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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와 글 Mar 15. 2016

음악이 할 수 있는 일 (3)

[글] 요시나가 미치코 吉永みち子 [번역] 소리와 글

일본을 대표하는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를 인터뷰한 글로 세 부분으로 나눠 담아 보았다. 부연 설명과 사진은 번역자가 덧붙였다. 또한 사카모토의 말은 사각형으로 구분하였다




"이것도 밑밥일까요?"라고 사카모토는 웃었지만 어린 시절과 같은, 선택지가 없는 밑밥은 아니다

먹을지 말지는 스스로의 몫

배우라는 제의를 받아들인 사카모토는

오오시마 감독에게 음악을 맡겨 달라고 했다.


뿌려진 밑밥을 먹고 새로운 밑밥을 뿌린 셈이다

그것을 이번엔 오오시마 감독이 먹었다.


https://youtu.be/w3FpOcjrUcM

그리고 지금도

영화 장면과 함께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명곡이 탄생했다.

동시에 그것은 사카모토의

영화 음악 작가로서의 탄생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가 칸느 국제영화제에 출품된 덕분에

베르나르도 베루 톨로 치 감독과 만났고


 그 인연이 영화 『마지막 황제』의 아마카스 대위 역할로 이어졌다


"아무리 저라도 음악까지 맡겨 달라고는 할 수 없어서 음악 이야기는 못한 채 촬영이 끝났죠. 그런데 수개월 후 갑자기 2주 만에 음악을 완성하라는 것이었어요. 41곡이었죠 아마. 그렇게 힘들었던 건 난생처음이었어요"

https://youtu.be/IbyHSmIR9fA

입원할 정도로 힘들었던 그 작업은 멋지게도 아카데미상 작곡상 수상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YMO시절에는

추구하는 소리의 방향은 달랐어도 토양은 같은 음악이었지만


영화에서는 영상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과 사카모토가 내고 싶은 소리와의 알력 다툼이 굉장했을 것이다


"힘들었지요.
이종격투기 같은 거라서 엄청난 스트레스.

끝났을 땐 이제 두 번 다시 안 할 거라고 했는데 또 하고 있고...

감독의 머릿속에 막연하게 이러이러한 음악을 넣고 싶다는 게 있는데 그걸 표현할 수단도 없고 말로 전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요.

전 그 막연한 것이 무엇인지 끌어내서 그것을 해독하고 소리로 만들어 내밀죠. 내민 게 정말 다를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아무리 이쪽이 정답이라고 생각되어도 다시 만들었어요. 어디까지나 고용된 입장이니까.
작은 거 하나도 스스로 정할 수 없는 건 분명 스트레스였지만
혼자서는 얻을 수 없는 흥분도 스릴도 기쁨도 있었습니다.

혼자였다면 절대로 만들지 않았을 음악을 억지로 만들었죠. 내 속에 이런 요소도 있었구나 하는 발견이었습니다. 그것도 일종의 쾌감이죠."


영화와의 만남은 사카모토에게 있어

소리의 세계를 확장시킨 동시에

일하는 공간 또한 세계로 확장시켰다


뉴욕에 이주한 것은 1990년.

그리고 이것이 생각지도 못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환경이 변하고 나니 완전히 생활이 달라졌어요.
그때까지는 다들 말 같은 체력이라고 할 정도로 일주일에 6일은 아침까지 마시고, 잠깐 자고 바로 일을 했죠.
그런데 그 후론 외출도 안 하고 집에서만 조용히 지냈어요
그랬더니 갑자기 늙어버렸는지 노안도 왔지요

그 전엔 정말 나 자신밖에 몰라서 일하거나 놀거나. 나말고는 관심도 없었죠. 그런데 처음으로 하나님께서 왜 날 살려두고 계실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즈음, 막내가 태어난 것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50년 후, 백 년 후에 지구는 어떻게 될까.


게다가 그라운드 제로*근처에서 경험한 9.11의 공포.

Ground Zero:2001년 9.11 테러로 무너진 월드트레이드센터

테러나 전쟁의 공포는 소리를 빼앗는다.

환경이 파괴되거나 평화가 파괴되면 음악 또한  즐길 수 없는 것이다.


그러한- 한 인간으로서의 고민이

숲을 재생시키는 모어 트리즈(more trees) 운동에 관여하게 했다


이 일을 두고 좋은 사람인척 한다고 야유하거나 자기 이름을 파는(売名) 행위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음악가 사카모토로서가 아닌 그저 한 아저씨로서 안 할 수가 없는 일이었단다


사회활동이라기보다 어디까지나 개인행동


메세지성을 가진 강한 주장으로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사카모토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며 또한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다.


앨범 [우라 BTTB(ウラ BTTB)]에 수록된 피아노 솔로곡 [에너지 플로 energy flow]가 치유계 음악이라고 불리는 것에 "싫네요 정말"이라고 반발하는 사카모토.


"치유 음악계 교주라니
농담이 아니에요
음악으로 누군가를 치유하려는 그런 불손한 생각을 한 적조차 없어요

어떤 사람은 정말 어딘가가 치유될지도 모르죠
또 누군가를 고무시킬지도 몰라요
듣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

전 영향을 주는 게 사실 두렵습니다"


"지금"을 살고 있는 사카모토가 만들어 내는 소리를

아무쪼록 자유로이 즐길 수 있기를


그것이야말로 사카모토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체력이 떨어졌다며 이제 늙었다고 하지만

오히려 더욱 과격해져가고 있는 그의 영혼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https://youtu.be/btyhpyJTyXg

(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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