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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와 글 Mar 23. 2016

만담(落語)과의 진검 승부(2)

[글] 요시나가 미치코 吉永みち子 [번역] 소리와 글

이 글은 일본 NHK 의 생활 정보 프로그램 '타메시테 갓텐(호기심 해결사)'의 MC로 유명한 만담가(落語家) 타테카와 시노스케(立川志の輔)를 인터뷰한 글로, 네 부분으로 나눠 번역하였다. 사진, 부연설명(*)은 번역자가 덧붙였으며 타테카와 시노스케의 말은 사각형으로 구분했다



시노스케의 2년 선배 미야케 유지. 지금도 코미디언,배우,탤런트,사회자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교실에 3백 명 정도 있었는데 모두 일제히 웃는 겁니다. 단 혼자서,이렇게 많은 사람을 웃길 수 있다니 놀랐어요. 한 사람씩 나와서는 15분 동안, 그냥 이야기만 하는 거예요. 이건 정말 굉장하구나 생각했죠."


이제부터  많은 경험을 쌓을 거라고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그만-그것도 제일 처음 만난-만담이라는 세계에 빠지고 말았다.


만담이 재미있어서라기보다 같은 또래의 사람이 혼자서, 그것도 3백 명이나 웃길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당했다고 한다. 웃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웃길 수 있다는 것.


"초등학교 때부터 칠판 앞에서 다른 사람을 흉내 내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서 다른 친구들을 웃기는 걸 좋아했죠."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방과 후에는 근처의 가게를 돌아다니며 잔심부름을 했다. 심부름이 목적이 아니었다.손님들에게 뭔가 우스운 이야기를 하는 것. 사람들을 웃기려고 구석구석을 돌아다녔고 근방에서는 재미있는 아이로 유명했다.


고향인 토야마현의 변론 대회-모두 진지한 이야기만 하는-에서도 심사위원과 그곳에 모인 사람들을 한바탕 웃긴 덕분에 우승! 신문에 실린 것보다 누군가를 웃겼다는 사실에 쾌감을 느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내마음대로 우스갯소리를 하고 있었는데 막상 만담 동아리에 들어가니 별세계였어요. 선배한테 받은 녹음테이프를 자취방에서 틀어놓고 똑같이 말하는 연습을 했죠. 30분 정도의 분량도 3일 정도면 완전히 외웠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만담 공연장인 요세(寄席)에 가서 밤까지 계속 눌러앉아있었죠. 동경 신주쿠에 있는 스에히로테이(末廣亭)*는 낮 11시 반부터 밤 9시 반까지 교체 없이 계속하고 있었으니까요. 그게 너무 재미있으니까 수업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어요. 그때 외웠던 건 지금도 안 잊어버렸어요. 몸이 기억하고 있죠."

온몸이 만담의 포로였기 때문에

그대로 만담가가 되려나 했더니

대학을 졸업한 시노스케는 뜬금없이 극단[스바루]에 입단했다


"바로 그거예요.
집에서는 졸업만 하면 바로 돌아와서 동사무소나, 잘 되면 시청 같은 곳에 다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고향에 돌아갈 것인지 그대로 동경에 있을 건지.

고향에서 취직할 것인지 동경에서 만담가가 될 것인지.

고향으로 돌아가서 직장 생활하는 건 못하겠다고 결심하고 나니 이번엔 정말 만담으로 괜찮을까 걱정이 되었죠."


대학에서의 4년.

여러 경험을 쌓을 예정이었던 게

만담으로만 그 시절을 보냈다.


다른 것은 보지도 못했다.


어쩌면 더 재미있는 게 있을 지도 모른다.


고향엔 안 돌아가겠다고 결심하고 나니 참 우습게도 고향 토야마 사람의 본성이 나왔다며 그는 웃었다.


"연극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극단에 들어갔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연극 학원을 다니고 몸도 만들었어요. 2년 정도 다녔을 때였는데 어느 날 연출가가, 넌 만담가가 되는 편이 좋겠다는 거예요"


혼모쿠테이(本牧亭)*에서 미야케 선배와 와타나베*랑 셋이서 만담을 했는데 우연히 그것을 본 모양이었다.


*혼모쿠테이(本牧亭):동경 우에노에 있었던 역사 깊은 연회장으로 2011년에 문을 닫았다

*와타나베:와타나베 마사유키. 시노스케의 2년 후배로 같은 만담 동아리에서 활약. 지금은 일본의 대표적인 코미디언으로서 사회, 배우 등으로 각종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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