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뒤의 너에게
안녕 S야?
드디어 너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쓴다.
우리 딸에게 편지를 써보자고 마음먹은 지 딱 3주 만인 것 같아.
그동안 몇 번이고 쓰자고 생각은 했는데 엄마가 된 지 이제 겨우 1년 반 된 초보엄마는 도저히 육아와 살림을 병행하며 너에게 편지까지 쓸 여력이 없었어.
오늘은 오랜만에 늦게까지 안 일어나는 우리 딸 덕분에 조금이라도 써보자고 마음먹게 되었단다!
이 편지는 30년 뒤 엄마가 되어 있을지도 모를 우리 딸을 위해 쓰게 되었어.
물론 30년이 지나서도 우리 딸이 엄마는커녕 결혼조차 안 하고 있더라도 상관없단다.
그저 30년이 지나서도 우리 딸에게 보여주고 싶은, 엄마가 너를 키우며 느꼈던 순간의 기록을 해두고 싶다는 것이 이 편지를 쓰게 된 첫 번째 이유야.
너를 낳아 키우다 보니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흐른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거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몸은커녕 목 하나도 잘 가누지 못하던 네가 스스로 몸을 뒤집고 기고 어딘가를 잡고 서더니 이윽고 걷고 뛰기까지 걸린 시간은 딱 1년 정도였어.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
네가 자라나는 이 순간을 기록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된 것이.
물론 생각만 했을 뿐 실제로 행동에 옮기게 되기까지는 반년 하고도 3주라는 시간이 더 걸렸지만...ㅎ
생각해 보면 그렇게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이 예전의 엄마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긴 하다.
사실 엄마는 생각한 게 있으면 일단 저지르고 보는 성격의 사람이었거든.
그런데 너를 낳고 난 뒤 엄마 인생의 우선순위가 바뀌었어. 뭘 하든 최우선 순위는 바로 네가 되었거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 딸이 태어난 뒤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되었다는 뜻은 아니야.
얼마 전까지 우리 딸은 콧물을 달고 살았어.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크게 아픈 적이 없는 네가 거의 3주 가까이 콧물감기로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엄마는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을 잠시 보류했던 것뿐이란다.
아기를 낳고 키우다 보면 이렇게 내 삶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게 되는 순간을 종종 만나곤 한단다.
그럴 때 중요한 건 '~때문에'가 아니라 '~덕분에'라는 생각을 갖는 거라고 엄마는 생각해.
'~때문에'는 누군가를 탓하는 말이고 '~덕분에'는 누군가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해주는 말이거든.
한번 생각해 볼까?
'엄마는 지난 3주간 우리 딸 때문에 온전히 너에게 시간을 쓰며 보냈어'라는 말과 '엄마는 지난 3주간 우리 딸 덕분에 온전히 너에게 시간을 쓰며 보냈어'라는 말은 결과는 같아도 말에서 전해지는 의미와 느낌이 전혀 다르지 않니?
사실 엄마는 너를 낳기 전까지는 '때문에'라는 말을 더 자주 쓰며 살았던 것 같아.
그런데 너를 낳고 키우며 누군가를 탓하기보다 누군가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사는 삶이 주는 행복함이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점점 '때문에'보다 '덕분에'라는 말을 더 쓰게 되었단다.
아직 '이거', '엄마', '모야?' 정도만 할 수 있는 우리 딸이 무럭무럭 커서 다채로운 말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덕분에'라는 말을 더 자주 사용하는 사람으로 자라난다면 참 좋겠다.
물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엄마도 아빠와 함께 많이 노력할게. :)
조금 갑작스럽지만 오늘의 편지는 여기에서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아. 어느새 네가 일어났거든.
원래는 네가 태어났던 순간에 대해서도 얘기해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다음으로 미뤄야겠다.
잠에서 깨서 침대 패드를 다 꺼내며 혼자 노는 너를 이제는 방에서 꺼내와야 할 것 같거든ㅎㅎ
오늘은 주말이야. 엄마는 물론 아빠도 너와 함께 온전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이지.
오늘도 엄마랑 아빠랑 재밌게 놀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자!
사랑해 우리 딸..!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