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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Jun 04. 2020

좋은 회사가 어떤 회사냐고요?

이것만 피해도 최악은 면한다.

백수인 나도 한 때는 직장생활을 했었다. 약 6년간 총 4개의 회사를 다니면서 도대체 나한테 맞는 일은 뭔지, 내 인생을 다 걸어도 좋을 회사는 어떤 곳인지를 찾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다.


그랬던 내가 결국 <글 쓰는 백수>로 정착했음에도 갑자기 이런 제목의 글을 쓰는 이유는 나의 무료 온라인 상담소 <부엉이 상담소>를 통해서 건 아니면 개인적인 친분에 의해서 건 내게 종종 이런 질문을 해오는 사람들이 있어서다.

 

도대체 ‘좋은 회사’란 어떤 회사인가요?


그들은 때로는 나와 같은 백수이기도 했고, 때로는 현 직장에 대한 심각한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그때마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 사유에 기반하여 최선을 다해 답변해주었지만 아직까지도 내게는 종종 그런 질문이 들어오곤 했다.

 

이유가 뭘까. 고민하던 중에 딱 한 가지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아직도 이 세상엔 <좋은 회사>보다는 <그렇지 않은 회사>가 더 많은 것은 아닐까?


혹은, <이 일이 내 천직이다>라고 느끼며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보다 <먹고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생각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은 아닐까?


앞서 말했듯, 나는 총 4개의 회사를 다녔다. 그중에는 정말 좋은 회사도 있었고, 떠올리기조차 싫은 최악의 회사도 있었다. 나는 오늘 이 글을 통해 바로 그 <최악의 회사>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좋은 회사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왜 내가 경험한 진짜 좋았던 회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정반대라고 할 수 있는 <최악의 회사>에 관한 이야기를 택했는지 다소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로서는 이것이 내가 말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이자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답변이라는 것에 엄청난 확신을 가지고 있다.


세상에는 <좋은 회사>보다는 <그렇지 않은 회사>가 더 많고, 나라는 사람이 또다시 구직시장에 내던져질 시, 얻게 될 일자리의 질은 좋을 때보다는 <좋지 않을 때>가 더 많으리라고 짐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심하시라. 운 나쁘게 <그렇지 않은 회사>에 발을 들였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당신이 생각한 <그렇지 않은 회사>는 당신의 생각만큼 그렇게 나쁜 곳이 아닐 수도 있다.


최악보다는 차악을 고르는 편이 낫고, 차악보다는 최선의 회사를 고르는 것이 좋다. 나는 오늘 내가 겪은 <최악의 회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여.

부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이런 모습이라면,

혹은 입사를 고려중인 회사가 이런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지금이라도 그곳에서 당장 발을 빼시기 바란다.


당신이 발을 담그려는 그곳은 당신이 생각한 것만큼. 또는 그 이상의 지옥불구덩이 일지도 모를 테니.     


     

야근 강요. 그러나 야근 식대나 수당은 없음.
교육 기회는 없으나 자기 계발을 강제.
팀 개선 아이디어 요구. 그러나 임원과 팀장이 아이디어를 묵살.

전 직원 통합 강조. 그러나 정직원과 계약직의 차별이 심하고 심지어 팀끼리 교류도 없음.
양방향 소통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모든 일이 위에서 아래로 전달되는 한 방향 방식.
직원을 가족처럼 여긴다면서 사내 거의 모든 복지를 폐지.

직원이 하는 일의 가치를 폄하, 업무량 과다.
뒤 끝 있는 경영자의 괴롭힘.      

그 외 다수.     

<38p, 퇴사까지 60일 남았습니다, 김현석 저, 보름달데이 (2020.05)>        


  

내가 다녔던 최악의 회사(블랙 컴퍼니)에 대한 한 사람의 평가다. 심지어 이것은 출근한 지 겨우 이틀 만에 그가 파악한 내용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의문이 들 수 있다. 내 경험을 말하겠다면서 갑자기 왜 남의 책의 본문을 인용하느냐고.


사실대로 말하겠다. <퇴사까지 60일 남았습니다.>의 저자 김현석 씨는 내가 다닌 최악의 회사의 팀장이었다. 그것도 내가 약 1년간 속해있던 팀에 새로 부임한 신임 팀장.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는 내가 다닌 그 최악의 회사에서 딱 2개월을 버텼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랫사람 하나 제대로 구슬리지 못하는 무능한 팀장.

(그는 계약직이었던 나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애썼다.)     

팀원들 이야기 하나하나에 휘둘리며 중심을 잡지 못하는 팀장자격 미달의 사람.

