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사의 힘, 샌드라 거스, 지여울 역, 윌북(2021)』- 독서노트
글을 쓰기 시작한 다음부터 글쓰기 관련 책을 꽤 많이 사 모았다. 왠지 모를 의무감에 산 책도 있고, 정말 내용이 궁금해서 산 책도 있다.
이 책은 직접 사진 않았지만 밀리의 서재에서 전자책으로 봤다. 다행히도 이번엔 그저 의무감 때문만이 아닌,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섰다. 책 표지에 적힌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카피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사실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말은 다른 책에서도 여러 번 접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건 바로 일견 단순해 보이는 그 한 가지의 내용을 책 한 권 분량으로 써냈다는 점에 있었다.
책을 쓴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한 편의 글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든다. 개인차는 있지만 아이디어를 짜고 글의 구성을 기획하고 실제로 글을 쓰기까지 짧게는 하루 이틀, 길게는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글을 최소 30 여개는 써야 책 한 권의 분량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나는 분야를 막론하고 이 땅 위의 책을 써내는 모든 작가들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글쓰기의 수많은 법칙 중 ‘보여주는 글쓰기’라는 하나의 테마에만 초점을 맞춘 이 책이 너무나 흥미롭게 느껴졌다.
저자는 하고 많은 글쓰기 법칙 중에서 왜 꼭 ‘보여주는 글쓰기’에 대해서 다뤄야만 했을까? 근데 왜 글을 쓸 때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거지? 구구절절 길게 보여주는 것보다 간단히 요약해서 말해주는 게 오히려 글에 몰입하게 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 그래서 대체 그놈의 ‘보여주는 글’이란 어떤 걸 말하는 건데?
책 표지에 적힌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카피를 보며 들었던 이런저런 의문들에 대한 답은 책의 페이지를 넘길수록 자연스럽게 해소되었다.
이 책은 전업 소설가이자 편집자인 저자가 신인 작가들의 소설 원고를 수없이 보고 고치면서 들었던 ‘보여주는 글쓰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책이다.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총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13장은 모두 ‘보여주는 글쓰기’ 란 무엇이며 실제로 어떻게 쓰면 되는지에 대한 방법에 대해서 매우 자세히 다루고 있다.
심지어 각 장의 끝에는 연습문제마저 주어지는데 그걸 볼 때마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그저 책을 읽는 데에서 끝내지 말고 스스로의 원고에 직접 적용하여 독자(이자 신인 작가)들의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기를 바라는 저자의 간절함이 느껴졌다.
언뜻 보면 글쓰기 ‘책’이라기보다는 글쓰기 ‘학습지’에 가까운 구성이지만 그만큼 ‘보여주는 글쓰기’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에겐 이 책을 한 장 두 장 읽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궁금증에 대한 무궁무진한 해답을 얻게 될 수 있는 책이 되어줄 것 같다.
이 책의 각 장마다 나오는 연습 문제의 첫 문장은 보통 이렇게 시작한다. “쓰고 있는 원고의 첫 장을 살펴보자.”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직접적인 도움을 받진 못했다. 쓰고 있는 원고(소설)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 책을 읽고 얻은 게 전혀 없다고 말하진 못할 것 같다. 작가로서 내가 쓰기 편한 글이 아닌 독자의 흥미를 끌만한 글을 써내는 것이 왜 중요하며 그런 글을 쓰는 데에 ‘보여주는 글쓰기’가 대체 어떤 힘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잘 알게 되었으니까.
‘말하지 말고 보여주는 글’이란 대체 어떤 글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비록 소설을 쓰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한 번쯤 읽어보며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