가득 담긴 머그잔을 손에 들고 컴퓨터 앞에 착석했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어떻게 보면 좋은 소재거리를 만들어준 에디터님께 고마운 마음도 든다. 경험은 많을수록 작가에겐 힘이 된다. 그 모든 것이 나의 이야깃거리가 되니까. 


글쓰기를 시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컴퓨터를 켜고 뭐라도 쓰면 된다. (혹은 노트를 펴고 펜으로 끄적여도 글은 시작된다.) 문제는 시작하는 데 있지 않다. 꾸준히 이어가는 것에 있다. 글쓰기는 다른 일들에 비해 눈에 드러나는 직접적인 보상이 없다. 게임처럼 일정한 단계가 있고 꾸준히 시간만 들이면 레벨업이라는 보상을 받는 직관적인 보상체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들은 자기 의지가 대단한 사람들이다. 웬만한 인내심과 글을 쓰고야 말겠다는 대단한 의지가 없이는 글을 이어가기가 힘들다. 


내 경우 ‘절박함’이 내 글을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글쓰기 말고는 나를 받아준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 오직 글쓰기 만이 내게 곁을 내주었다. 계속되는 취직 실패로 졸지에 경단녀가 된 내 속에 하나씩 쌓인 울분(?)을 토해내기 위해 글을 썼고, 지금도 쓰는 중이다. 


내 안의 분노와 서러움이 바닥나면 내 글도 끝나게 되려나? 그러기엔 나는 너무 먼 길을 온 것 같다. 글쓰기의 재미와 보람을 알아버렸다. 나의 절박함이 사라지면 그때는 지금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쓰게 되겠지. 이번엔 분노와 서러움이 아닌 나를 글쓰기로 이끄는 또 다른 원동력을 찾아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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