(그는 엄청난 소통왕이었다. 팀원들과 소통하지 말고 지시하라는 사장의 지시에 그는 불복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팀장으로 부임한 지 겨우 두 달 만에 회사에서 잘렸다.        

   


이곳은 말로는 내규를 지키는 범위에서 자유를 보장한다고 하지만
막상 그 자유를 누리기 시작하면 발목과 손목에 족쇄를 채우는 곳이다. (중략)     

전형적인 꼰대 회사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었다.      

마치 일 없으면 먼저 퇴근해도 좋다고 해놓고
상사보다 먼저 퇴근하는 부하직원을 버릇없다, 개념 없다 하며 깎아내리기 좋아하는 회사,      

또 얼마든지 출산 휴가를 쓰라고 하면서
막상 휴가를 쓰고 돌아오면 앉을자리조차 사라져 버리는 그런 회사처럼.     


<78p, 퇴사까지 60일 남았습니다, 김현석 저, 보름달데이 (2020.05)>         


 

이 회사의 근무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였다. 5시면 상당히 빨리 퇴근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 시간에 퇴근하는 건 계약직이었던 나 하나 정도였다고 기억한다.


이미 회사에 대한 신뢰를 잃을 대로 잃은 나로서는 정해진 퇴근 시간이 지난 뒤 무의미하게 앉아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다.


더 이상 나의 아까운 시간과 청춘을 이런 거지 같은 곳에서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당시 내가 그 회사에서 칼퇴를 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실제로도 나 외의 직원들 (대부분 정규직들)은 밤 9시가 다되어서야 하나 둘 자리를 정리했다고 책에 쓰여 있다.

 

당시엔 정규직 전환이 무산된 내 아픔이 너무도 커서 그들의 힘듦과 고충을 알지 못했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계약직인 나 하나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이 책을 쓴 신임 팀장님뿐만이 아니라 나의 직속 상사였던 김지언(가명) 과장과 정현주(가명) 사원이 얼마나 애를 썼는지,


신임 팀장이 부임하기 전까지 나의 팀장이었지만 <능력 부족>의 이유로 타 부서의 과장으로 강등당한 전 팀장님이 얼마나 힘든 일들을 겪으셨는지. 책을 통해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읽기 전까지, 나는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회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이런 식이었다.

어느 한 팀이 보고를 하면 사장이 선제공격을 하고
다른 팀이 경쟁하듯 그 팀을 비난하고 트집 잡는다.
그러면 상무이사가 마무리로 숨통을 끊어놓는 식이다.    

인민재판이라도 하듯 모두가 절대 권력자에게 납작 엎드려
동료고 팀원이고 할 것 없이 서로 물어뜯느라 바빴다.     


<106p, 퇴사까지 60일 남았습니다, 김현석 저, 보름달데이 (2020.05)>     


내가 다닌 최악의 회사는 매월 영업회의라는 것을 했는데, 이게 진짜 한 번 하고 나면 온몸의 진이 다 빠진다. 영업회의는 매달 딱 한번 하는데, 문제는 하루 종일 한다는 것이다. 아침 8시에 출근해서 퇴근 시간인 5시에 딱! 끝나는 게 아니라 저녁 7시건 8시건, 사장의 직성이 풀릴 때까지 이 회의는 계속된다. (심지어 회의가 끝나고 이어지는 회식까지 무조건 전원 참석해야 한다.)


회의의 진행자도 아닌 일개 계약직 사원인 내가 진 빠질 일이 뭐가 있냐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가지만 더 첨언하겠다.


사장은 계약직이건 정규직이건 상관없이 전 사원의 <영업회의 참석>을 강요했다. 그가 지향하는 것은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 <가족 같은 회사>였기 때문이다. (내가 다닌 회사는 본사 근로자가 약 30여 명 정도로 규모가 작았다.)

     

하지만 그 <가족 같은 회사>의 구성원들은 이 회사 안에서 정말 가족이라도 된 것처럼 사장의 관심 하에 든든히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심지어 사장의 딸랑이임을 자처한 관리부서 팀장 역시 <매주 사장님이 하는 말이 달라지니 조심하라.>며 때로는 사장의 험담을 하기도 했다. 그것을 오직 사장 한 명만 모르고 있었을 뿐.               


“계약직은 계약직에 맞는 일만 시켜. 어차피 정직원과 계약직은 출발선이 달라.
그리고 딱히 그것 때문에 안 된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출신 학교도 안 볼 수는 없어.”     

