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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May 16. 2022

독자에서 에세이스트로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 배지영 지음, 사계절』

‘작가’라는 타이틀에 가장 걸맞은 사람을 한 명만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배지영 작가님을 꼽을 것이다. 


동화, 에세이, 여행서 등 장르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글을 쓰고 책을 내시는 배 작가님의 행보를 보며 혼자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 바로 저런 분을 ‘작가’라고 하는 거지. 


그렇게 내 마음속 ‘원픽’인 작가님이 드디어 글쓰기 책을 내셨다. 바로 사계절 출판사에서 출간한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이다. 


이 책은 약 20여 년 간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던 글쓰기 수업을 정리하고 동네 서점에 상주 작가가 된 배 작가님이 ‘내 글을 쓰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주민들의 요청으로 시작한 성인 대상 글쓰기 수업의 내용을 토대로 쓰였다. 


수많은 글쓰기 책이 그러하지만 이 책 역시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해 비중 있게 다루는데 이를 풀어내는 방법이 매우 친절하다. 


기억에 남는 구절을 떠올려보자면 27페이지에 나온 글 속에 있는 ‘좋은 놈’과 ‘나쁜 놈’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글 속에는 한 것, 본 것, 느낀 것, 생각한 것, 말한 것, 들은 것 등이 있어요. 이 중에서 나쁜 놈은 ‘한 것’이에요. (중략) 아까 뷔페에서 친구가 음식 뺏어 먹을 때 뭐라고 했어요? 그 말을 쓰면 좋은 놈이에요. 뷔페에서 본 특이한 음식의 색깔이나 모양도 쓰고요. 먹으면서 서로 주고받은 말이나 생각한 것을 진짜로 써볼까요?” (27p)


작가님이 일 하는 서점에 전교생이 일곱 명인 섬 학교 학생들이 견학 왔을 때, 글쓰기를 한 번도 제대로 해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어하던 아이들에게 건넨 작가님의 이 말속에서 나는 ‘좋은 글에 담겨야 할 것들’에 대한 매우 구체적이고도 실질적인 힌트를 얻었다. 


이 외에도 ‘수동태는 능동태로 고치기’, ‘소리 내어 읽어보기’, ‘접속사 남발 금지’, ‘반복하는 단어는 생략하거나 다른 단어로 바꾸기’, ‘일본어 번역투 쓰지 않기’ 등 단순히 글을 쓰는 것에서만 그치지 않고 바른 우리말과 글을 쓰는 데에 도움이 되는 꿀팁 역시 한가득 담겨 있는데 다소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이런 글쓰기 이론조차도 읽자마자 바로 이해될 수 있는 쉽고 편한 문장으로 쓰여서 읽는 사람으로선 아무런 부담감 없이 무척 쉽게 읽힌다는 점 또한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쉬운걸 어렵게 말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다. 사람들이 자주 쓰지 않는 단어에 전문용어까지 좀 섞어주면 그다지 힘 들이지 않고도 괜히 좀 ‘있어 보이는’ 느낌을 줄 수 있으니까. 


반대로 ‘어려운 걸 쉽게 말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렇기에 듣기만 해도 머리에 쥐가 나고 몇 번씩 들어도 기억에 잘 남지 않는 내용을 단 한 번의 설명으로 누군가에게 바로 이해시킬 수 있는 사람을 우리는 진짜 고수라고 부르는 것이다. 


배 작가님은 바로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독자(이자 예비 작가)에게 ‘무엇을 써야 하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어떻게 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는지’까지도 이 책 한 권에 꾹꾹 눌러 담아 건네주시는 느낌을 받았달까. 


그러면서도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 잘 감이 안 오는 초보 작가들에게 ‘이렇게 써보세요!’라는 본보기로서 각장의 끝마다 작가님이 직접 쓰신 한 편의 에세이들을 추가하는 친절함까지 두루 갖춘 이 책을 나는 감히 찬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책은 내 글을 쓰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봐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던 예비 작가는 물론, 이미 글을 쓰고 있지만 이게 과연 맞는지 확신이 안 섰던 (나 같은) 초보 작가들에게도 무척 큰 도움을 줄 것 같은 책이라고 확신한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된다”는 주장을 그저 말로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글쓰기 수업에서 일어난 실제 에피소드를 사례로 들어 “보여주기”까지 하는 이 책을 나는 여러 번 곁에 두고 펼쳐보게 될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존경하는 작가님의 발 끄트머리라도 조금 따라가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그마한 희망을 가지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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