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내용은 필자가 국민일보 쿠키뉴스에 연재하였던 [김영효 교수의 코질환 돋보기]를 현재 상황에 맞추어 각색하여 올려 드리는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이놈의 비염 한 번에
확, 수술로 낫게 할 수 없나요?
김비염(35)씨는 10여 년 전부터 1년 내내 코막힘, 맑은 콧물, 재채기 때문에 한시도 편할 날이 없습니다. 사회 활동이나 업무에도 방해가 되는 알레르기 비염, 약을 먹어도 뿌려도 그때뿐인 것 같고 약을 끊으면 어느새 다시 증상이 심해집니다. 동네 의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김 씨, 마침내 참지 못하고 대학병원 외래를 찾았습니다. 진료실 문을 열고 의자에 앉자마자 김 씨는 교수님께 대뜸 이렇게 말합니다. “알레르기 비염 수술해 주세요!”
비염으로 오래 고생해 보신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만한 이야기이실 겁니다. 많은 환자분들이 ‘수술로 부어 있는 콧살(비갑개)을 확 잘라내 버리면 코막힘도 없고 시원해지지 않을까’하고 생각하십니다. 그렇게 간단하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콧살을 너무 과도하게 잘라내면 외부에서 들어오는 차고 건조한 공기를 데워 주고 습기를 제공해 주는 콧살의 역할이 없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코가 더 막히는 ‘위축성 비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알레르기 비염의 수술적 치료는 레이저나 고주파 등을 이용해 콧살 점막을 위축시키는 등의 방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손상된 콧살 점막이 다시 재생되면서 어느 정도의 증상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번의 수술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겠거니’하고 생각하시면 안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지긋지긋한 비염, 정말 완치는 없는 걸까요? 평생 약을 먹어야만 할까요?
비염 완치에 도전한다… ‘면역치료’
면역치료는 현재까지 나온 알레르기 비염에 대한 치료법 가운데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쉽게 말해 환자의 전신적 알레르기 면역반응을 억제해 주는 치료입니다. 이를 위해 매일 일정한 양의 항원을 환자의 몸에 투여하게 됩니다. 이전에는 피하 주사를 통해 항원을 투여했기 때문에 병원에 자주 가야 하고, 주사 맞으니 아프고, 간혹 아나필락시스라고 하는 무서운 반응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설하(sublingual) 면역치료’라고 해서 혀 밑에 항원 용액을 떨어뜨리는 방법이 개발돼 이러한 불편을 많이 줄여 줬습니다. 하지만 면역치료는 아직까지 비보험이라 상대적으로 고가라는 점, 또한 한 번 치료를 시작하면 4~5년 이상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는 점 등이 난제로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면역치료 대상이 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전문의와 상의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