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 김유진
지난달부터 시작된 온라인 독서모임 Book두칠성 4기의 2번째 책,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은 함께 읽는 책으로 선정되지 않기를 바랐다. 평소 ‘이건 이렇게 하고 저건 저렇게 하라’는 식의 자기 계발서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이 책의 저자인 김유진 변호사를 유튜브를 통해 먼저 알고 있었기에 나는 그녀가 책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일지 대충 짐작이 됐다.
저자는 유튜브를 통해 이미 새벽 4시 30분에 기상하는 브이로그를 여럿차례 찍어 올렸다. 이미 다 보고 들은 내용을 구태여 책으로 한 번 더 볼 필요는 없지 않나 싶은 마음이었지만 이 책은 독서모임 멤버들의 선택을 받았고 나는 결국 이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시 뻔했다.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서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세요. 굳이 4시 30분이 아니어도 좋아요. 6시가 됐든 7시가 됐든 본인 스스로가 주도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지면 삶에 크고 작은 좋은 변화가 시작됩니다.’ 이 한 마디로 요약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실망했느냐고? 전혀. 오히려 그 뻔한 게 좋았다. 누구나 다 아는 그 뻔한 말이 진짜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저자는 책을 통해 여러 번 반복하여 얘기하고 스스로의 삶으로서 증명해냈기 때문이다.
저자는 10대 때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다고 했다. 그 당시 저자는 크고 작은 인종차별을 겪음은 물론이거니와 거주하던 시에서 운영하는 수영 팀에서 선수로 활동했을 땐 신체적인 한계 때문에 타 팀은 물론 같은 팀의 코치와 선수들조차도 그녀에게 크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의 존재가 항상 부정당하고 아무도 자신에게 기대를 갖지 않는 그 시기에 그녀가 택한 것이 바로 새벽 기상이었다고 한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결코 넘어설 수 없는 신체적인 한계에 집중하기보다 남들이 자고 있는 시간에 일어나 한두 시간이라도 더 훈련하는 것. 이 단순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전략으로 그녀는 결국 한 수영 대회에서 자신의 키보다 두 세배는 더 큰 선수들을 당당히 제치고 우승을 하게 된다.
저자는 그때부터 더 이상 그 누구와도 스스로를 비교하지 않았다고 한다. ‘옆 사람 보지 말고 내가 나아가는 방향만 보고 질주하자.’는 스스로가 힘들 때 혹은 다른 사람과 자신을 무심결에 비교할 때마다 외우는 주문이라고.
그리고 이 주문은 처음으로 도전한 미국 변호사 시험에 낙방했을 때에도 유효했다. 다른 친구들은 합격의 기쁨을 누릴 때, 본인은 또 다른 주의 변호사 시험을 준비해야 했던 그녀의 심정이 어땠을까. (미국은 주별로 변호사 시험이 치러진다고 한다.)
책을 통해서 그녀 스스로도 언급했지만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그냥 다 때려치우고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이 낙방한 조지아주가 아닌 뉴욕주의 변호사 시험에 다시 도전하여 훨씬 높은 성적으로 당당히 합격해내고야 만다. 그것도 낮에는 조지아주 연방 법원에서 일을 하면서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공부한 결과였다.
책을 읽다 보면 ‘난 도저히 따라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도 적지 않았다. 그건 당신이니까 할 수 있는 거지, 나는 무리라고 외치는 내 마음속 작은 악마가 여러 번 고개를 쳐들었다. 하지만 그 소악마를 번번이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은 나 역시 매일을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들로 채워나가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요즘 일본어 공부를 다시 하는 중이다. 비록 저자처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진 못하고, 저녁을 차려 먹기 전에 잠깐, 혹은 차려먹고 난 뒤 40분씩 일본어 한자 책과 원서를 읽는 중이다.
그렇게 하루 40분씩 2번, 총 1시간 20분씩 일본어 공부에 투자한 지 딱 한 달째가 되었던 어제, 나는 드디어 한 권의 원서를 전부 다 읽었다. 읽다가 모르는 한자는 찾아보고 원서를 읽은 부분만큼 번역본의 내용도 함께 읽다 보니 속도가 더디긴 했지만 결국 다 읽어낸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노력하는 자에겐 매일이 시련이다
이번에 읽은 원서인 미움받을 용기 2(幸せになる勇気)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지식(아들러 심리학)을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실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고. 누군가는 시작하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하지만 사실 시작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은 바로 꾸준히 그 일을 이어나가는 것이라고.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하루하루가 시련의 연속이라고.
저자의 말이 그저 뻔한 말에 그치지 않고 나름의 울림을 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만의 시간을 따로 내어 스스로가 원하는 삶을 살아보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삶을 살지는 못한다. 인간은 때로 스스로에게 그 누구보다도 느슨한 잣대를 들이대기도 하니까.
‘아침 일찍 일어나 하고 싶은 일 조금씩이라도 하기’라는, 다소 서툴지만 투박한 진심이 담긴 그녀의 말에는 스스로의 삶에 정성을 다하는 사람의 흔적이 가득하다.
스스로의 인생에 작지만 확실한 변화를 주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뻔하지만 확실한 방법을 자신의 삶으로서 증명해내고 있는 김유진 변호사의 이야기를 눈으로 따라가는데에서 그치지 않고 몸으로서 실천해낸다면 거기서부터 당신의 삶은 변하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