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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Sep 11. 2020

첫 책을 냈고 나는 알바를 했다

이렇게 4개월이라는 시간을 확보했다

정확히 한 달 전, 내 책은 전국에 있는 오프라인 서점에 깔리기 시작했다. 2년간 브런치에서 연재해온 이야기를 엮은 책이었다.


첫 책이 세상에 나왔을 때 수많은 사람들의 축하와 응원의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를 읽는 동안 마음이 벅차올랐다. 감사했고, 울컥했다.


그렇게 감동의 물결이 흘러넘치던 한 달이 지났고 내 책은 어느덧 오프라인 서점의 ‘서가’에 들어가게 됐다.


더 이상 ‘이달의 신간(에세이)’ 코너에서 내 책은 볼 수 없다. ‘베스트셀러’ 코너에서는 더더욱 어렵다. (베스트셀러 코너에서는 앞으로도 볼 수 있을지 결코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그제야 책 출간의 기쁨에 한껏 취해있던 그때 친구가 소개해준 재택알바를 거절하지 않고 한 나 자신을 엄청나게 칭찬해줬다.


책 출간을 한 뒤 가장 많이 받았던 메시지 중 하나는 이거였다. ‘부럽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목청껏 말했다. ‘1도 부러워하실 필요 없어요.’ 이는 결코 점잔을 빼려는 말이 아니었다. 내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진심, 그 자체였다.


책 출간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 모든 사람들이 해낼 수 없는 엄청 엄청 어려운 일인 것도 아니다. 컨셉이 확실하고 글이 좋으면 내가 쓴 글은 언젠가 책이 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진짜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 (아마 이달 말쯤에 출간될 나의 두 번째 책을 본다면 더더욱 확신을 갖게 될 것이다)


진짜 어려운 건 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책을 ‘파는 것’이다. 그것도 ‘잘’ 파는 것이 정말 어렵다. 예전에 브런치에 올렸던 ‘원고 투고의 결과를 기다리는 작가의 마음’이라는 글에서도 한 번 언급했었는데, 베스트셀러를 여럿 만든 김** 작가님께서 1인 출판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며 느낀 그 기분을 나는 요 한 달간 절실히 느끼는 중이다.


책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 한 권의 책으로 엮여 나올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면. 정말 어려운 건 그 책을 잘 파는 것이고 글을 쓰고 책을 쓰는 것만으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전업작가’의 반열에 오르는 것이야말로 진짜 진짜 어렵고 힘든 일이다.


어쩌면 남들이 보기엔 나도 이미 ‘전업작가’ 일 수 있다. 특별히 속해 있는 직장이 없고, 글쓰기와 영상 제작 등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생활해나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스스로를 전업작가라고 칭하고 싶지 않다. 나는 이제 겨우 첫 책을 냈을 뿐이다. 어쩌면 작가 지망생이라는 타이틀을 떼어내기엔 한참 이른, ‘무명의 신인 작가’이다.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를 비하하고 좌절감을 느끼는 것은 또 아니다. 그냥 주제 파악(현실 파악) 중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나의 현재 상황에 대해 근거 없는 과장도, 근본 없는 비난도 없이 그저 팩트들만으로 나의 위치와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랄까.


그랬기에 첫 책을 출간하고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받았던 재택알바 제의는 절대 거절할 수 없었다. 거절해서도 안 됐다. 그렇게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 올해 말이라는 기한 동안 내가 하고 싶은 일 (글쓰기, 유튜브 영상 만들기, 오디오 클립 제작 등)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


빠르면 다음 주, 늦어도 2주 뒤에는 재택알바의 보수가 입금될 예정이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그것만 있어도 최소한 올해 말까지는 내가 해보고 싶은 일 하나에만 떳떳하게 몰두할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은 된다.


첫 책을 낸 무명의 신인 작가인 나는 재택알바를 했고 그렇게 약 4개월이라는 또다시 내가 해보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는 기간을 확보했다. 그렇게 또다시 나를 덮쳐온 ‘생계’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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