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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Apr 23. 2020

나의 유튜브 흑역사

시작은 미약했다. 그 끝은 창대해질까?

나와 유튜브의 악연에 대해 말하자면 약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때는 남편과 내가 일본으로 이주한 지 약 세 달이 지났을 무렵. 정규직 일자리는커녕 알바조차도 단 며칠 만에 잘리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나는 유튜브와 만났다.


처음엔 그저 유튜브의 영상을 소비하는 <소비자>에 불과했던 내가 점차 영상을 제작하는 <생산자>가 되고자 마음먹게 된 건 너무나 안 풀리는 현생 덕분이었다. 이렇게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느니 이거라도 해보자 싶었던 거다.


그런데, 동기가 불손해서였을까. 열 명이 채 넘지 않는 구독자수와 백분도 넘기지 못하는 시청시간. 나의 첫 유튜브 도전은 그야말로 완전히 망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당시 내 영상의 메인 콘셉트는 브이로그(Vlog)였다.


일본으로 이주한 지 몇 달 안 된 초보주부의 일본 생활 정착기를 다루겠다는 내 말에 남편은 말했다.


 그걸 누가 봐?


남편의 예상은 적중했다. 내 채널은 개설한 지 한 달이 지나도 지인 몇 명으로만 이루어진 초라한 구독자수에 조회수는 대부분 한 자릿수도 겨우 넘기는 수준에 머물렀다.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첫 유튜브 도전은 폭망 했다는 것을.


이렇게 내 유튜브 도전이 마무리됐다면 그나마 덜 민망했을 텐데 나는 쉽사리 유튜브를 포기하지 못했다. 이번엔 주제를 바꿔보기로 했다. 내가 쓴 글을 라디오처럼 읽어주는 채널이었다. 사실 나는 유튜브를 시작하기 1년 전부터 다음카카오에서 운영하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꾸준히 글을 써서 연재해오고 있었다.


다음 메인과 브런치 메인에 내 글이 몇 번 소개도 됐었고, 끝에 가서 무산되기는 했지만 딱 한 번 출판사로부터 출간제의 까지 받은 적도 있었다. 그런 내 글이라면 얼굴도 이름도 안 나오는 아무개의 브이로그보다는 조금 더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이번엔 채널 아트부터 프로필까지 공들여 준비했다. 그리고 첫 영상을 제작했지만 끝내 업로드는 하지 못했다. 퀄리티가 너무 거지 같았다. ‘거지’라는 비속어로 밖에는 표현이 안 될 정도로 정말 눈 뜨고 봐줄 수가 없었다. 나의 두 번째 채널은 그렇게 빛 한 번 보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졌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 정도로 유튜브에 데어봤으면 이제 좀 정신을 차릴 법도 한데. 나는 또! 그놈의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


이걸로 벌써 세 번째다. 그놈의 유튜브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포기가 안 되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두 번이나 물을 먹어봤기에 그렇다. <폭망>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가 쌓인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지 않나? 나는 벌써 두 번이나 실패를 해봤으니 이제는 어머니의 뒷모습이라도 좀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일말의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지난주 수요일에 드디어! 첫 영상을 업로드했다. 채널의 이름은 <글쓰는 백수, 백수라이터 코붱>. 브런치에서 사용 중인 필명을 그대로 사용한 채널이다.


https://youtu.be/8V7GnK0euVE


브런치를 통해서 약 2년간 주야장천 얘기해왔던 나의 퇴사 이야기와 퇴사 후 삶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어쩌다 33살에 취직을 포기하고 글 쓰는 백수가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최근에는 브런치에 있는 혼자 읽기엔 아까운 글들을 찾아 소개하는 콘텐츠(글 읽는 밤)도 시작해봤다.


남들이 많이 하는 브이로그도, 만들기 만만해 보였던 라디오 채널도 아닌, 그냥 지금의 나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꾸준히 할 수 있는 채널. 어쩌면 나는 이러한 채널의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서 두 번의 삽질을 한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시작한 세 번째 도전은 전보다는 한결 나은 출발을 보여주고 있다. 두 번의 실패를 발판 삼아 시작한 채널이니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이 도전이 또 한 번의 삽질이 될지,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 될지는 올해 말에 결정된다. 이번에는 아예 처음부터 데드라인을 정해두고 채널을 개설했다.


올해 말까지 구독자수 천 명과 시청시간 4천 시간이라는 유튜브의 수익창출 기준을 넘어서지 않으면 깔끔히 유튜브를 접을 생각이다. 그 정도면 미련 없이 유튜브를 놔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것이 또 다른 흑역사의 탄생이 아닌, 나의 유튜브 도전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늘도 외친다.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 부탁드립니다!”     







EBS의 <나도 작가다> 공모전에 응모하기 위해서 며칠 전에 올린 유튜브 관련 글을 재구성하여 재발행 한 글입니다. :)


유튜브를 시작한 지 이제 막 1주일 차에 접어든 이때에! <나의 시작, 나의 도전기>에 대한 공모전이라니...!!

뭔지 모를 운명을 느꼈다고 한다면... 너무 오버일까요?ㅎㅎ


그럼, 저는 조만간 새로운 글과 영상으로 또 찾아뵐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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