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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May 22. 2024

글이 멈춘 작가의 마음

이러려고 그런 건 아니었는데.

돌이켜보니 어느새 한 달가량 브런치에 아무런 글도 올리지 않고 있었다.


아무 이유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한 달 사이 나는 이사를 했다. 자고 일어나면 짐을 버리고 정리하고, 또 한 밤 자고 일어나면 짐을 정리하고 버리고의 연속. 그렇게 새벽 1시가 되어서야 잠이 들어도 아이가 깨는 새벽 6시가 되면 (혹은 5시가 되면) 어김없이 내 눈은 번쩍 뜨였고, 배고파서 우는 아이를 달래며 젖을 물린 뒤 바로 세탁기를 돌리고 아침을 준비하고 또다시 짐 정리를 하다 보니 어느새 한 달이란 시간이 지나있었다.


여기까지 쓰다 보니 꽤나 그럴싸해 보이는 이유가 만들어졌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이 모든 훌륭한(?) 이유들은 모두 글을 쓰지 않은 지난 한 달이란 시간에 대한 나의 변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시간이 없어서 글을 쓰지 못한다는 말은 나부터도 자주 입에 올리곤 한다.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면 ‘시간’이 없어서 글을 못 썼다기보다 그렇게까지 간절하게 글을 쓰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기 때문에 글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 더 맞다. 결국 의지의 문제다.


글을 쓰지 않아도 먹고살만하고 글을 쓰지 않아도 놀거리가 많다. 글을 쓰고 싶어도 아이가 울고 집안이 어질러져 있으면 글쓰기는 언제나 뒷전으로 밀린다. 이런 상황에서도 글을 쓰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크고 강한 ‘의지’가 필요한데 요즘의 나는 그런 의지가 거의 바닥에 가깝다. 이사라는 큰 일을 겪어서라고 또 변명을 하고 싶지만 실은 글을 반드시 써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해서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얼마 전부터 몇 년 전에 내가 브런치에 대해서 이런저런 쓴소리를 한 글들에 라이킷이 눌린다. 그때의 내가 쓴 글을 보면 내가 봐도 뭔가 힘이 있다. 이 글을 써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글 안에서도 느껴지는 느낌이랄까? 브런치에 왜 차단 기능이 없는지, 왜 유료 구독이나 유료 응원 같은 기능이 없는지에 대한 부당함과 해당 기능들을 브런치 내에 현실적으로 어떻게 구현하면 좋은지에 대해 핏대 높여 이야기한 그 글은 그 당시 내가 꼭 하고 싶은 말, 해야 한다고 믿었던 생각이 글이 되어 적혀 있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났고, 그렇게 목청 높여 외쳤던 차단 기능과 유료 응원 기능까지 생긴 브런치이건만. 왜 내 글은 멈춰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한 글은 써지지 않을 것이란 것을. 소설이든 에세이든 장르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무엇이 되었건 쓰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에 아주 작은 파동이 일지 않으면 글은 결코 세상에 태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런 의미에서보면 오늘 이 글을 썼다는 것은 굳어있던 내 마음에 글에 대한 의지가 아주 조금 피어난 것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언제 다시 꺼질지 모르는 아주 약하고 무딘 의지이지만 미약한 그 힘으로나마 이 글을 쓴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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