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여,더 이상불필요한 경쟁을 조장하지말아 달라
며칠 전 브런치에서 처음 보는 알람을 받았다. 글을 더 자주 발행해달라고 독려하는 내용의 알람이었다. 이 알람을 본 순간 처음엔 좀 당황했지만 이내 나는 좀 서글퍼졌다. 이런 알람을 보내야 할 정도로 브런치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든 것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이런 알람을 받아도 정작 나는 브런치에 글을 더 많이 자주 발행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아서였다.
실제로 유저들의 브런치 사용률이 줄어들었는지는 운영자만 알뿐, 일개 유저인 나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올해로 4년째 브런치를 이용 중이며 브런치에서 연재했던 내용으로 종이책 1권과 전자책 1권을 출간한 나조차도 앞으로 계속 브런치를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의구심이 든다.
퍼스널 브랜딩이 대세라고 한다. 더 이상 직장이 나의 평생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시대이자 한 평생 하나의 직업만 고수하며 살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어진 작금의 상황에서 사람들은 스스로를 브랜드화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글과 사진, 영상 등으로 기록할 수 있는 매체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블로그와 페이스북, 트위터로 대표되는 소셜 미디어들의 공룡들은 물론이거니와 스티비와 메일리, 글리버리 등 개인이 뉴스레터를 발행할 수 있는 메일링 서비스까지도 하나 둘 생겨났다. 이 외에도 내가 아직 파악하지 못한 다양한 매체들이 콘텐츠 생산자들의 선택을 목놓아 기다리고 있다. 한 마디로 브런치 외의 선택지가 많아진 것이다.
이는 '글'이라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우리 같은 작가들에겐 매우 좋은 상황이지만 브런치에게는 그다지 반가운 상황은 아닐 것이다. 브런치 운영자 입장에서는 이제 브런치가 아니어도 선택할 수 있는 대체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꼭 브런치를 이용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내야 브런치에 대한 유저들의 충성심(지속적인 글 발행 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브런치는 이런저런 공모전을 많이 진행했다. 밀리의 서재와 함께 진행한 전자책 공모전, 윌라와 함께 진행한 오디오북 공모전은 물론 한국 저작권 위원회와 함께 현재 진행 중인 <다시 쓰는 안데르센 세계 명작> 공모전도 있다. 매달은 아닐지라도 거의 두 달에 한 번씩은 공모전을 개최함으로써 작가들에게 좀 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시도들의 <의도>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다수의 공모전 진행'이라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공모전은 '승자 독식'의 세계다. 이긴 자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지만 이기지 못한 자는 그렇지 못하다. 나도 언젠가 작가로 데뷔할 수 있을 거라는 꿈은 물론 내가 쓴 글과 내가 그린 그림으로 물질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 역시 모두 승자만의 것이다.
물론 당선되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발행한 글과 기획한 아이디어는 남는다. 다만 그뿐이다. 그것들만 남는다. 사력을 다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공모전에 참가해도 수상하지 못한 자는 그저 참가자에 지나지 않는다. 공모전에 참가하며 품었던 브런치 작가들의 꿈과 희망은 공모전 낙선이라는 결과를 볼 때마다 매번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다.
이러한 좌절이 계속되면 사람은 어떤 생각을 품게 될까. 한두 번은 그래, 다음엔 더 잘해보자며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심기일전하여 다시 도전해도 떨어지고, 또 떨어진다면 종국엔 공모전에 도전하는 것 자체를 그만두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기약 없는 희망고문에 지쳐나가떨어지지 않을 사람이 과연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있기야 하겠지만 보통의 평범한 인간인 나로서는 계속되는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도전할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는다.
나는 브런치에게 묻고 싶다. 과연 그대들이 브런치 작가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이 '공모전' 밖에 없는가? 공모전처럼 어쩌다 한 번 반짝하고 마는 (다음에도 이어질지 아닐지 장담할 수 없는) 이벤트성 기회가 정녕 그대들이 우리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조치인가? 공모전처럼 승자와 패자, 얻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나뉘는 피 튀기는 전쟁을 거듭하라고 독려하는 것이 정녕 브런치가 우리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가?
나는 브런치 작가로서 브런치에게 요구한다. 더 이상의 불필요한 경쟁을 만들지 말기를. 그대신 선택받은 몇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공모전이 아닌, 오직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브런치 작가들이 작가로서의 꿈과 희망을 져버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브런치가 제공해주기를 바란다.
어제 오랜만에 연락을 하게 된 브런치 작가분 중 한 분이 내게 이런 디엠을 보냈다. <가끔 브런치에도 글 올려주세요.> 나는 이 디엠에 아무런 답장을 할 수가 없었다. 현재로서는 내가 브런치에 글을 올려야 할 이유가 딱히 떠오르지 않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