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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Sep 24. 2020

하루의 시작을 글쓰기로 시작하면

오늘도 나는 행복할 모양이다.

요 며칠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글을 쓴다. 글쓰기 외의 것들에 잠시 눈을 감을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이 시간밖에 없기에 그렇다.


나는 작가이자 유튜버다.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 오디오 파일을 제작하여 올리기도 한다. 집안 살림을 책임지는 주부이기도 하고 온라인 독서모임을 이끄는 리더이기도 하다.


이렇다 보니 나는 하루에 최소 1인 3역은 해내야 한다. 밥을 안 해 먹고 집을 안 치우고 살 수는 없으니 ‘주부’로서 사는 시간이 하루에 깨어있는 시간에서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요즘은 남편이 많이 도와줘서 전보다 주부로서 활동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그다음으로는 영상과 음성 제작이라는 ‘콘텐츠 제작자(크리에이터)’로서의 시간이 차지하며 나머지 자투리 시간에 글을 쓰고 독서모임용 책을 읽는다.


한 마디로 이것저것 벌여놓은 일이 많다. 그래서 시간 분배가 생명이다. 매일 자기 전 내일 중점적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를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잔다. 그래야 눈 뜨자마자 일어나 그 일을 시작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요즘 너무 글쓰기에 소홀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아닌 게 아니라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 오디오 클립을 추가로 개설하고 나서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은 것이 글쓰기 시간과 독서 시간이었다.


채널이 늘어난 만큼 영상과 음성 제작에 할애하는 시간은 늘어났지만 그 일들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은 떠올리지 못했다. 무식하고 촌스럽지만 그냥 정직하게 내가 할 수 있는 속도에 맞춰 영상을 만들고 음성파일을 제작한다. 그렇다 보니 하루가 24시간밖에 안 되는 것이 안타깝다고까지 느껴질 정도로 시간이 부족했다.


더 안타까운 점은 그렇다고 해서 내 하루가 갑자기 32시간이 되고 40시간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수면시간을 줄이는 방법도 있지만 충분히 자지 않고 일하면 피로도가 쌓여 일의 효율이 떨어진다. 하루 최소 6시간 최대 8시간의 수면 시간을 지키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 하려면 결국 각각의 일들에 쓰이는 시간의 비율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고 거기서 가장 먼저 줄어든 시간이 ‘쓰기’와 ‘읽기’의 시간이었다.


쓰기와 읽기를 소홀히 하는 작가라니. 작가 실격이다. 이대로라면 애써 쌓아 온 문장력도, 글을 쓰는 ‘감’도 덩달아 무너질 것 같았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 일어나자마자 바로 한글 창을 켜고 뭐라도 쓰는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이제 겨우 나흘째인데 나쁘지 않다. ‘뭐라도 쓰면 뭐라도 나온다.’는 진리라는 것을 매 순간 느끼며 지금도 이 글을 쓰고 있다.


하루의 시작을 글쓰기로 시작하면 기분이 참 좋다. 아직도 내게는 글쓰기가 참 어렵고 힘든 작업이기에 그렇다. 얼마 전 책 한 권을 낸 작가가 이런 말을 해도 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도 글쓰기가 어렵다. 특히 첫 문장을 시작하기 직전의 그 막막함에 자주 무너지곤 한다.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을 며칠째 계속 해내고 있으니, 기분이 좋지 않을 수가 없다. 하루의 시작이 좋으면 그 하루는 마칠 때까지 대체로 좋았다. 그래서 내가 요즘 그렇게 기분이 퍽 좋았던 모양이다.


사실 어제는 새 글을 못 썼다. 그 대신 다음 주 출간을 예정하고 있는 두 번째 책의 교정을 봤다. 다른 작가들은 어떻게 교정을 보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교정을 볼 때 첫 꼭지 글부터 마지막 꼭지 글까지 쉬지 않고 한꺼번에 읽으며 교정한다. 그래야 책의 전체적인 흐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어서다.


그렇다 보니 어제는 교정하는 데에만 하루 반나절을 다 썼다. 이게 내가 새 글을 안 써도 되는 핑계는 되지 못하지만 교정을 하며 문장을 다듬고 단어를 바꾸며 어찌 됐건 ‘글쓰기’와 관련된 일을 했으니 새 글을 쓰지 못한 어제의 나를 용서해주기로 했다.


어느덧 A4용지 한 페이지를 채웠다. 오늘도 시작이 좋다. 아마 오늘도 나는 행복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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