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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Feb 05. 2023

유료연재를 한다고? 내가?

알라딘이 쏘아올린 작은 공

알라딘의 글쓰기 플랫폼, 투비컨티뉴드(이하 투비)에서 유료 연재를 시작한 지도 어언 2주가 다 되어간다. 나는 그 사실이 못내 신기하고 때로는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그야, 처음엔 당연히 이런 생각을 했으니까.


나 같은 무명작가가 유료로 글을 발행한다고 해서
과연 몇 명이나 돈을 내고 봐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제로 돈을 지불하고 유료로 글을 봐준 구독자는 손에 꼽는다. 그래서 실망했느냐고? 전-혀. 나는 처음부터 큰돈을 벌고자 유료 연재를 시작한 게 아니었다. 그저 궁금했다. 


내 글이 자신의 시간은 물론 돈까지 지불하여 볼만 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주는 사람이 실제로 있을까? (단 한 사람이라도?)

그렇게 구매해서 본 사람들이 과연 내 글에 지불한 돈의 가치가 아깝지 않다고 여겨줄까?

내가 쓴 글이 정말로 내게 돈이 되어 돌아와 줄까? (아주 적은 금액이라도?) 


바로 이것이 글만 써서 먹고살고 싶다는 생각은 애초에 포기한 지 오래인 내가 굳이 구독자도 거의 없는 투비에서 유료연재를 시작하게 된 몇 안 되는 이유들이었다.


유료 연재를 시작하고 약 2주가 지난 지금. 앞서 열거한 걱정들은 그저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나는 투비에 접속하고 글을 쓰고 올리는 매 순간마다 느끼고 있다.


내 글은 팔리고 있다. 미미하지만 확실하게. 심지어 1화를 구매해 준 분이 2화, 3화까지 연달아 구매해주고 있는 것을 보며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내 글은 가치가 있다고. 누군가 내게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봐줄 정도의 글을 나는 쓰고 있다고.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더 이상 앞서 들었던 의심은 내 머릿속에서 씻은 듯이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를 다른 것들이 채워가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글을 올리기로 한 날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글을 올려야만 한다. 그것도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고 던지는 메시지도 없는 그저 그런 글이 아니라, 이 정도면 본인의 시간과 돈을 할애한 독자님들이 내 글을 읽고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여길만 한 글을 써야 한다.'


이런 생각들을 딱 한 마디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책임감’. 나는 유료연재를 시작한 뒤부터 내 글에 대해서 전에 없이 강한 책임감이 생겼다.


물론 이전에도 내가 쓴 글을 웹상에 올릴 때 이 글이 가져올 파장에 대해 아무런 책임감도 느끼지 않은 채 대충 휘갈겨 써서 올린 적은 거의 없다. (아주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단 100원이라도 내 글에 스스로 값을 매겨 판매를 시작하자 더 이상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기대감’이 아닌, 좋은 글을 써야만 한다는 ‘의무감’에 의해 글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내용을 구상하고 실제로 원고를 쓰게 되는 일이 많아졌다.


이러한 내 마음가짐을 더 확고히 지켜나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일이 바로 어제 일어났다. 어제 아침을 먹고 습관적으로 투비에 접속했다가 나는 내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N***님이 1000P를 응원했습니다.’

‘ㅅ****님이 100P를 응원했습니다.’

‘N***님이 2000P를 응원했습니다.’

‘S*****님이 200P를 응원했습니다.’

‘ㄴ**님이 200P를 응원했습니다.’

‘ㅅ****님이 100P를 응원했습니다.’


내 투비로그의 알림 창에 무수하게 많은 유료 응원 알림이 찍혀있던 것이다.


‘아직 유료로 발행한 글도 4개밖에 없는데... 투비를 시작 한 지 겨우 3주도 채 안 됐는데... 혹시 이거 에러난 건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기를 잠시, 수많은 유료 응원 알림 속에 있던 ‘댓글’을 하나 발견했다. 가장 많은 유료 응원을 보낸 ‘N’님이 남긴 댓글이었다.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이러하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입니다. 작가님의 글 응원합니다. (중략) 아기랑 맛있는 거 사드시라고 충전까지 했는데 한꺼번에 포인트를 보낼 수가 없네요. 다른 글도 보면서 보낼게요.


