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없어도, 안될 것 같아도

일단 해보는 사람이 얻는 것

by 코붱

일주일 만에 번역 공부를 한다. 갑자기 번역 공부 외에 ‘해보고 싶은 일’이 생겨서다. 나는 지난 일주일 간 원서 한 권을 읽고 요약했다. 돈을 받고 한 건 아니다. 어쩌면 하게 될 수도 있는 아르바이트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이 혹시 있나 싶어서 아마존을 뒤적이다가 발견한 책 한 권을 가지고 혼자 읽고 요약해본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이었다. 그 책을 다 읽고 요약을 한다고 해서 누가 내게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그 알바를 반드시 내가 하게 되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하지만 그냥 했다. 혼자서 정한 목표가 있어서다. ‘일주일 안에 원서 한 권 다 읽고 내용 요약까지 하기’라는 목표다.


언젠가 출판사 편집자 중 한 분이 브런치에 올리신 에세이를 봤다. 출판사에서 외서를 출간하려는 경우, 번역가에게 원고 검토를 요청하게 되는데 이때 번역가에게 주어지는 기간이 보통 일주일 정도라고 하는 내용이었다.


그 뒤로 내 안엔 ‘프로 번역가라면 일주일 안에 원서 한 권은 다 읽고 요약까지 가능한 수준은 되어야 한다.’는 원칙아닌 원칙이 생겼다. 물론 지금까지는 그저 생각만 하는 단계에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실제로 실행에 옮기게 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냈다. 지난주 토요일에 책을 배송받아 다 읽고 요약문을 만들 때까지 정확히 일주일이 걸렸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모르는 단어도 꽤 있어서 네이버 사전은 물론 구글에 있는 일한사전도 열심히 뒤적여봤고, (책의 특성상 신조어가 꽤 많았다.) 읽다가 종종 ‘내가 지금 이걸 왜 하고 있나’하는 현타를 느낀 것은 물론이거니와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까지 시시때때로 나를 덮쳐왔다.


하지만 일단 했다. 되든 안 되든 우선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첫 술에 배부를 수야 있냐고. 이번엔 그냥 하는 것 자체만을 목표로 하자며 스스로를 달랬다. 그리고 결국 해내고야 만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못해낼 줄 알았다. 내 번역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일주일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해낼 내 모습이 머릿속에 선뜻 그려지질 않았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실력은 나 스스로 검증할 수 없지만 ‘끈기’만은 검증해보고 싶었다.


그러한 ‘끈기’의 결과로써 239페이지에 달하는 책은 총 16페이지로 요약이 되었고, 이보다 더 짧은 분량으로 인스타그램의 피드로까지 만들어졌다.


16페이지의 분량을 과연 ‘요약서’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근데 뭐 괜찮다. 언젠가 내게 ‘이 책을 2페이지로 요약해 달라’는 요청을 누군가 했을 때, 요약 같은 거 해본 적 없다며 지레 겁먹고 물러서지는 않을 자신감 한 스푼 정도는 생겼으니까.


작은 시도와 성공은 사람에게 용기를 준다. 다소 ‘무모함’에 가까운 용기일지라도 말이다. 특히 누군가가 시켜서 한 일보다 내가 해보고 싶어서 시도한 일을 해냈을 때, 사람은 더 순도 높은 용기를 얻게 되는 것 같다.


자신 없어도, 안 될 것 같아도 일단 해보는 것이 중요한 건 이래서였나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계단식 성장을 대하는 나의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