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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Nov 27. 2019

글쓰기에도 강약 조절이 필요하다.

오늘 글은 중간약 정도 되는 것 같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정해진 분량의 글을 쓰는 것은 중요하다. 매일 글 쓰는 습관이 몸에 익어야 몸 상태가 안 좋을 때 하루 이틀 정도는 글을 안 쓰고 쉬어도 안심이 되기에 그렇다. 작가를 꿈꾼다면서 글을 안 써도 괜찮은 때를 대비해서 매일 글을 쓴다는 것이 다소 모순되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이 그랬다.


오해를 막기 위해 한 마디만 추가로 덧붙이자면 이는 나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다. 내가 그런다고 해서 이 땅 위의 글 쓰는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상황일 거라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오늘처럼 몸 상태가 최악인 상태에서도 무조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분량의 글을 채우기 위해 자리에 앉아 고군분투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나는 기계가 아닌 인간이기 때문에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글의 퀄리티에도 편차가 발생한다는 걸 몇 번의 경험으로 깨달은 덕분이다.



오늘은 내가 한 달 중 가장 몸이 무겁고 머리가 아프고 심하면 허리와 배까지 아파지는 생리 이틀째다. 사실 나는 생리 전 증후군이 좀 더 심한 편인데 이번처럼 직전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시작하면서 한꺼번에 모든 증상(?)들이 시작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이럴 땐 답이 없다. 그저 쉬어주는 수밖에.


그래서 오늘도 글을 안 쓰려고 했다. 하지만 어제 자기 전에 생각해 둔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 매거진의 다음 글의 내용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서 대충 끄적여보자고 시작한 글이 바로 이거다.


쓰고 보니 이건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 보다는 ‘30대 작가 지망생의 기록’에 더 어울리는 글인 것 같아 다급히 글의 흐름을 바꿔봤다.


아무튼, 요지는 이거다. 작가 지망생이 매일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는 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계처럼 전원 버튼을 켠 순간 일정한 속도로 일정한 작업량을 해치우는 식으로 글을 쓰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들이 매번 일정한 만족감을 주지도 않는다.


그러니 오늘처럼 몸의 컨디션이 최악일 때는 잠시 쉬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며칠 전에 지른 밀리의 서재 년간 이용권의 혜택을 오늘 하루 동안 마음껏 누려볼 작정이다.


평소 읽고 싶었고, 궁금했던 책들을 밀리의 서재에서 검색해서 내 서재에 추가해뒀다. 앞으로 쓸 글에 참고가 될만한 것들도 있고, 단순히 제목이 신선하거나 목차를 보니 재밌어 보여서 추가한 것들도 꽤 된다.


아침 시간에 대충 서재에 추가해 놓은 책만 벌써 8권이 넘는다. 이 많은 책을 오늘 하루 만에 보는 건 당연히 무리다. 그리고 애초에 내가 읽기 시작한 모든 책을 전부 다 끝까지 읽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도 않다.


책도 나에게 맞는 책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게 있다. 제목에 끌려서 읽어봤는데 생각보다 재미가 없거나 내용에 공감이 안 되는 경우도 꽤 많다. 그럴 땐 과감히 다음 책으로 넘어간다. 초반부터 재미없고 공감도 안 되는 책을 끝까지 꾸역꾸역 붙잡고 다 읽어봤자 책에 대한 반발심만 생긴다.


책도 게임이나 음악 감상처럼 재미로 시작해야 오래갈 수 있다. 어릴 때 부모님이 읽으라고 사준 수십 권짜리 백과사전은 책장 속에서 먼지만 쌓인 채 읽지도 않고 십수 년의 세월을 홀로 견디다 헐값에 헌책방에 팔려버렸다. 그런 의미에서 책으로서도 자신에게 흥미를 갖고 먼저 다가오는 사람의 손에 쥐어지는 편이 행복할 거다.


해외에 살고 있는 내가 한국 책을 볼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편한 방법은 전자책을 보는 거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도 종이책보다는 전자책을 더 좋아했다. 나는 한 번에 책을 두 권에서 많게는 세네 권까지 동시에 읽는 독서습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여러 권의 책을 들고 다니는 것보다는 전자책 리더기 하나에 수십 권의 책을 구매 후 다운로드하여서 넣고 다니는 것을 선호했다.


크레마 사운드의 라인프렌즈 에디션. 볼때마다 귀여운 스크린세이버다. :)


내가 리더기를 구입할 당시에 가장 저렴하면서도 전자책 리더기의 기능은 충실했던 크레마 사운드를 아직도 잘 사용 중이다. 물론 로딩 속도나 페이지 넘김 등이 스마트폰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몇 배는 느려서 복장이 터질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러려니 하고 있다. 뭐든 간에 받아들이면 편해진다. 애초에 이렇게 느리게 태어난(?)것을 어찌하겠는가. 인정하고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그래야 스트레스 덜 받는다.


요즘은 더 빠릿빠릿하고 용량도 빵빵하고 화면도 훨씬 커진 전자책 리더기가 여러 개 출시된 것 같지만 딱히 새로 구입해야겠다는 마음은 안 든다. 책 읽기라는 ‘빠름’과는 거리가 먼 취미생활에 굳이 ‘최신’의 ‘최대’의 ‘최대속도’의 수식어가 붙을 필요는 없다. 나만의 속도로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싶은 때에 읽으면 그만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크레마 사운드는 적격이었다. 아직까지도 구매가 후회되지 않는 몇 안 되는 제품 중 하나다.


분명 몸 상태가 별로일 땐 글 같은 거 쓰지 말고 쉬라고 서두에 말했으면서 난 또 주절주절 글을 쓰고 앉아 있었다. 벌써 A4용지로 1 페이지하고도 절반을 넘어서는 시점까지 왔다. 하루라도 글을 안 쓰면 손에 가시라도 돋는 병에 걸린 것 같다.


나도 참, 어쩔 수가 없다. 어쩌겠는가. 이렇게 생겨 먹은걸. 글이 너무 좋고 글과 함께 살아가고 싶은 한 사람으로서 하루라도 뭐라도 쓰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다는데. 이것도 그냥 받아들여야겠다. 그래야 애꿎은 스트레스 안 받고 맘 편히 살 수 있다.  


가끔은 이렇게 의식의 흐름대로 편안하게 쓰는 글도 좋은 것 같다. 모든 글이 콘셉트를 잡고 구상을 한 뒤 각 잡고 써야 하는 건 아니다. 계속 그렇게 전속력으로 달리기만 하다간 금방 지쳐 나가떨어질 수도 있다.


나는 글을 쓰고 싶다. 기왕이면 오래. 그렇기에 나에겐 강약 조절이 필요하다. 오늘의 글은 중간약 정도 된 것 같다. 그 정도의 기력으로 썼다. 그래도 괜찮다. 이런 글도 있고, 저런 글도 있기 마련이다. 오늘은 이 정도로 만족한다. 내일의 글을 위해 오늘은 힘을 비축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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