<195p, 퇴사까지 60일 남았습니다, 김현석 저, 보름달데이 (2020.05)>         



나의 정규직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회사의 입장은 실제로 저랬다. 딱히 그것 때문이라고는 말 안(못)하겠지만 나의 출신 대학이 그들의 기준에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      


그동안은 그저 수도권 4년제 대학이라고 퉁쳐서 말했는데, 이참에 확실히 밝히겠다. 나는 인천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학점이 엄청 좋았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휴학기간 1년을 포함한 총 5년간 학교를 다니며 교내외 활동도 다양하게 하고, 인턴 경험도 쌓고 장학금도 (딱 한 번이지만!) 받는 등, 나름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런 나의 노력은 그들에겐 그저 이력서에 적히는 한낱 문장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SKY로 대변되는 서울 사대문 안에 있는 대학교의 졸업생이 아닌 나는 이 회사의 정규직이 될 수 없다. 그것이 상무와 사장으로 대변되는 이 회사의 기득권이 가진 나에 대한, 그리고 <계약직>에 대한 뿌리 깊은 인식이었다.

    

그들이 내게 실제로 한 말 중 하나를 빌려 말하자면 계약직인 나와 정규직 사원은 ‘신분이 다른’ 사람이었다.


이 말을 실제로 들었을 때, 나는 그런 말을 쏟아내는 사람이 이 회사의 최고 경영자 중 한 사람이라는 것이 못내 믿기지 않았다.

                    





누군가는 직장생활 다 거기서 거기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인정한다. 크게 보면 직장생활 다 비슷하다. 어느 회사건 크고 작은 트러블은 있기 마련이고, 크든 작든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은 비일비재하며, 비위 맞추기 힘든 상사 또는 내 자존심을 잘근잘근 뭉개버리는 상사를 매일같이 보며 일하는 것도 그다지 특별한 경우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 안에서는 넘지 말아야 할  <선> 이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계약직이란 <신분>으로 1년을 버틴 그 회사는 이 <선>이 없었다. 정규직과 동등한 대우를 바라기 전에 나는 그들이 나를 하나의 인격을 가진 온전한 <인간>으로서 대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이미 대학교 졸업장과 함께 <신분>이 정해진 나는 그들의 기준에서 그들과 같은 <평범한 인간>이 될 수 없었다. 나는 그들에게 그저 <그 정도의 일만 시키고 그 정도의 돈만 줘도 되는 한 단계 낮은 신분의 사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나는 이 회사에서 1년만 근무하고 빠져나왔다. <계약 만료>라는 남들에게 말하기 그럴싸한 이유로.

    

사실은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공개적인 플랫폼에서 하고 싶지 않았다. 실제로 내 첫 책의 원고에도 내가 겪은 계약직으로서의 경험을 이렇게 자세히 적지 않았다. 그랬던 것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 가장 큰 것은 상처 주고 싶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약직>으로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누군가가 있음을 잘 안다. 그들의 상황이 나와 완전히 똑같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적어도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고충을 겪으면서도 고군분투하고 있을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내가 계약직으로서 겪은 <최악의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밝히고 싶지 않았다. 굳이 나라는 사람이 나서서 공론화시키지 않아도 그들은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매 순간, 매 분, 매초 고민하며 상처 받으면서도 꿋꿋이 버티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야기를 끝내 공개적으로 밝히게 된 것은      


혹시라도 지금 이 순간 <계약직 입사>를 고민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혹시라도 지금 이 순간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회사의 입사를 고려중인 사람에게


혹시라도 지금 이 순간 <정규직 전환>이라는 조건에 일말의 희망을 품고 있을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서다.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드는 건
<정말 아닌 거다.>     


최악보다는 차악이 낫고, 차악보다는 최선이 나으며, 최선보다는 진짜 좋은 선택을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 반대의 경우는 결코 성립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진짜 좋은 선택보다 최선을,

최선보다는 차악을.

차악보다는 최악을 선택하고 싶은 사람은 이 세상에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나는 이 글을 읽을 누군가가 최악이 아닌 차악을. 차악이 아닌 최선을. 최선이 아닌 진짜 좋은 선택을 하길 바라며 이 글을 썼다. 단지 그뿐이다.



   




   

100% 실화를 기반으로 작성된 이 책 <퇴사까지 60일 남았습니다, 김현석 저, 보름달데이(2020.05)>에는 딱 하나의 허구가 등장한다.


바로 에필로그의 내용이다.


현실의 김윤주(가명)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저자가 왜 그런 결말을 선택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최악의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이 살아나가고 있을 이 세상의 모든 <김윤주>에게 일말의 희망을 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책, <퇴사까지 60일 남았습니다, 김현석 저, 보름달데이(2020.05)>에는 내가 이 글을 통해 차마 밝히지 못한 최악의 이야기들이 더 많다.



좋은 회사란 어떤 곳이냐고?


정확히 이 책에 나온 회사와 정반대의 회사를 골라라.

그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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