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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May 07. 2020

말이 글이 되고, 글이 말이 되는 삶

<출간>에 대한 집착이 옅어지다.


유튜브를 시작하며 달라진 점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가장 큰 변화는 역시 <내 삶의 모습>인 것 같다.


사실 나는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어느 쪽이냐 하면 하고 싶은 말이 10가지가 있으면 그중 절반 정도만 하게 되는 사람이랄까. 말이 많아지면 그만큼 실수하게 될 가능성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 성향은 지금까지 내 글에도 반영되어왔다. 요즘처럼 하루에 3-4개씩 무자비하게 글을 쏟아냈던 적이 없다. 하루에도 몇 개씩 글감이 떠오르고 그것을 안에 담아두지 않은 채 바로 쏟아내는 과정에서 나온 글들이다 보니 여기저기 부족한 게 많다. 이제야 그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 줄도 모르고 이 원고는 무조건 된다고 신나서 써재꼈으니. <이 원고로는 책을 출간할 수 없다.>는 한 출판사의 투고 거절이 전혀 납득이 안 가는 것도 아니다. (백 프로 납득한 건 아님!)


4월 23일부터 5월 4일까지 11일간 나는 총 27개의 글을 썼다. 짧은 토막글 수준의 글도 몇 개 포함한 숫자지만 오래전부터 내 안에서 품고만 있었던 소중한 말까지 끄집어낸 글도 더러는 있다. (브런치에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 글이 포함된 원고를 총 3군데의 출판사에 투고했고, 한 군데에서는 이미 거절당했다.

두 군데의 출판사의 회신을 기다리고는 있는데 어쩐지 거기서도 어렵다는 답을 들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해하거나 움츠러들지 않게 되는 것은 역시 바뀐 나의 삶의 모습과 관련이 있다.


나는 요즘 <말이 글이 되고, 글이 말이 되는 삶>을 살고 있다. 비유나 상징 같은 게 아니라 말 그대로다. 유튜브 채널에서 [글 읽는 밤]이라는 코너를 운영하면서 나는 말하고, 그렇게 말한 것들을 글로 다듬어 브러치에 올리는 중이다. 이런 식으로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책 출간>에 대한 나의 고집이 조금 말랑해졌다.


책이란 것이 결국 저자가 하는 말과 글을 모아 만든 것 아닌가? 나는 이미 영상에 내 말을 담고, 브런치에 글을 담아 올리고 있으니 굳이 책까지 만들 필요가 있나? (그것도 여러 사람(출판 관계자분들) 힘들게 하면서까지??)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장담할 순 없지만 나는 지금 집필 중인 나의 첫 책을 마지막으로 내 쪽에서 먼저 책을 만들어주십사 제안하지는 않을 것 같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책을 안 내도 괜찮을 것 같다니. 굉장히 건방진 생각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글을 읽게 될 브런치에 있는 수많은 출판 관계자분들 (작가님, 편집자님 등등)의 노고를 비하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고생하고 계시는 분들께 나까지 굳이 짐을 지어드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랄까.


어차피 나는 이미 나의 말과 글을 <유튜브>와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통해 충분히 표현해오고 있으니, 이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 진 거다. 이미 나는 충분히 말하고, 충분히 쓰면서 살아오고 있으니 말이다.


어제자로 벌써 5개의 [글 읽는 밤]이 만들어졌다.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내 삶의 변화가 나는 좋다. 물론 말이 많아지다 보니 혹시나 내 말이 누군가를 상처 입히진 않았을지에 대해 반성하는 시간을 좀 더 자주 갖게 된다.


이 글도 누군가를 상처 입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상처 받은 사람의 마음까지 헤아리고 공감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서 썼다. (써놓고 보니 이 말도 참 건방져 보인다. 또 하나 반성할게 늘었다.)


그렇게 말과 글이 많아진 내 삶의 균형을 잘 잡아가고 싶다.


(2020.05.0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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