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붱 Sep 27. 2020

어제 브런치 작가 3명이 브런치를 탈퇴했다.

브런치여. 진정으로 우리에게 할 말이 없는가?

오늘도 습관처럼 일어나자마자 브런치에 접속했다. 구독자수 1,469명. 어제보다 3명이나 빠졌네. 예전에 한 구독자님께서 천 명이상의 많은 구독자가 있으면서도 한 명 두 명 구독자수가 빠지는 걸 아는 내가 신기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그건 별로 신기할 일이 아니다. 그냥 매일 보다 보면 안 외우고 싶어도 외워지는 게 구독자 수더라. 


그런데 오늘은 평소와 좀 달랐다. 단순히 구독자수가 3명 줄었다는 것에서 그쳤다면 이런 글도 안 썼을 것이다. 줄어든 구독자 수만큼 내가 구독하는 ‘관심작가’ 숫자도 줄었다. 더도 덜도 말고 딱 3명이.


이해를 돕고자 설명을 조금 덧붙이자면 브런치 계정의 구독자수와 관심 작가 수는 전혀 별개의 지수다. 구독자수는 말 그대로 내 브런치 계정을 구독해주는 사람의 숫자를 말하고, 관심 작가 수는 내가 구독을 하고 있는 나 외의 다른 작가의 숫자를 말한다.


한 마디로 어제 내 브런치를 3명이나 구독취소를 했다고 해서 내가 구독 중인 관심 작가의 수도 그만큼 자동으로 줄어들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났다. 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어제 그 누구도 구독 취소를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단 한 가지의 가정을 추론해볼 수 있다. “어제 3명의 브런치 작가(내가 구독 중인)가 브런치를 탈퇴했다.”



어제 3명의 브런치 작가(내가 구독 중인)가
브런치를 탈퇴했다.


약 4개월 전 나는 이런 글을 썼었다. <브런치 하나만으로도 먹고살 수는 없을까?> 그 글을 썼을 때 나도 ‘내가 브런치를 탈퇴한다면 어떤 기분일까?’에 대해서 잠깐 언급했던 적이 있다. 그 글에서 나는 이렇게 말했었다. 내가 만약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인해 브런치를 탈퇴하게 된다고 해도 그다지 비참한 기분은 느끼지 않을 것 같다고. 그렇게 말했던 이유는 하나였다. ‘돈이 안 된다는 것.’


브런치의 수익성에 대한 고민과 나름의 대안을 제시한 그 글에서는 내가 브런치를 탈퇴하게 만들 수도 있는 수많은 요소 중 하나로 나는 ‘돈’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은 아직도 유효하다. 내가 브런치를 탈퇴하게 된다면 수많은 요소 중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 여겨지는 것은 ‘브런치만으로는 돈이 안 된다는 것’이 될 것이다.


4개월 전 나는 브런치 작가가 브런치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심지어 브런치도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하나의 모델을 제안했었다. 그러나 브런치에서는 검토해보겠다는 답변만 했을 뿐 벌써 몇 개월이나 더 지났음에도 아무런 변화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그 몇 개월 사이에 브런치를 이탈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생겨났다.


이쯤에서 브런치에 묻고 싶다. 정말로 그대들은 이대로도 괜찮다고 생각하는가? 혹시 겨우 천 사백 여명의 구독자수를 보유하고 있는 내 브런치 계정에서 겨우 3명의 브런치 작가가 탈퇴를 한 걸 가지고 (심지어 진짜로 탈퇴한 건지 어떤 건지 알 수 없음) 너무 오버한다고 생각하고 있진 않은가? 만약 정말 그런 생각을 아주 조금이라도 하고 있다면 정신 차리라고 말하고 싶다.



남일 같지가 않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유저들은 그런 말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그대들은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세 명이 아니라 단 한 명의 이탈자가 발생한다고 해도 그 이유에 대해서 철저히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한 명이라도 더 오래 브런치를 이용하게 붙잡아 둘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자고 일어나니 구독자 수가 3명 빠지는 일은 어쩌면 브런치 작가로서는 흔하게 겪을 수 있는 일 중 하나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유가 단순히 내 브런치를 더 이상 구독하고 싶지 않아서 브런치 작가 스스로 내 브런치의 구독취소를 누른 것이 아니라, ‘브런치’라는 플랫폼 자체를 탈퇴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들의 결정이 결코 남일 같지가 않아서 그렇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심지어 누가 탈퇴했는지조차 정확히 확인할 수 없는) 그들의 결정이 이토록 가슴 아프게 느껴지는 것은 그래서다.     


