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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Jan 28. 2021

안 팔리는 초보 작가의 반성문

글쓰기는 취미로 하라는 말

드디어 책의 인세를 받았다. 예상대로 적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어떤 이는 출간된 지 1주일 만에 5쇄를 찍었다고도 하지만 내 책은 출간된 지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1쇄조차 다 팔리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전자책의 인세도 비슷한 시기에 들어왔는데, 역시 많지 않았다. 이 또한 예상했던 바였다. 그래서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예상보다 많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애초에 예상했던 금액이 매우 적었다.


책으로 큰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첫 책을 계약하던 당시 잠깐 했을 뿐이다. 내 책이 너무 잘 될 것 같았다. 그만큼 원고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원고에 대한 자신감은 내가 포기하지 않고 한 권의 책을 만들어 내기까지의 원동력은 되어주었지만 내 책의 판매량에까지 영향을 주진 못했다.


첫 책을 내고 얼마간 크고 작은 질문들을 많이 받았다. 책을 출간하는 과정에 대한 질문도 많았지만 압도적으로 많이 받은 질문이 바로 ‘그래서 돈은 좀 버셨느냐’는 질문이었다.


그 당시엔 아직 인세를 정산받기 전이라 뭐라 확답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나는 질문해주신 분들께 늘 얘기했다. 책 쓰는 것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들 것 같다고.


종종 첫 책으로 대박을 내는 분들이 있다. 브런치 작가들 중에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숫자는 한 손으로 꼽을 정도밖에 안 된다. 그만큼 극히 드문 케이스들인 것이다.



나는 그렇게 첫 책으로 대박을 내는 상황을 종종 로또 당첨에 빗대어 생각하곤 한다. 로또에 당첨되기를 꿈꾸며 수많은 사람들이 매주 로또를 사지만 당연하게도 당첨자보다 당첨되지 못한 자들이 많다. 로또 당첨의 꿈을 품고 누구나 한 장, 두 장 로또를 살 순 있지만 내가 산 로또가 1등에 당첨될 확률까지 보장받을 순 없으니까.


책 출간 역시 그렇다. 대박의 꿈을 안고 한 권, 두 권 책을 쓸 수는 있지만 내가 쓴 책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갈 거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물론 로또를 사는 사람들이 모두 일확천금의 주인공이 되리라 믿으며 로또를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혹시나 모르니까’ 혹은 ‘되면 좋으니까’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 일 것이다.


나는 책 출간도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되면 좋고 아님 말고’ 정신은 로또를 살 때 말고 책을 쓸 때 가지는 편이 스스로의 정신건강에 이롭다.



나는 이제야 사람들이 책을 많이 안 읽는다는 말을 실감한다. 출간 작가이지만 전업 작가는 또 하나의 커다란 벽이라던 어떤 분의 댓글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게 됐다. 수십 년간 다수의 책을 썼지만 글쓰기는 취미로 하라며 나에게 재취업을 적극적으로 권장했던 한 작가님의 마음이 어떤 심정이었을지도 이제야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더 이상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먹고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깨달아서다. 


대신 쓰고 싶을 때 쓰고 싶은 만큼만 편하게 글을 쓸 생각이다. 하루에 10분이든 5분이든 내 마음이 글쓰기를 원하는 때에 딱 그만큼의 마음으로.


그래야 ‘돈도 안 되는 일을 뭐하러 하느냐’는 누군가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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