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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Aug 29. 2020

꼰대와 멘토의 차이

위로가 필요할 때와 조언이 필요할 때

꼰대와 멘토의 차이가 뭘까? 


얼마 전 출간한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에 수록된 ‘쓴소리든 잔소리든 사양합니다.’라는 글을 쓸 때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해봤다.


해당 글에서 나는 누군가 내게 한 조언이 ‘쓴소리’가 될지 ‘잔소리’가 될지는 오직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결정한다고 말했었다. 


꼰대와 멘토의 차이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조언이 나에게 듣기도 싫고 공감도 안 되는 ‘잔소리’가 되지 않고 듣기엔 불편하지만 결국 내게 필요했던 말이라고 인정하게 되는 순간이 누군가의 조언이 내게 ‘쓴소리’가 되는 것이고 그 말을 해준 이가 ‘꼰대’가 아닌 ‘멘토’가 되는 것이 아닐까?


며칠 전 나의 멘티인 S가 자신의 브런치에 이런 제목의 글을 올렸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뭐지?>


그녀는 해당 글을 통해 퇴근하고 나서도 충분히 개인 시간이 확보가 되는데 그래서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얼마든지 해낼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본인에 대한 자괴감과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다는 기분을 토로했다.


이모티콘 그리기, 소설 쓰기, 웹툰 그리기, 영어 공부하기, 인스타에 그림 그려서 올리기 등 하고 싶은 일은 너무도 많은데 이 중에서 자기가 정작 '제일'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겠다고.


그 글을 읽은 나는 브런치에 댓글을 공개적으로 쓰지 않고 (이 말을 하다 보니 브런치에 비밀 댓글 같은 기능이 추가되어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조만간 생각을 더 가다듬어 브런치에 제안해봐야겠다.) 그녀에게 카톡을 보냈다.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그중에서 뭘 제일 하고 싶은지 모르겠는 이유는 <한 번도 그 일에 제대로 뛰어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 두 번 하다가 끝내고, 또 조금 끄적이다가 끝내고. 그렇게 대충 조금씩 깔짝거리듯 하니까 결론이 안 나오는 거예요.

제가 지금 좀 과격하게 말하고 있지만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S 씨가 더 방황하고 헤맬까 봐 좀 강하게 얘기합니다. (이해해주세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한 달이면 한 달, 3개월이면 3개월, 시간을 정해두고 미친 듯이 뛰어들어요. 그 기한 내에 몰두해서 할 수 있는 걸 다 했는데도 안 된다? 그리고 새로운 노력을 하여 이 어려움을 뛰어넘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든다? 그러면 본인이 알 거예요. 아, 이건 내가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구나.

지금 하고 싶다고 생각 중인 많은 것들에 순서를 정해 봐요. 이 많은 것들 중에서 그래도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일이 있지 않아요? 순서가 매번 똑같을 순 없지만 지금 생각했을 때 가장 도전해보고 싶고 시도해보고 싶은 일, 그것부터 우선 한 달간 해봐요. 

뭐라도 하면 뭐라도 하게 돼요. 저는 S 씨가 생각하기를 멈추고 그냥 뭐라도 해봤으면 좋겠어요. 여러 가지 한꺼번에 다 하려고 하지 말고 딱 하나만 정해서 딱 한 달만 꾸준히 해봐요.


나는 평소에 이런 강한 어조의 말을 잘 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생각이 있고, 그 생각에 대해서 본인 스스로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믿기에 그저 그 사람의 가슴에 품어있는 생각을 끄집어내기 위해 이런저런 질문을 하면 했지 이런 식으로 단정적이고도 강하게 내 의견을 밀어붙이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존재 중 한 사람인 S 씨에게 이렇게 강한 어조로 내가 말한 건 지금의 그녀에겐 말랑말랑한 ‘위로’가 아닌 따끔한 ‘조언’이 필요할 때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약 2년간 S 씨를 지켜봐 온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S 씨는 그녀가 말한 ‘하고 싶은 일’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재능이 다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지금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건 ‘망설임’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걸 해봐도 될까?’, 혹은 ‘내가 이런 걸 할 수 있을까?’라는 일말의 망설임 때문에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스스로 믿지 못하고 ‘할까 말까’ 고민만 하다가 지금까지 시간을 보내왔을 거라는 짐작이 들었다. 


그랬기에 나는 이번에 그녀의 불편한 존재가 되기를 자처했다. 비록 그녀가 나에게 ‘언니. 저에게 답을 내려주세요.’라고 먼저 요청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서 이제부터 하게 될 내 말이 그녀에게 ‘쓴소리’가 아닌 ‘잔소리’가 되고 그녀가 나를 더 이상 ‘멘토’가 아닌 ‘꼰대’라고 여기게 될 가능성이 손톱의 떼만큼이라도 있다 하더라도 말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실제로 그리했다.


다행히도 S 씨는 나의 ‘진심’을 알아주었다. 너무 맞는 말이라 정곡이 찔렸단다. 자신이 말한 것 중에서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일은 ‘인스타에 그림 그려서 올리기’라고 한다. 하루에 한 장 내지 이틀에 한 장씩 그날그날 들었던 생각과 느낌을 그림일기의 형식으로 그려 올리겠다는 그녀에게 나는 언제까지 올릴 거냐고 물었다. 내일까지 올리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실제로 다음날, 그녀는 인스타에 자신의 첫 그림일기를 그려 올렸다. 



사람에겐 위로가 필요할 때와 조언이 필요할 때가 있다. 지금의 그녀에겐 듣는 순간 마음이 녹고 심리적으로 위안을 받는 ‘위로’보다는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드는 ‘조언’이 필요할 때였다.


이 차이를 알고 당사자에게 가장 필요한 무언가를 적절히 건넬 수 있느냐 없느냐가 바로 ‘꼰대’와 ‘멘토’를 가르는 하나의 기준이지 않을까?


물론 이 모든 과정에는 조언을 구하는 자와 조언을 하는 자 사이의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그런 과정도 없이 무턱대고 나에게 ‘조언’을 하는 사람이 혹시 주변에 있다면 그 사람의 말은 귀담아들을 것도 없이 그냥 흘려버려라. 


그 사람의 말은 높은 확률로 ‘조언’이 아닌 ‘잔소리’이자 ‘오지랖’ 일 것이니.     







용기 내어 첫발을 뗀 유독 작가 (글 속의 S 씨)를 진심을 다해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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