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박스 다이어리>

여성인권영화제 프리뷰

by SUM

젊은 여성의 꿈은 쉽게 이용당하곤 한다. 중노년의 남성들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여성을 소유할 수 있다고 믿는다. <블랙 박스 다이어리>의 중심이 되는 사건의 가해자 야마구치 노리유키도 그런 사람이었다. 사회부 기자를 꿈꾸는 이토 시오리를 대상으로 성폭행을 저지른 유명 기자. 정의를 좇고 진실을 밝히는 것이 기자의 일이건만, 야마구치 노리유키는 오히려 자신이 가진 권력을 이용해 진실을 숨긴다. 영화 <블랙박스 다이어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세상에 밝히기 위해 싸우는 감독이자 저널리스트인 이토 시오리의 이야기이다. 피해 사실을 인정받기 위해 시작한 투쟁의 여정은 지난하기 그지없다. 가시적인 문제는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권력의 차이이나 그것이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싸움을 지속하며 그는 문제의 뿌리는 일본의 제도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가해자가 적극적인 폭행 또는 협박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피해자의 비동의만으로는 피해를 인정받기 어려운 것이 당시 강간죄의 현실이었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한 그의 투쟁은 피해 사실을 인정받기 위한 싸움을 넘어, 사회 전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투쟁이 된다. 끝없이 어둠이 이어지는 터널을 지나가는 듯한 시간 속에서 그는 자주 무너지지만 싸움을 멈추지는 않는다. 자신을 비난하는 목소리들 사이에서도 연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 그 손길은 스크린 너머의 우리에게까지 다가와 ‘움직일 수 없을 만큼의 수많은 담요’를 덮어준다. 2023년 일본의 ‘강제 성교죄(강간죄)’는 ‘부동의 성교죄(비동의 강간죄)’로 이름을 바꾸었다. 과거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여야 인정되던 강간죄는 범위가 확대되어 동의 없는 성행위를 처벌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한국 또한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위 영화는 2025년 6월 25일 개막하는 18회 여성인권영화제의 상영작으로, 개막 이후 아트나인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s://fiwom.org/program/program_view.html?sec=66&idx=1279&topstr=&page=1


상영일정

0626 / 20:05 ~ 21:48

0629 / 14:50 ~ 17:13(피움톡톡 포함)


18회 여성인권영화제

슬로건 : 우리가 행진할 때

기간 : 2025년 6월 25일(수)~29일(일)

장소 : 아트나인

주최 : (사)한국여성의전화


⏩️ 이 글은 18회 여성인권영화제 웹기자단 피움뷰어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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