N님은 추가로 달아주신 또 다른 댓글에서도 포인트 보내는 기능이 있다니 참 좋다고. 작가님께 물질적 응원을 바로 보낼 수 있어서 좋다고 말씀해 주셨다.


이 외에도 이틀 전에 발표난 투비 노트 챌린지의 에세이 부문 우수상 수상 소식에도 N님을 비롯한 많은 구독자분들의 축하 댓글과 유료 응원이 찍혀 있었고, 이것이 바로 어제 아침 내가 목격한 믿을 수 없는 광경의 전말이었다.


이 모든 사태가 파악이 되자 나는 덜컥 눈물부터 쏟아졌다. 이러면 안 되는데. 뱃속의 아기를 생각해서라도 내가 울면 안 되는데.


행여라도 아기에게 악영향을 끼칠까 봐 최대한 참아보려고 했지만 양손으로 감싸 쥔 뺨 위로 속절없이 흐르는 눈물을 도저히 막아낼 수가 없었다.


글을 쓰고 그렇게 울어본 적이 얼마만이었을까. 그것도 뭘 해도 잘 안 돼서 속이 터질 것 같은 답답함에 흐르는 눈물이 아닌,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흘리는 기쁨의 눈물은 실로 오랜만, 아니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나 같은 무명작가가 유료로 글을 발행한다고?’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 글이 돈을 내고 봐줄 만한 가치가 있을까?’라는 생각 역시 하지 않는다. 아니 그전에 ‘나 같은 무명작가’라는 수식언조차 더 이상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프로다. 나는 더 이상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인 글을 쓰는 입장이 아니다. 내 글에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고 돈까지 지불하는 구독자(설사 그게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해도)가 있는 이상, 나는 더 이상 나만 만족하고 끝나는 글을 쓰는 무책임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웹상에 올리는 글이라고 해도 출간 원고를 작업하는 마음으로 한 꼭지, 한 꼭지. 최대한의 완성도를 이끌어내자. 그것이 내 글을 사서 봐주는 구독자분들에게 내가 드릴 수 있는 최선의 보답일 테니.


어제 N님께서 보내주신 폭풍 같은 유료 응원은 약 10%의 수수료를 떼고 다음날인 오늘, 내 계정의 수익금으로 들어왔고, 난 그 돈으로 알라딘에서 평소 꼭 사고 싶었던 책 다섯 권을 주문했다.


내일 중으로 책의 배송이 시작될 거라는 알라딘의 문자 알림을 보고 나는 또 한 번 확신할 수 있었다.

유료 연재는 할만하다. 아니, 작가라면 반드시 꼭 한 번쯤은 도전해 봐야 한다. 그래야 성장할 수 있다.


작가라면 유료 연재를
반드시 해봐야 한다.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유료연재는 작가들에게 아마추어 작가가 아닌 프로 작가의 길로 한발 더 가까워지는 경험을 돈까지 받아가며 할 수 있는 매우 소중한 기회라고 볼 수 있다. 작가로서 이 좋은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과연 있을까?


여기까지 쓰다가 문득 브런치에도 투비와 같은 유료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브런치의 모기업은 우리나라 굴지의 IT대기업, ‘카카오’이지 않은가. 카카오에는 ‘카카오페이’라는 강력한 사이버머니가 있다.


투비에서처럼 브런치에서도 작가들이 스스로 자신의 글에 값을 매겨서 판매하고 구독자가 응원하는 작가에게 유료 후원도 보낼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그걸 카카오 페이로 전환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내가 겪은 이 감사한 일련의 일들을 브런치 내에 있는 다른 작가들 역시 경험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만약 그런 일이 브런치 내에서 실제로 일어난다면 나는 투비뿐만이 아니라 브런치에서도 유료 연재를 기꺼이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다.


알라딘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브런치 내에도 큰 물결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그전에 경험자로서 투비에서 한 번 유료연재의 경험을 해보는 것 역시 적극 추천한다.


글쓰기 플랫폼은 브런치만 있는 게 아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절이 바뀌어서 중이 안 떠나도 되는 상황이 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지금까지 '브런치에 바란다'는 내용의 글을 여러 개 써왔지만 이번 글처럼 간절한 마음으로 써본건 또 처음인 것 같아요. 이게 다 '경험'의 차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브런치에도 좋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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