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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Jun 25. 2020

삶의 속도에 글이 따라가지 못한다

내 삶에서 날짜가 사라졌다

새 글을 안 쓴 지 사흘이 지났다. 그렇다고 해서 사흘간 놀고먹기만 한 건 아니다. 오히려 더 바쁘게 살았다.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 일요일 이후부터 수요일인 어제까지 나는 영상을 만들었다. 월요일엔 책 2권을 빠르게 읽었다. 수요일에 업로드 한 영상에서 언급된 책(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1,2권)을 미리 읽어둬야 이번 주 수요일에 소개하게 될 글의 내용에 좀 더 공감하고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화요일은 오전에 대본을 쓰고 녹음하고 음성을 편집하고 아이패드에 파일을 옮겨 영상을 만들었다. 이번 영상부터는 전체 영상에 자막을 달았다. 브류(Vrew)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했는데 영상의 음성을 AI로 인식하여 자동으로 자막을 생성해주는 편리한 기능을 제공한다. 다만, 음성인식의 정확성이 다소 떨어져서 (‘글 읽는 밤’을 ‘그리는 밤’으로 인식하는 등) 결국엔 처음부터 끝까지 영상을 재생하며 잘못 입력된 자막을 하나하나 고쳐줘야 한다.


이 모든 작업을 거치고 나니 벌써 화요일 밤 11시였다. 원래는 완성된 영상을 유튜브에 비공개로 업로드시키는 것까지 화요일 중에 끝내 놔야 했는데 도저히 그럴 시간이 안 돼서 결국 자고 일어나 다음날 오전에 업로드를 마쳤다.


영상의 썸네일은 수요일 오후에 만들었다. 유튜브에서 썸네일 제작 관련 영상을 몇 개 찾아보고 공부해가며 만들었는데 만족스럽진 않지만 이거야말로 만들수록 실력은 자연히 나아지리라 믿는다.


그렇게 [글 읽는 밤]의 수요일 정기 업로드를 마치고서 드디어 오늘이 되었다. 오늘은 일주일 중 내가 유일하게 쉴 수 있는 날이다. 다음 업로드인 일요일 영상의 제작을 오늘부터 시작해도 되긴 하지만 중간에 하루 정도는 쉬어줄 필요성을 느꼈다. 삶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다.



나는 영상을 제작하여 유튜브에 올리는 <유튜버>이기도 하지만 그전에 내 삶을 글감으로 글을 쓰는 <에세이스트>이기도 하다.


비록 일주일 중 약 6일 (월화수/금토일)을 유튜브 영상 제작에 할애하고 있지만 나의 포기할 수 없는 정체성 중 하나는 <작가>이기에 글을 쓰는 일을 게을리할 수는 없다.


일주일의 대부분을 유튜브 영상 제작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쓰면서도 틈틈이 메모를 하거나 책을 읽는 것은 그래서다. 나는 나의 글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글쓰기>가 주는 재미와 희열을 알기 때문이다.


최근의 내 삶에서는 날짜가 사라졌다. 오늘이 몇 월 몇일인가 보다 무슨 요일인지만 중요해졌다. 유튜브의 정기 업로드 요일인 수/일에 맞춰 나의 모든 일상이 돌아간다. 한 마디로 <내 글을 쓰는 시간>의 비중이 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다.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엔 주로 평일 오전에 최소 2시간에서 많게는 3시간까지 글을 썼다. 잘 써지든 안 써지든 고정적으로 꾸준히 썼다. 새로운 글을 쓰기도 하고 써뒀던 글을 고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저절로 하나씩 글이 완성됐다.


하지만 요즘은 그러지 못한다. 글 읽는 밤의 정기 업로드를 주 3회에서 주 2회로 줄였음에도 <글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만족할 만큼의 시간 확보가 되지 않는다. 그저 짬짬이 떠오르는 생각을 휴대폰 혹은 아이패드 메모장에 휘갈겨 써뒀다가 오늘처럼 여유가 될 때 짤막한 메모들에 살을 붙인다.


삶의 속도에 글이 따라가지 못한다


이 글이 시작된 메모는 딱 한 줄이었다. <삶의 속도에 글이 따라가지 못한다.>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다가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이었다.


영상제작이라는, 아직 손에 익지 않은 작업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내 삶의 속도는 전에 비해 현저히 빨라졌다. 중간중간 스치듯 지나가는 생각을 글로 붙잡아둘 여유가 없다. 물리적으로든, 심적으로든.


하지만 괜찮다. 때로는 글보다 <사는 것>에 더 집중하여 살아야 할 때도 있는 것 같다. 언제 또 내가 이렇게 무언가에 미친 듯이 빠져서 살아볼 수 있겠는가.


그리고 나로서는 별로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다.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내 글의 귀한 재료가 되어줄 것이다. 나는 <살면서 써지는 글>을 좋아하는 에세이스트니까.


오늘은 하루 종일 책을 읽었다. <책 보는 밤>에서 소개할 예정인 책이다. 어떻게 보면 또 유튜브와 관련된 일이지만 이제 내 삶에서 <영상>과 <글>과 <책>은 별개의 존재가 아니다.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다.


글을 쓰고 읽고, 책을 보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하여 영상을 만드는 삶. 나의 일주일 중 6일을 할애하게 만드는 이 삶의 변화가 아직은 조금 낯설지만 기분은 좋다.   



(2020.06.25 22:38)


  




그러니까 제가 새 글을 뜸~~ 하게 올릴지라도 어여삐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D

영상 제작이 손에 익으면 지금보다는 더 자주! 새 글을 업로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항상 응원해주시는 구독자님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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