브런치여. 이런 우리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진정, 아무것도 없는가?          







댓글을 통해 다른 작가님들과 의견을 주고 받으며 나온 저의 생각 중 일부를 원문에 추가합니다. 



1) 브런치는 글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참 좋은 플랫폼 같아요. 그런데 글을 '꾸준히' 쓰려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어려운건 시작보다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인데..그 지난한 과정을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걸어갈 수 있도록 독려할 수 있는 브런치만의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라는 마라톤에 참가중인 브런치 작가들이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행복한 글쓰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곁에서 이런저런 도움을 주는 '페이스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브런치가 작가들에게 해줄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2) 오늘 드디어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더라고요. 그렇게 1년에 한번만 하는 완전 빡센 공모전(....) 뿐만이 아니라 좀 소소한 재미와 보람을 얻을 수 있는 리워드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가로서의 '시작' 뿐만이 아니라 작가로서의 삶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데에 브런치가 이런저런 도움을 주면 좋겠다는게 개인적인 바람입니다..ㅎ


3) 이 글에서는 '돈' 하나에만 초점을 맞춰서 얘기하긴 했지만 사실 브런치를 탈퇴하게 될 요소는 돈 말고도 많다고 생각 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하는 이유는 탈퇴하는 것보다는 남아서 글을 쓰는게 더 낫다는 제 나름의 이유들이 있기 때문이긴 하지만요ㅎㅎ 문제는 그렇게 저 스스로 찾아낸 '브런치를 계속 하는' 저만의 이유가 사라졌을 때인 것 같습니다. 사실 최근들어 브런치에 글을 써서 공개하는 것에 대한 회의감도 들고 있고요...여러모로 마음이 심란하네요.


4) 아마 브런치도 작가님과 같은 생각으로 지금까지 특별한 수익 모델 없이 운영해왔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유익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생산자들에게는 그에 합당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거든요. 글이라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브런치 작가들또한 그에 합당한 보상(돈이 됐든 그 외의 간접적인 보상이 됐든 상관없이요) 을 받을 수 있다면 지금처럼 한 명 두 명 브런치를 이탈하는 분들이 줄어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에요. 글쓰기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에는 저도 어느정도 공감은 합니다. 다만, 그 이유가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보상을 주지 않아도 되는 근거로 사용되지는 않기를 바라요. 특히 요즘같이 콘텐츠 하나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이 늘어나고 그 성장세도 가파른 상황에서 브런치가 지금처럼 아무런 리워드도 없이 ‘글’ 이라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제공하고 있는 브런치 작가들을 언제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가 의문이예요. 브런치 팀 내에서도 실제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인 것 같긴 하더라고요. 몇달 전에 브런치 인턴 지원자들에게 ‘브런치 작가들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글을 쓸 수 있도록 독려할 수 있는 방안(리워드)’에 대한 미션을 주기도 한것을 보면요. 어떠한 형태로든 변화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될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받고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요. :) 긴 글 읽어주시고 좋은 의견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도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D


