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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May 23. 2020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내고 싶은 당신에게

13년 차 번역가의 생존 습관에서 하나의 답을 발견하다.

내가 너무나도 애정 하는 브런치 작가 <글맛>님의 첫 저서.


몇 개의 글을 통해 애정을 드러낸 바 있는, 내가 인정하는 미친 필력의 소유자. <글맛>이라는 필명의 브런치 작가이자 13년 차 번역가. 김고명 번역가의 첫 저서가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다.


경색된 한일 관계에 더불어 코로나 19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겹쳐지는 바람에 한일 간의 비행 편이 급감했기에 평소라면 2-3일이면 도착할 EMS가 장장 열흘이나 걸려 왔지만 그만큼의 시간을 기다린 보람은 충분했다. 이 책이 내게 준 감동은 결코 작지 않았으니까.


이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감상을 밀리의 서재에 독서노트란 형태로 적었으나 좀 더 많은 분들께 이 책을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에 구태여 브런치에까지 해당 독서노트의 내용을 가져와본다.





<이 책에 관심이 생긴 이유>


1. 내가 인정하는 미친 필력의 소유자 김고명 번역가님의 첫 저서!

2. 평소 브런치에서 김고명 작가님의 글을 재밌게 읽었음.

3. 13년 차 번역가이자 프리랜서인 김고명 작가님의 생존 습관이 궁금했음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은가>


1. 번역가 지망생. 혹은 아직 업계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초보 번역가 분들

2. 한 가지 분야라도 끝까지 파보고 싶은 (그래서 확고한 자리를 확보하고 싶은) 열망이 있는 사람들

3. 뭐든지 쉽게 포기하고 뭐 하나라도 길게 이어가지 못하는 프로 포기자(?)들

4. 좋은 습관의 루틴을 만들어 보고 싶은 사람들



<가장 감명 깊었던 내용 3가지만 꼽아 보자면>



중요한 건 꾸준함이고, 뭐든 꾸준히 하려면 만만한 게 최고입니다. - 19p



저자인 김고명 번역가는 말한다. 번역 공부를 원한다면 처음부터 어려운 책을 고르지 말라고. 어린 왕자와 같은 쉽고 <만만한> 책을 고르라고. 중요한 건 꾸준함이며 꾸준히 하기 위해선 <만만한 게> 최고라고.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이 말은 번역뿐만이 아니라 뭐든 <꾸준히 하고 싶은 일>에도 해당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운동도, 글쓰기도, 수험 공부도. 시작은 <만만한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지치지 않는다. 지치지 않아야 계속할 수 있고, 계속하면 실력은 자연스레 늘어난다.



그런다고 모든 책이 재미있을 수는 없겠죠.
 재미가 없는 책은 그냥 덮어버리고 다른 책을 찾아보세요.

책은 원래 심심풀이로 재미 삼아 읽을 때 제일 잘 읽힙니다. - 18p



수 백 번 밑줄 긋고 싶었던 문장! :) 맞다. 독서는 무조건 <재미>다. 의미와 감동도 있으면 좋기야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의 1순위는 <재미있는 책>이다.


재미는 순전히 본인의 취향에 좌우된다. 남들이 다 재밌다고 해도 나한텐 재미없는 책이라면 그 책은 안 보면 된다. 재밌으려고 하는 <취미생활>에 굳이 스트레스받아가며 재밌지도 않은 책을 꾸역꾸역 읽을 이유는 없으니까.


내 첫 책의 원고를 작성하며 알게 된 사실인데 2019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발행되는 새 책이 약 6만 권에 이른다고 한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재미없다고? 그럼 다른 책을 봅시다. 어차피 우리 곁엔 좋은 책, 재밌는 책이 쌔고 쌨다.


중요한 건 독서에 대한 재미를 잃지 않는 것. 심심할 때 뭐하냐는 질문에 <책 읽는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기 위해서 가장 중요하게 챙겨야 할 것은 첫 째도, 둘 째도 <재미>다.



내 말만 하고 내 글만 써서는 어휘가 늘지 않아요.
늘 쓰는 표현의 감옥에 갇혀 버려요.

그래서 언어의 마술사가 되려면 (제가 그 정도란 건 아닙니다)
꾸준히 새로운 표현, 평소에 안 쓰는 표현을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합니다. - 174p



김고명 번역가는 우리말의 묘미를 살린 번역을 하기 위해 평소에도 습관적으로 좋은 표현들을 수집한다고 한다. 매일 책, 기사, 커뮤니티의 글을 꾸준히 읽는 것은 물론 좋은 표현은 다시 볼 수 있게 따로 기록까지 해둔다는 그가 추천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틈틈이 방송과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하는 것.


출판 번역가가 영상물을 보라니. 다소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그중 하나가 나) 그런 독자에게 저자는 이렇게 친절한 설명을 덧붙인다.


영상물에는 활자 매체와 다른 점이 있다고. 바로 <입말>. 우리가 평소에 대화할 때 쓰는 말이 영상물에 있다고 한다. 이러한 영상물에서 저자는 세상 사람들이 쓰는 다채로운 표현을 배운다고.


이 대목에서 나는 무릎을 탁! 쳤다. 풍부한 표현력과 어휘를 알 것. 이를 그저 즐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따로 기록하여 내 것으로 만들 것!


이는 비단 번역가뿐만이 아니라 작가인 내게도 반드시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했다.





<말>은 살아있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번역을 둘러싼 상황에 대해 단 하나의 과장도 미화도 없이 솔직한 의견을 밝힌다. 저자가 어릴 때부터 불황이라던 출판계는 여전히 불황이고 (심지어 더 심해졌고), 평균 임금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번역료 상승률에 대한 고충과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기계 번역의 수준이 번역가의 생계를 위협해오고 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13년이란 시간을 번역 하나에 매진해 온 것은 돈과 명예 이전에 내가 하는 일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기 때문이라고.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써 번역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번역을 함으로써 저자 스스로 우리 사회에 어떠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고.  


솔직히 말하자면 나 또한 번역은 곧 기계가 대처하게 될 분야 중 하나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김고명 번역가의 책,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를 읽고 그 생각을 고쳐 먹게 됐다.


기계는 번역가를 대체할 수 없다. 시간이 더 흘러 (한 50년에서 100년 뒤쯤?) 기계 번역의 수준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단계를 넘어 그들의 마음을 공감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한다면 또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과연 그럴 날이 오기나 할까? 지금 같아서는 절대 그럴 일은 없을 듯하다.


김고명 번역가가 책에서 밝힌 것처럼 <말>은 살아 있으니까. 시대의 니즈와 대중의 부름에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생기는 것이 말이니까.


그런 말의 생사를 제 아무리 기계라 해도 전부 다 따라잡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기계는 살아있는 말이 아닌, 이미 쓰임이 확정된, 이 순간의 언어가 아닌 과거의 언어에 대한 기록과 축적을 통해 자신의 말을 정하게 될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으며 내가 빛날 날은 반드시 올 것이라는 김고명 번역가의 말에 진심을 다해 공감을 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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