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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와 글 Mar 17. 2016

親인간적인 IT를 지향하며(1)

[글] 요시나가 미치코 吉永みち子 [번역] 소리와 글

이 글은 시각 장애인이자 일본인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IBM 최고 직위에 오른 아사카와 치에코(浅川智恵子)를 인터뷰한 글로, 세 부분으로 나눠 번역하였다. 사진, 부연설명(*)은 번역자가 덧붙였으며 아사카와의 말은 사각형으로 구분했다



2009년 6월, 전 세계에 약 40만 명의 사원을 거느리는 IBM은 탁월한 기술 실적을 남긴 사원에게 주어지는 기술직 최고직위 「IBM 펠로」*에 양쪽 시력이 거의 없는 일본인 여성 연구자를 임명했다.

바로 일본 IBM 동경 기초 연구소에서 엑세서빌리티* 리서치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아사카와 치에코(川智子) 박사. 일본인으로서는 노벨상을 수상한 에자키 레오나(江崎玲於奈) 박사*를 포함해 다섯 번째이며 현역 일본 IBM사원으로는 유일한 펠로이다



*IBM의 펠로는 임원 대우로, 2009년 당시 전 세계에 75명뿐이었다.

*accessibility: 주로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취약 계층이 어떤 시스템과 사물의 기능 및 혜택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

*에자키 레오나(아래 사진): 197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반도체에 불순물을 첨가함으로써 고체상태 반도체의 특성을 조절하는 방법을 고안해냈으며, 이를 통해 에사키 다이오드라고 불리는 이중 다이오드를 발명.


정보 엑세서빌리티란 장애인, 고령자뿐만 아니라 빈곤 등의 이유로 교육기회가 없었던 문맹자들이 웹에서 제공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응성을 의미한다. 정보를 얻음으로써 사회에 참여하는 길도 생활의 변화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아사카와(浅川)는 입사 이래 일관해서 그 실현을 위한 기술 연구와 소프트 개발에 전력을 기울여 왔다. 이제는 "세계를 바꾸는 사람"혹은"세계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고 불린다



가나가와현 야마토시(神奈川県大和市)에 있는 연구소 응접실에

동료의 도움을 받으며 들어온 아사카와의 첫마디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오늘 예정은 알고 있었는데 정장 입는 걸 생각도 못했네요... 사진 촬영이 있다고 해서 큰일 났다 싶어 빌리려 다녔습니다만 통 맞는 게 없어서......"


그 말에 웃음이 피어 나왔고 단 번에 현장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아사카와는 니트에 바지 차림이었지만 옷맵시가 보통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 센스가 젊다.


"대학생, 고등학생인 딸이 둘 있는데 옷은 같이 사러 가줘요. 이거 괜찮지 않냐고 물으면 단번에 그건 아니라든가, 완전 무리라고 확실히 이야기해준답니다. 가게 점원들은 대체적으로 뭐든 어울린다고 하니까 딸들의 조언이 도움이 돼요. 다만 큰 애와 작은 애의 센스가 아무래도 다른 모양인가 봐요, 그게 또 재미있지만요."


세계가 주목하는 연구자의 얼굴이 아니라 한 여성으로서의 또 어머니로서의 일면이 엿보여 엉겁결에 친근감이 생겼지만


사실 연구자로서 아사카와가 이룬 업적은 대단하다.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7억 명이 넘는 문맹자들에게 컴퓨터 이용을 가능하게 만든, 말하자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셈.



1980년대 컴퓨터는 대형 계산기로서는 큰 힘을 발휘하고 있었지만, 퍼스널 컴퓨터로써는 아이폰보다 성능이 낮았다. 아사카와가 개발한 것은 점자 번역 시스템.


"점자는 6개의 점과 63개의 각각 다른 전형으로 문자를 구성하죠.
이것은 당시의 컴퓨터라도 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워드 프로 같은, 점자를 입출력할 수 있는 에디터를 개발해 IBM의 사회공헌 부서와 함께 천 대의 컴퓨터로 강습회를 열었습니다. 2시간 정도 배우면 마스터할 수 있을 정도예요. 그리고 점자 번역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어서 전국 각지에서 점자 번역된 데이터가 중앙 서버에 모이면 세어도 가능하죠"


이것을 통해 점자 번역 속도도 공유할 수 있는 정보량도 혁명적으로 늘었다.


그리고 90년대

퍼스널 컴퓨터의 눈부신 향상과 인터넷 시대로의 돌입

웹페이지에 접근하려고 해도 마우스 조작을 못하면 정보는 읽을 수 없다. 그렇다면 브라우저를 키보드나 음성으로 조작할 수 없을까. 이것이 아사카와의 테마가 되었고 웹페이지를 음성으로 읽는 홈페이지 리더를 개발했다.


"그때까지는 웹페이지에 게재된 내용을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읽을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혼자서 그것도 간단한 키보드 조작만으로 네트 서핑이 가능! 말을 입력할 수 있으니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죠"


아사카와의 연구개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얻은 것은 정보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세상이 넓어지는 기쁨이었을 것이다.그리고 기쁨은 살아갈 희망으로 이어짐과 동시에 자립의 길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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