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영화제(fiwom) 영화 <안녕하십네까> 관객과의 대화
북한을 떠나 남한에 정착하여 가정을 꾸리고 살아간 지 오래인 봄희. 그는 라디오 게스트와 북한말 강사 등의 일자리를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탈북민’이라는 특수성은 이렇듯 그가 어떤 일자리를 찾는 데 있어 용이성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는 엄연한 ‘남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 봄희에게 ‘탈북민’이라는 딱지는 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남한 사회에 섞여 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을 봄희. 그러나 이제 남한 사회는 그가 충분히 ‘북한 사람’답지 않다며 눈초리를 주기 시작한다. 영화 <안녕하십네까>는 이런 탈북 여성의 디아스포라를 다뤄낸 작품이다.
아래의 질의응답은 여성인권영화제의 관객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Q. <안녕하십네까>라는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학교에 다니며 자이니치 친구들과 탈북민 친구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제가 잘 알지 못했던 그들의 상처들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저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말하는 정상성을 가진 사람이죠. 그런 제가 그들의 삶을 다 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삶의 일면이라도 깊이 있게 살펴보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Q. 봄희는 충분히 ‘탈북민’ 같지 않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립니다. 그 이유는 그가 구사하는 말이 충분히 ‘북한말’같지 않다는 것인데요. ‘탈북민’의 이야기를 그릴 때 언어에 집중하게 된 이유가 있으실까요?
제가 혹시 어디 출신인지 억양으로 짐작할 수 있으신가요?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로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웃음). 사실 언어만으로 사람의 출신과 삶을 함부로 짐작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결국 우리가 북한말을 접하는 건 ‘미디어 사투리’에 불과하잖아요. 우리는 ‘북한말’을 제대로 알지 못하죠. 그런데 우리는 조금씩 다른 언어들을 지역을 나누어 사투리라고 분류해요. 형태에 따라 편을 나누는 거죠. 그렇게 우리는 ‘우리’가 아닌 ‘그들’을 배제할 수 있게 될 뿐이에요. 영화 속에서 봄희가 남편에게 자신이 ‘북한말’을 쓰고 있는 거 같냐고 묻죠. 그때 남편은 남과 북을 나눈 대답을 들려주는 대신 춤을 추며 봄희가 말하는 방식을 표현해요. 결국 언어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희는 목소리를 내는 인물이다. 그러나 봄희가 그랬듯, 세상의 어떤 존재들은 존재의 가시화만으로 비난을 받기도 한다. 어떤 때는 자신의 존재가 과잉이라는 이유로, 또는 충분히 못하다는 이유로 부정을 당하기 일쑤다. 그렇다면 세상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몸을 낮추고 소리를 죽이고 살아야 하는가. <안녕하십네까>의 김태희 감독은 탈북민을 비롯한 소수자들이 숨을 죽이고 살아가길 바라는 사회에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소수자라는 이유로 눈에 띄지 않게 숨죽여 지내야 한다는 것은 부당한 것이 아니냐고, 산다는 것은 그런 게 아니지 않냐고 감독은 묻는다. 누군가의 삶은 숨을 쉬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투쟁이 된다. 봄희의 말을 빌려 함께 손을 잡고 외치고 싶다. 우리 모두 ‘전투적으로’ 잘살아 보자고.
18회 여성인권영화제
슬로건 : 우리가 행진할 때
기간 : 2025년 6월 25일(수)~29일(일)
장소 : 아트나인
주최 : (사)한국여성의전화
⏩️ 이 글은 18회 여성인권영화제 웹기자단 피움뷰어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