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아플 땐, 재택근무 좀 plz

by 엄지혜


KakaoTalk_20250813_120908032.jpg 종각에 있는 새로 생긴 카페인데, 강추합니다. 요즘 매일 오전 출근 중. 커피 맛있음. 의자 편함.


"콜록 콜록, 에취 에취."


아이의 기침 소리가 심상치 않다. 지난 토요일에 감기 기운이 있어서 3일치 약을 먹고 좀 괜찮아졌는데 어제 키움센터에서 단체 수영장을 다녀온 뒤로 또 열감이 살짝 있다. 병원을 한 번 더 갔어야 했는데. 아이가 괜찮다고 해서 안 간 나의 게으름을 탓하며, 내일 오전 일찍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오전 반차를 낼까, 연차를 낼까. 새벽부터 일어나서 고민하다가 연차를 냈다. 오늘 점약도 있었는데 깼다.(당일 약속 캔슬하는 거 정말 싫어하는데.ㅠㅠ) 아이는 약을 먹으면 괜찮아질 거고 키움센터를 가도 된단다. 그런데 엄마 마음은 그렇지 않은 거다. 조금이라도 아플 땐 옆에 있고 싶은 마음. 내 눈으로 아이의 상태를 봐야 안심이 되는 마음. 9월에 휴가 가려면 연차를 아껴야 하는데. 이럴 땐 정말 "제발, 아이 아플 땐 재택근무 좀 허용해주세요"라고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리고 싶다. (집에서도 일 성실히 잘하거든요?)


당일 연차니까 업무 관계자들에게 슬랙으로 DM을 보낸다. 아이의 안부를 걱정하는 사람부터 짧막한 답까지. 미혼이든 기혼이든 유자녀든 무자녀든. 역시 여성 동료들만이 따뜻한 메시지를 보낸다. 아무리 안 친한 사람이어도 누가 아파서 연차를 쓴다고 할 때는 "괜찮길 바랍니다. 빨리 쾌차하세요" 라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바라진 않는다)


가끔 여성가족부에서 일하고 싶은 기분이 불쑥불쑥 생기곤 한다. 직원의 아이가 아플 경우 병원 진료 내역서를 당일 제출하면 재택근무가 가능하도록 하고, 연봉을 조금 낮추고 10-4시 단축 근무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에게는 ++ 지원 제도를!


나는 책임감 없는 유자녀 기혼 여성 직장인을 도대체가 본 적이 없다. 아이를 돌보고 가정을 돌보는 사람은 늘 신경을 곤두서서 살아야하기 때문에 늘 주파수가 반짝인다. 스케줄도 오히려 더 안 놓친다. (놓치면 살 수가 없어서) 생활감수성이 높기 때문에 사람을 잘 배려한다. 말실수도 덜 한다. (물론 제 경험담입니다만...!)


아침에 옆 팀에서 슬랙으로 간단한 업무 요청이 오길래 (내가 연차 낸 지 모르는 분) 그냥 간단히 피드백 해줬다. 할 수 있는 상황이니까, 굳이 "저 오늘 연차입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이렇게 일하고자 하는 나의 마음을 알까 몰라.


비가 억수로 퍼붓는다. 주차가 어려운 병원 주차장에서 자리가 없어서 초긴장한 엄마에게 "엄마, 미안해"라고 말하는 만두 씨. "왜 미안해, 아픈 건 미안해 할 일이 아니야"라고 대답하고서 아이에게 말한다. "야, 이렇게 비 오는 날 너 덕분에 엄마 출근 안 하고 고맙다!" (그래도 아프진 마....) 집에 오더니 레고 동영상 보면서 참 잘 논다.


아무튼 나는 여성가족부에서 일해보고 싶다.

오늘의 조각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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