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 서촌 심화반 1기 수업 때, 한 수강생이 다른 수강생의 글을 읽고 말했다.
"이 글이 저를 많이 변화시킬 것 같아요.
제 안에 사랑이 더 있다면, (남편을, 그리고 타인을) 다르게 볼 수 있겠더라고요."
(직역아님주의)
이 말을 듣고, 오래 전 최은영 소설가를 만났을 때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할 수도 있는데요. 항상 바라는 건 저에게 더 많은 사랑이 있길 바라요.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호구 같다고, 멍청하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가장 힘이 있는 사람은 언제나 사랑이 많은 사람 같아요. 용기가 있다고 할까요? 타인과 관계를 잘 맺는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인데, 저는 그 사랑이 부족한 상태로 오래 살았거든요. 아직도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무서워하는 것이 있지만 두려움을 좀 줄이고 사랑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해요. 할머니가 될 때까지 살 수 있으려면 마음의 힘이 세야 할 것 같아요. 좋아하는 걸 추구하지도 못하고 두려움 때문에 차선을 택했던 것들이 요즘은 후회가 많이 돼요.”
(출처 : [커버 스토리] 최은영 “소설가가 돼서 다행이에요” | 예스24 채널예스)
요즘, 나에게 사랑이 얼마나 있나 - 사랑이 적어서 내가 '더' 힘든가 - 그런 생각을 가끔 한다. 내게 사랑이 좀더 많았다면 덜 힘들었을까, 아니 반대로 사랑이 '많아서' 내가 더 힘든 거 아닌가. 누군가의 아픔을 그대로 느끼고자 하는 욕망이 나를 더 힘들게 하니까, 일부러 더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쓸 때가 많은데. 그건 나를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이기도 하고 - 내가 부모라서 내 아들을 지키기 위해 - 내 속에 있는 아픔, 슬픔을 덜 느끼고자 안간힘을 쓴다.
종종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다. 예전엔 이 말이 위로가 됐는데 요즘은 위로가 전혀 안 되고 비뚤어진 마음이 솟구친다. 훗날 내가 누군가에게 미안해질 때, 나는 "미안하다"는 말 대신 노동이든 정보든 시간이든 물질이든 뭐라도 해줘야지 생각한다. 꼭 그래야지 생각한다.
고마운 사람들을 오래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