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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Sep 25. 2019

목표에도 소확행이 필요하다

꼭 거창한 목표를 가질 필요는 없어요.

전업작가가 되자고 마음먹고 나서 나는 평일에 하루 2시간에서 3시간씩 글을 쓴다. 정확히는 40분 동안 글 쓰고 20분간은 휴식을 취하는 사이클을 2-3회 정도 반복하는 셈이니 순수하게 글 쓰는 시간만 계산하면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매일 글을 쓰는 셈이다.


이게 바로 전업작가가 되기 위해 내가 세운 하루의 최저 목표다. 글 한편을 매일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그렇게 목표를 잡으면 오히려 부담돼서 글이 더 안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저 시간을 채우는 것이 목표다. 그것도 평일에만.


주말엔 아예 글을 안 쓴다. 아무리 평일 주말 구분 없는 백수라 해도 어느 정도 일하는 날과 쉬는 날의 구분은 필요했다. 채울 시간이 필요해서다. 내 머리와 가슴에 있는 것들을 계속 글로 쏟아내기만 하면 금방 밑천이 드러난다. 적절히 채워가며 달려줘야 오래갈 수 있다. 때문에 2주 전부터는 아예 주말엔 글을 쓰지 않는다. 대신 책을 많이 읽고 유튜브에서 궁금한 잡지식을 검색하며 평일 내내 비워진 머리와 가슴을 조금씩 채운다.


목표는 되도록 작고 만만하게


이렇게 목표는 되도록 작고 만만할 때 빛을 발한다. 할만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너무 큰 목표를 잡으면 하루 이틀 고생만 하다가 지쳐서 나가떨어질 수 있다. 목표가 작고 하찮은 것일수록 해당 목표는 꾸준히 달성해나갈 확률이 높아진다.


오죽하면 이런 말도 있겠는가. “세계를 바꾸고 싶다면 매일 아침 침대부터 정리해라.” 이 말은 37년간 복무했던 군대를 전역하고 모교였던 텍사스대학교의 총장으로 부임한 전 미 해군 사령관 윌리엄 맥레이븐이 2014년 텍사스 대학의 졸업 축사에서 하면서 유명해진 말이다.


이 말은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자고 일어난 자신의 침대부터 정리하며 그날 하루 자신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업을 달성하라는 뜻이었다. 그것은 스스로에게 작은 뿌듯함을 주고 다음 과업을 수행할 용기를 줄 거라면서.


나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전업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한다. 글을 쓰기 위해선 아이디어를 짜내고 내용을 구상하고 문장을 완성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따로 있다. 일단 컴퓨터 앞에 앉는 일이다. 컴퓨터에 앉고 전원을 켜고 모니터를 켜고 한글 창을 여는 일은 어렵지 않다. 손가락 몇 번 튕기는 걸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간단한 일을 매일 했을 때의 효과는 실로 놀라웠다.


아기와 애완동물은 없지만... 이런 느낌의 바쁨이랄까.


나 역시 처음부터 매일 2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꽉 채워 글을 쓰진 못했다. 밥을 차리고 빨래를 하고, 장을 보는 등 집안일에 밀려 2시간은커녕 1시간도 글을 못 쓰거나 아예 컴퓨터 전원조차 못 켜는 날도 더러는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를 자책했다. 전업작가가 되겠다는 사람이 어떻게 매일 글을 안 쓸 수가 있냐고. 이러고도 전업작가 지망생이라고 말할 수 있냐고.


그랬던 내가 이렇게 꾸준히 글을 쓰게 된 것은 목표를 낮췄기 때문이다. ‘매일 글쓰기’가 아닌 ‘매일 컴퓨터 켜고 한글 창 열기’를 최우선의 목표로 잡았다. 그것도 평일에만. 지금이야 ‘2시간씩 채워서 글쓰기’라는 목표로 발전했지만 가장 처음은 이랬다. 이렇게 글을 쓴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고, 그 사이 나는 23개의 글을 완성했다. 지난주에는 그중 20개를 추려서 브런치 북도 발간했다. 해당 브런치 북은 10월 중에 있을 브런치 북 공모전에도 제출할 예정이다.

처음부터 브런치 북 공모전에 응모할 생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아니었다. 그저 평일엔 매일 컴퓨터의 전원을 켜고 한글 창을 키는 일만 반복했을 뿐인데 어느새 이렇게 되었다. 목표가 발전했기 때문이다. 작은 목표 하나를 달성하면 그다음의 목표들이 자라난다. 전에 했던 것보다 좀 더 어렵고 힘들어 보이는 것에도 도전할 만한 자신감이 생겨서다. 이렇게 조금씩 목표가 성장하면 본인의 최저 목표치 자체가 높아진다. 나의 하루 최저 목표치가 단지 ‘컴퓨터 전원을 켜고 한글 창을 연다’에서 ‘하루에 2시간씩 글을 쓴다’로 발전한 것처럼.


목표에도 소확행이 필요하다


나는 끈기가 부족하다. 재밌어 보이는 게 생기면 바로 시도는 해볼지언정 끝까지 이어가는 것은 좀처럼 없다. 그런 내가 이렇게 매일 2시간씩 글을 쓰게 되다니. 스스로도 믿기지가 않는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것의 힘은 대단하다.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전원을 켜고 한글 창을 켜는 아주 사소한 일 하나도 반복되면 거대해진다. 나에 대한 자신감이 자라기 때문이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맨날 컴퓨터 앞에는 앉으니까. 글을 잘 쓰지는 않아도 매일 한글 창은 켰으니까 다른 것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샘솟는다.


처음부터 굳이 거창한 목표를 가질 필요가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목표에도 소확행이 필요하다. 매일 해도 절대 힘들지 않고, 질리지 않고, 언제 어느 때고 해낼 수 있는 나만의 작은 목표. 나는 그런 작고 만만한 목표가 좋다. 언제든 내가 도전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는 힘을 주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침대정리부터 해라."


미 해군 사령관 윌리엄 맥레이븐의 졸업식 축사 영상을 아래에 첨부합니다.

글로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명언의 큰 울림을 느껴보세요 :)


https://www.youtube.com/watch?v=whFZCmN__mM&t=17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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