5) 이만한 콘텐츠 군단도 없다는 나무산책 작가님의 말씀에 오래도록 시선이 머뭅니다.맞아요. 이만큼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이만큼의 사람들(수 만명)이 과연 타 플랫폼에 있을까요? 얼마전에 퍼블리에서 본 한 유료 웹진에서 각 플랫폼별로 진입장벽의 높이, 그리고 수익을 얻는데까지 걸리는 시간 등의 내용을 정리한 걸 봤는데요, 거기서 진입장벽으로는 [블로그 <브런치<크몽,탈잉,텀블벅<퍼블리,폴인] 순으로 어렵고, 수익화까지 걸리는 기간은 [퍼블리,폴인<크몽,탈잉,텀블벅<브런치<블로그] 라는 내용이 나와요. 그걸 보는데 좀..씁쓸하더라고요. 브런치는 진입장벽은 비교적 낮지만 내 콘텐츠를 생산하고 그걸로 수익화 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오래 걸리는구나.. 물론 알고는 있었지만 브런치에서 ‘글’이라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만으로도 먹고 살 수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저로서는 조금 힘빠지는 내용이더라고요. 결국 브런치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는 건가..그저 글쓰기를 ‘시작’하고 나라는 콘텐츠 생산자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스쳐 지나가는 플랫폼 중 하나라고 받아들여야 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실제로 브런치 작가로 시작은 했지만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일부 작가분들의 브런치 계정을 보면 최신글이 업데이트 되지 않는 계정도 있고, 업데이트 한다고 하더라도 타 플랫폼에 유료로 게재한 내용을 브런치에도 올리는 식으로 운영하고 계시더라고요. 제가 말하고 싶은건 그것이 잘못됐다는건 아니예요. 그분들의 그런 상황이 저는 충분히 이해가 되고 공감이 가더라고요. 브런치 스스로 그러한 상황을 초래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렇게 아무런 리워드 없이 플랫폼을 운영한다면 결국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콘텐츠에 정당한 보상을 주는 타 플랫폼으로 이탈하게 될거라는 것을 브런치가 이제라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대책을 세워주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브런치를 이용하고 싶은 헤비유저 중 한 사람으로서요..


6) 추천되는 글들이 평이하고 재미없게 느껴지는건 그렇지 않은 글을 써내는 작가들의 이탈이 반영된 걸지도 모른다.......! 뒷통수를 한대 세게 가격당한 느낌입니다. 브런치는 과연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요. 혹은 이대로 현상유지를 하게 되었을 때 브런치는 과연 어떤 모습이 될까요... 여러모로 앞으로의 운영방향이 궁금해지네요. 새로운 관점의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풍차동미미씨 작가님..!!


7) 우려해주신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래서 제가 4개월 전에 제안했던 것도 브런치의 전면 유료화가 아닌 일부 유료화 추진이었습니다. 예전에 위클리 매거진이라고 해서 매주 1회씩 연재가 가능한 매거진을 개설할 수가 있었는데요 (브런치 팀에 위클리 매거진 연재 신청을 먼저 하고 브런치 팀의 승인을 받아야지만 연재가 가능했습니다) 해당 기능처럼 '유료 매거진'의 개설 신청을 받아서 브런치팀에서 승인을 하면 브런치팀의 전문 에디터와 작가가 협업하여 정기적으로 글을 발행하고 그런 유료 매거진들은 맛보기 회차는 무료로 볼 수 있지만 그 이상부터는 브런치를 유료 구독하는(매달 일정금액을 정기결제하는 방식으로요) 사용자들만 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해달라는 내용이었어요. 그렇게 해서 얻은 수익은 유료 매거진을 발행한 작가들에게 일정부분 돌아갈수있게 하고요. 그리고 이건 작가님 댓글을 보고 추가로 생각한건데요, 실제로 '유료 매거진' 시스템이 도입되면 '유료 매거진' 메뉴를 따로 만들어서 유료 매거진을 보고 싶은 분들은 해당 메뉴에 들어가서 보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메인에는 지금처럼 무료 콘텐츠들 중 양질의 글이 선정되어 추천되는 방식을 이어가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드네요. :) 저 역시 브런치를 그렇게까지 오래 이용한 건 아니지만 약 2년 넘게 브런치에서 글을 쓰다보니 아무런 리워드도 없는 지금의 체제에서 그저 '글을 쓰고 싶다'는 저의 생각 하나에만 의지한 채 글을 꾸준히 이어가기가 생각보다 쉽지가 않더라고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이 있지만 그러기엔 브런치라는 절에 쏟아부은 저의 애정과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서 훌쩍 떠나기엔 너무 아쉬운 마음에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긴 글 읽어주시고 새로운 관점의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하민 작가님. 이 모든 댓글을 브런치 팀에서 꼼꼼히 확인해줬으면 좋겠네요. 사용자들의 다양한 이야기에 좀더 귀기울이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현명한 변화가 브런치 안에서 일어나길 바랍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응모할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