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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May 09. 2021

죽음을 생각한다는 건 '삶'을 생각하는 것이다

[독서노트] 나는 매주 시체를보러 간다

온라인 독서모임 Book두칠성 5기의 마지막 선정 책.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최근 들어 죽음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죽음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시기이기에 책을 관통하는 주제가 <죽음>이라는 것이 매력적이라 선택했던 책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저자인 유성호 교수의 전공분야인 법의학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들며 설명해준 1부는 내 취향에 맞지 않았다. 같은 독서모임 멤버 중 한 분은 1부의 내용이 마치 ‘그것이 알고 싶다’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법의학을 처음 접하게 될 대중들에게 좀 더 친밀하게 다가가기 위한 구성이었을 것 같지만 그렇기에는 전문용어가 너무 많고 내용도 다소 복잡하여 크게 흥미롭지는 않았다.


하지만 존엄사와 자살, 안락사와 연명치료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과 그에 관한 저자의 생각이 담긴 2부와, 어떻게 하면 좀 더 ‘건강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각자 스스로 해볼 수 있게 만든 3부의 내용은 매우 재밌었다.


사실 최근에 눈여겨보고 있던 원서 중 하나도 이 책의 2부와 3부에 해당하는 내용을 다룬 책이라 해당 내용을 읽었을 때 좀 더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비록 내가 픽(?)했던 그 원서는 현재 몇 개의 출판사에서는 이미 출간 거절을 당했고, 몇 군데의 출판사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지만 이번 책을 읽고 나서 ‘죽음과 삶은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生きる(삶)>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라던 모 일본 저자의 말에 다시 한번 깊이 공감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결국 죽는다. 이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게 내 얘기가 되었을 때, 사람은 죽음에 대해 한 발 두 발, 거리를 두고 진지하게 생각하기를 꺼리는 것 같다.


미드 <굿 플레이스>에서는 천국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별로 행복해하지 않는 내용이 나온다. 알고 보니 그들은 ‘영원히 살 수 있기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천국의 생활이 축복이기보다 오히려 ‘족쇄’처럼 느껴져 행복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끝이 없는 삶이란 그토록 허망하고 재미없는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에피소드였다.


각자의 삶에 가치를 부여하는 데에는 저마다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가치들도 시간 앞에서는 그저 무용하다.


우리의 삶이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은 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다소 뻔하게 들릴지라도, 팔자 좋은 사람들의 배부른 소리로 여겨질지라도, <지금 이 순간 당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라, 그것이 바로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이라고> 말하는 이 책의 내용을 한 번쯤 귀담아듣고 스스로가 원하는 삶(죽음)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나름대로 정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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