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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와 글 Mar 18. 2016

親인간적인 IT를 지향하며(2)

[글] 요시나가 미치코 吉永みち子 [번역] 소리와 글

이 글은 시각 장애인이자 일본인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IBM 최고 직위에 오른 아사카와 치에코(浅川智恵子)를 인터뷰한 글로, 세 부분으로 나눠 번역하였다. 사진, 부연설명(*)은 번역자가 덧붙였으며 아사카와의 말은 사각형으로 구분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연구 테마가 아니죠. 그리고 절대 불가능한 일을 10년을 들여한다는 것도 무리. 연구 테마는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풀어낼 가능성이 있는 것, 또 빨리 결과를 낼 수 있는 것. 이 두 가지 관점에서 고릅니다. "

풀어내야만 하는 숙제가 눈앞에 있어서 한시라도 빨리 해결책을 내야 할 경우는

연구자 개개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지 또 그것들을 결집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결국 팀 리더의 역량에 좌우되는 것이다.


아사카와는"다들 제 특기가 다른 연구자들이 잘하는 분야를 신장시키는 거래요."라고 웃었다. 그 이유를 묻자 바로 "연구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제한되어 있으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눈이 안 보이면 예를 들어 도서관에 가더라도 혼자서는 다 조사할 수 없죠. 웹에서도 화상은 읽을 수 없고... 스피드가 필요할 때는 주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힘이 보여요. 만약 리더가 훌륭해서 뭐든 혼자서 척척 해버리면 젊은 사람들이 리더를 앞서기란 불가능하죠. 저는 혼자 할 수 없으니까요 결과적으로 모두의 능력이 늘고, 팀으로서의 힘이 발휘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958년 오사카 토요 나카시에서 태어난 아사카와는 

활발하고 운동신경이 뛰어난 소녀였다. 


장래의 꿈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체육계 대학에 진학하는 것


가까운 수영 학교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수영에 도전하려고 했다. 그런 찰나 학교에서 있었던 수영 수업시간에 얼굴을 수영장 벽에 부딪치는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초등학교 5학년 여름이었습니다. 눈 밑이 파랗게 부어 있었지만 멍인가 싶어서 그냥 내버려두었죠. 병원에서도 시력이 좀 떨어질지는 몰라도 문제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눈이 흐려지더니 칠판이 잘 안 보이게 되고, 점차 교과서를 못 읽게 되었어요.  그리고 결국 친구 얼굴조차 안 보이게 되어서,  몇 번이나 수술한다고 계속 입원만 했죠. 어어어 하는 사이에  완전히 실명했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었어요.


들어가려고 했던 수영 학교도 

올림픽도 

체육계 대학도 모두 포기해야만 했다. 


중학교를 졸업하면 당연히 들어갈 거라고 생각한 평범한 고등학교에도 못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으로 당시 열네 살이었던 아사카와에게 남겨진 길은 맹학교(盲學校)에 들어가는 것. 


모두가 자신의 희망 고교에 진학한 4월-

아사카와는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일주일, 이주일, 삼 주일이 되어도 맹학교에 들어갈 결심이 안 섰기 때문이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았어요. 하지만 내 미래가 어떻게 될지 과연 자립은 할 수 있을지, 어떻게 살아야만 하는지 알 길이 없었어요. 맹학교에 들어간다는 것은 안 보인다는 것을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 다 받아들여야만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알 길이 없는 일들을 껴안은 채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에 대한 저항이 

아사카와를 점점 작아지게 했다. 



하지만 3주 후 맹학교에 들어가기로 결심한 것은 다름 아닌 아사카와 자신이었다.


"이대로 집에 있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한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내게 남겨진 유일한 길이었던 그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전 환경에 꽤 잘 적응하는 편이라, 맹학교에 간 첫날 시끌벅적한 교실을 보고 뭐야 똑같잖아 하고 바로 그 속에 융화되었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 제 자신의 인생과 일하는 목표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만약 그때 맹학교에 가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다음 길은 계속되지 않았을 테고 지금의 아사카와는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한 발만 잘못 디디었다면 단념했을 지도 몰라요. 한 번 멈춰 버리면 다시 움직일 순 없죠. 포기만 안 하면 분명 다른 길이 있을 테니까 그게 아무리 힘들어도 한 발 내딛지 않으면 그다음 내딛을 곳조차 없는 법이니까요."  


아사카와의 인생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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