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없이 책 팔기, 가능할까?

출판사를 차리긴 했는데요

by 코붱

한동안 방치해 뒀던 스레드를 요즘 다시 활발히 이용 중이다. 짧은 글만으로도 실제론 만나기 어려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다는 스레드의 장점을 새삼스레 다시 확인했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스레드에 출판사 창업과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쓰고 있다. 그렇다 보니 내 스레드 계정에 현직 출판업 종사자분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출판사에 근무한 적도 없는 햇병아리 사장은 그들의 이야기에 깊은 인사이트를 얻기도 하고 혼자서는 생각해보지 못했을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그렇게 스레드의 재미와 의미를 한껏 즐기고 있던 내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생겼다. 내가 한 유저에게 단 댓글이 금융사기가 의심된다며 강제로 삭제된 것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출판사 창업 3종 세트인 '출판사 신고, 사업자 등록, (개인) 사업자용 통장 개설 완료!'라고 쓴 내 글에 누군가 개인 사업자용 통장이 뭐냐고 묻더니 그거 어떻게 개설하냐고 추가로 물어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여기서부터 뭔가 낌새를 느꼈어야 하나 싶은데 당시에 나는 이상하다는 생각은 1도 없이 '근처 은행이나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 뱅크에 신청해서 개설하면 된다'라고 댓글을 달았고 그 댓글이 커뮤니티 규정 위반(금융 사기 의심)으로 삭제된 것이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이내 이성을 되찾았다. 앞 뒤 정황을 모르는 사람이(과연 스레드 직원이 직접 본 건지 AI가 임의로 판단한 건지 알 수 없다만) 보기엔 내 댓글은 내용 자체만 놓고 보면 금융사기로 오해받을 만한 소지가 충분히 있긴 했다. 통장을 개설하라는 둥, 근처 은행을 가라는 둥 얘기하고 있으니까.


다행히도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메뉴가 있었다. 누군가 물어보길래 답변을 한 것뿐이라고 이의제기를 하고 나서 이틀 정도 후에 삭제되었던 내 댓글은 원래대로 되살아났고 이 일은 이대로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더 큰 문제는 그다음 날 일어났다. 나는 브런치에 새 글을 올리면 내 인스타 계정의 스토리에 브런치 글의 캡처와 함께 글을 읽을 수 있도록 글 링크까지 첨부해서 올리곤 하는데 이번엔 그게 '스팸성 게시물(타 사이트로 이동하는 링크 포함)'로 분류되어 인스타 계정에 활동 제한이 걸린 것이다.


스레드보다 인스타의 제재가 훨씬 강력했다. 스레드는 댓글을 삭제하면서도 새 글은 올릴 수 있었다. (팔로워들에게만 노출되는 식의 '보이지 않는 제재'가 내려진 것 같긴 했지만.) 그런데 인스타는 달랐다. 피드도, 스토리도, 그 어떤 게시물도 올라가지 않았다. 시도할 때마다 커뮤니티 규정 위반이 의심된다는 메시지만 반복해서 떴다.


스레드가 막혔을 때보다 훨씬 막막했다. 우리 출판사는 올해 하반기에 첫 책 출간을 앞두고 있다. 책이 출간되고 나면 인스타를 활용하여 책 홍보도 하고 구독자분들과 소통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계획이 시작도 하기 전에 커다란 벽에 가로막혀버린 것이다.


한 명의 독자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하는 시대, SNS는 출판사에게 필수이자 숙명이다. 그런데 그 생명줄 같은 인스타가 막혀버린 출판사 대표라니. 앞이 캄캄했다.


이러다 인스타를 영영 못 쓰면 어떻게 하지? 우리 출판사 책은? 작가이자 출판사 대표인 내 커리어는?, 별의 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이번에도 이의제기를 하고 나서 언제쯤 해결되려나 싶어 하루 종일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이러고 있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업 초기의 기업이 다 그렇듯 우리 출판사에도 처리해야 할 행정 업무는 산더미다. 게다가 두 살배기 아이를 가정보육 중인 상황. 아이가 낮잠을 자거나 밤잠에 든 뒤에야 겨우 한 두 시간씩 짬을 내어 업무를 쳐내고 있었다. 안 그래도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인데 인스타까지 속을 썩이니... 하지만 더는 인스타 하나에 매달려 있을 심적, 물리적 여유가 없었다.


'아 모르겠다. 이러다 인스타를 영영 사용 못 하게 되면 그냥 브런치나 열심히 하자. 아니면 아예 네이버 블로그를 새로 파서 출판사 전용 블로그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고.'


그렇게 마음을 고쳐먹고 인스타가 막힌 지난 며칠간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낮에는 짬짬이 출판사 행정업무를 보면서 가족들과 최대한 시간을 보냈고, 밤에는 우리 출판사의 첫 책이 될 원고를 검토했다.


그렇게 5일이 지난 어제, 갑자기 인스타에 새 스토리는 물론 새 피드까지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이의제기한 것은 아직 검토 중이라고 뜨고 있긴 하지만...)


이게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진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시스템 오류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하지만 행여나 다시 막혀도 예전처럼 발만 동동 구르지는 않을 것 같다. 그때는 브런치든 네이버 블로그든, 다른 길을 찾으면 되니까.


어쩌면 출간일도 아닌 지금, 이 일을 미리 겪은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그때 가서 허둥대지 말라고 하늘이 미리 놔준 예방주사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인스타 활동 제한이라는 커다란 벽은, 알고 보니 벽이 아니라 새로운 길로 이어지는 문이었다. 다시 계정이 막히면 어떡하냐며 불안해하는 나에게, 나는 조용히 일러주었다.



걱정 마.
길은 하나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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