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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와 글 Mar 28. 2016

만담(落語)과의 진검 승부(4)

[글] 요시나가 미치코 吉永みち子 [번역] 소리와 글


이 글은 일본 NHK 의 생활 정보 프로그램 '타메시테 갓텐(호기심 해결사)'의 MC로 유명한 만담가(落語家) 타테카와 시노스케(立川志の輔)를 인터뷰한 글로, 네 부분으로 나눠 번역하였다. 사진, 부연설명(*)은 번역자가 덧붙였으며 타테카와 시노스케의 말은 사각형으로 구분했다



고전 속에 발을 디딘 깊은 맛에, 샐러리맨의 새콤달콤한 맛이 더해져 그의 창작 만담이 탄생했다. 또한 극단에서의 2년간은, 마치 국립극장에서 가부키를 보는 것 같다는 독특한 신체표현의 초석이 되었다.


돌아온 10년이라는 세월은,-

어쩌면 "시노스케 만담"이라는 독자적인 세계를 위한 필수 불가결한 수행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뒤늦게 걷기 시작한 만담가의 길이었지만, 다른 길과는 달리 마치 물이 흘러가듯 순조로웠다는 그.


 타테카와 단시의 제자로 입문하게 된 것은 운명적인 타이밍이었다.


회사를 그만둔 직후, 우연히 보러 간 것이 타테카와 단시의 30주년 기념 만담이었던 것이다.


유명한  [시마하마(芝浜)]*라는 고전작품이었는데


무대가 끝나고나서도

한참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고 한다



*시마하마(芝浜):만담의 명작 중 하나로 술로만 세월을 보내고 있던 남편이 해변가에서 돈지갑을 줍는데 그것으로 실컷 놀려는 남편에게 아내가 꿈이라고 속인다. 술 때문에 헛 것을 봤다고 생각한 남편은 이후에 열심히 일하게 되고 3년 후 아내가 사실은 그때 속였다고 고백하는데 오히려 남편이 기뻐했다는 이야기.

https://youtu.be/MNMruVUwlM8

타테카와 단시의 [시바하마]의 일부.기존과는 다른 작풍으로 극적으로 변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타테카와 단시가 지금의 나를 봐라,라고 하는 듯했어요. 자기 자신이 만담이라고, 내 인생이 만담이니 자 들어 보라고- 당시 서른이었던 제겐 그렇게 들렸어요.
그 사람 그 자체를 느끼게 해 준 라이브였죠.

만담가는 그저 한 작품을 재미있게만 얘기하면 된다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어요. 제 안에 곪아가고 있던 것들이 단번에 터져 버렸습니다."

물 흐르듯 했다는 그다음 여정도, 사실 만만치 않아 보였다.


견습생으로서 겨우 첫 출연을 앞두고 있었던 그때

스승이었던 단시는 만담 협회를 탈퇴했다.


결국 단시의 제자로서 단 한 번도 무대에 올라가지 못했던 것이다.


"주변에서는 안됐다고 그랬나 봐요. 제 자신은 그런 마음보다 이런 경우도 있구나 싶어 웃음이 나왔죠."


그때는 웃고 말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소바 가게의 2층, 목욕탕 한 구석, 연극이 끝난 작은 극장...... 그게 어디든 장소를 제공해 준 곳이 시노스케의 무대가 되었다. 그리고 그곳은, -만담을 들으려고 하는 명확한 의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요세(寄席)와는 확연히 달랐다.


"제일 앞 줄에 3명만 앉아있는 날도 아무도 없는 날도 있었죠.

한 기업의 스튜디오에서  
점심시간에 만담을 했는데 아무도 안 보는거예요. 신문을 읽고 있는 사람들 중 한 사람만 고개를 들어줄 때까지 한 번 해 보자 싶었어요.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 하면 듣게 만들까... 괴로움을 유머로 바꾸지 않으면 해나갈 수 없었죠."

사람은 언제 시선을 돌리고 귀를 기울이는 가


요세였으면 생각도 안 했을 일들을 열심히 생각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한 결과, 오늘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오늘 하루, 나의 인생 그 자체가 만담이어야 하니까.



아무것도 가공하지 않은 한 사람 한 사람과

아무것도 가공하지 않은 시노스케가 마주 보고 섰다.


서로 민낯인 채로 어떤 트릭도 없이 대치하는 시선들.


그 시선들은

시시각각 변했고


같은 상태로 멈추는 법이 없었다.


"오늘의 시노스케는 재미있었다"라는 말을 들으면 되는 겁니다."


오늘의 시노스케보다 내일의 시노스케가 더 재미있을지 모른다.

다른 재미를 발견할 지도 모른다.


손님에 따라서 시노스케는 변했고,

시노스케에 의해 손님이 변했다.


그리고

이제


시노스케가 하면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혼자 하는 만담도 계속 이어져 금방 끝나는 법이 없다. 계속되는 일과 연거푸 새로 만들어 가는 일 덕분에 시노스케는 쉴 틈이 없게 되었다.



그런 시노스케를 두고 동료인 슌푸테이 쇼타(春風亭昇太)는 "항상 뭔가를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시노스케에게 있어서 유일한 "쉼"은 고향인 토야마에서 보내는 시간


"토야마 사투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토야마현 신미나토시.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버지와 헤어지고 세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이 마을에서 골동품점을 하고 있었던 외삼촌 부부가 그런 시노스케를 데려와 키웠다.

본명은 타케우치 테루오(竹内 照雄).


그 지역에 살고 있던 많은 타케우치 중에서도 수다쟁이 타케우치라 불린 해맑은 소년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마을에서도 사람들을 웃게 해 주고 있었다.


시노스케를 밀착 취재했던 한 프로그램이 떠오른다.


화면에는 시노스케가 고향 친구와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꾸밈없는 함박웃음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웃게 하는 시노스케"가 웃고 있었다.


일본 전역에 웃음을 퍼트리고 있는 시노스케가

그곳에서만은 웃고 있었던 것이다.


웃음을 키워나간 어머니 뱃속 같은 그곳에서......



무방비한 그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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