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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Dec 16. 2024

기묘한 이야기

아래의 이야기 중 하나는 거짓입니다. 

정답을 맞혀보세요 :)



1. 하늘 끝까지 점프


내가 중학생일 때 우리 집에는 컴퓨터가 한 대 밖에 없었다. 나보다 두 살 위인 오빠는 게임을 좋아했고 나는 늘 오빠가 허락한 시간에만 컴퓨터를 할 수 있었다. 한 번은 오빠가 나에게 책방에서 빌린 만화책을 대신 반납해 주면 컴퓨터를 1시간 할 수 있게 해 준다고 했고 나는 옳다구나 하며 전속력으로 책방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아뿔싸! 내리막길을 신나게 내달리고 있던 그때, 저 멀리에서 오토바이 한 대가 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멈추려고 해 봐도 이미 속도가 붙은 몸은 말을 듣지 않았고 이대로라면 오토바이에 부딪힐게 분명한 그때,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있는 힘껏 점프를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질끈 감았던 눈을 뜨자 내 뒤에서 나를 보며 괜찮냐고 묻는 오토바이 운전자와 눈이 마주쳤다. 믿을 수 없게도 나는 오토바이를 뛰어넘어 안전하게 바닥에 착지했던 것이다.



2. 시간이 멈췄을 때


몇 살 인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 아주 어릴 적. 나는 시간이 멈춘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나는 도로의 옆길을 걷고 있었고 옆으로는 코카콜라의 로고가 선명히 적힌 새빨간 트럭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도로를 걷다가 인도에 접어들었고 아마도 집 근처라고 추정되는 어떤 길 옆에 주차된 승용차의 창문을 보다 시선을 앞으로 돌렸던 바로 그때였다. 내 눈앞에 있던 지나가는 행인들과 내 옆을 스쳐 지나가던 차가 모두 두 그대로 멈춰있었다. 처음엔 잘못 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번 눈을 깜빡여도 아무런 미동도 없이 멈춰있는 세상은 도통 움직여질 생각이 없는 듯했다. 이건 뭐지? 내가 왜 이러지? 알 수 없는 이질감과 공포감이 엄습해 왔던 그때, 갑자기 얼음 땡!이라도 한 듯 모든 사람들과 사물이 다시 움직였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세상 앞에서 나는 한동안 어안이 벙벙해진 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3. 무서운 이야기


중학생 때까지 살았던 집은 주택으로 바로 옆에 다른 집들이 다다닥 붙어있었다. 내 방이었던 부엌 옆 작은 방은 옆집 벽에 막혀 햇볕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잠만 자면 그렇게 가위에 눌렸다. 어떤 날은 웬 여자의 기괴한 웃음소리가 들리기도 했고, 어떤 날은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지만 그저 몸만 움직이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아직까지 기억하는 날이 있다. 그날은 심한 생리통으로 평소보다 몸이 많이 힘들었던 때였다. 그날도 어김없이 자다가 가위에 눌리며 잠에서 깼다. 보통 몸이 아프거나 힘들면 거의 가위에 눌리곤 했기 때문에 처음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눈을 뜨자 웬 검은색 형체가 내 머리 위를 빙빙 돌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검은색 형체는 내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해댔다. 나는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있는 힘껏 눈을 꽉 감았다. 그러자 내 귓가에 들려온 또렷한 목소리. 


 "눈 감지 마."


그 뒤로 나는 오빠가 방에 와서 평소보다 더 늦잠을 자는 내가 이상하다며 나를 흔들어 깨우기 전까지 계속해서 그 검은 형체가 하는 말을 들으며 가위에 눌려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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