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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와 글 Apr 06. 2016

쓴 맛(bitter)이 나는 두 사람

『우는 어른(泣く大人)』  2001년 7월, 카도카와 문고


#읽기 전 유의사항

하나. 어디까지나 이 번역은 번역자의 취미생활의 일부로 스크랩은 허용하지 않아요.

둘. 괄호, 사진+α은 이해를 위해 번역자가 넣은 것으로 본문에는 없어요.

셋. "의역"한 부분이 많으므로 연구대상으로 할 경우 직접 본문을 참조해 주세요.




쓴 맛(bitter)이 나는 두 사람 ビターな二人




좋은 약이 입에 쓰다는 말이 딱 맞는 남자 사람 친구가 둘 있다.


한 명은 16년 지기,

또 한 명은 13년 지기이다.


둘 다 나랑 비슷한 또래.


그 둘은 아직 서로를 모르는데, 

둘을 같이 붙여 놓으면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의외로 잘 맞을 것도 같지만 


그 티격태격의 강도가 무서워서 아직 소개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한 명은

언뜻 보기에 대인관계가 좋고


또 한 명은 말을 붙일 수도 없을 만큼 대인관계가 나쁘다.



둘 다 박학다식하고 위트가 넘치는 말들을 곧잘 하며
보통 사람의 배는 커녕 열 배정도는 잘 빈정댄다.



둘 다 자기 자신에게는 성실해서

-자신에게 성실하다는 것은 내게 있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인간의 첫 번째 조건이다-
극단적일 정도로 명석하다.


극단적으로 두뇌가 명석한 사람은
그것 만으로도 상당히 고독하다는 단순한 사실을, 아마 난 그 둘에게서 배운 듯하다.


본인들은 부정할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최대 공통점은, 본질적인 야성이다.


길들여지지 않은 부분, 잔혹하고 공격적인 부분.


둘이 가진 감정의 중심에 그런 요소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즉, 위험한 남자들이다.

내게 있어 그들이 왜

좋은 약이 입에 쓰다는 말이 딱 맞느냐 하면,
둘 다 입바른 소리만 하니까.


그리고 내가 상상조차 못할 시점에서 말하니까.



처음 만났을 때가 학생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렸기 때문에 모두가 잔혹했다.


어른이 된 지금과는 달리
시간과 체력만은 넘쳐흘렀다.



둘 중 한 사람과는,
다른 친구들이랑 같이 거의 매일 마시러 가서 

별의별 얘기를 다 나눴다.


그럴 땐 누구라도 그렇듯이 [이야기]는 종종 [토론]이 되고
[토론]은 종종 [논쟁]이 되었다.


어쩌다가 둘이서 그런 상황에 놓이면


둘 다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말이 점점 막 나가기 시작하고


주저함이나 후회에 따라갈 수 없는 상황까지 가 버려  

결국은 둘 다 우울해져서 결국 뚱하게 침묵을 지키곤 했다.


그 친구의 얘기를 듣자면 나는 [비상식]적으로 [사회에 적응] 하지 못하고 있으며
[무자각]하며 [남에게 폐만 끼치는] 사람이다.


내 얘기를 하자면, 그는
[사회라는 정체도 알 수 없는 대상을 믿는 척]하고 있고 [밸런스가 엉망(하나에만 집착)]이며
[너무 조심만 하는] 데다가 [성미가 나쁘다]는 것이었다.



이 친구에게 들었던 말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런 절대적인 것을 바라다니 그건 어리광 피우고 있는 거야.
진지하게 말하는데, 카오리는 얼마 가지 않아 종교에 의지하게 될 거야"
 

라는 말이다.


그땐 왜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짐작도 안 갔다.


세상에 절대적인 것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고 그가 말했다.


주관적인 [절대]라도 좋다, 고 나는 설명했다.




제삼자의 입장에서라면
[절대]적이 아니라도 전혀 문제가 안 되잖아?


나중에 [내 생각이 틀렸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잖아? 

그 순간에 [절대적으로 이게 맞다]고 생각되면 그걸로 충분해, 나는


설명을 하면서 난 슬퍼져 버렸다.



남자라는 동물은,
다른 사람에게 의견을 말할 때 정말 불쾌한 얼굴과 말투를 한다.

이전에 난 그게 무서웠다.





또 다른 친구와는 술을 마시며 이야기한 적이 거의 없다.
그는 말짱한 정신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무지한 건 죄악이야]
그렇게 그는 내 무지를 지적 규탄한 다음에


[나 같으면 부끄러워서 살아있을 수도 없을 것 같다]
라고까지 말했다.


[그래도 누구든 모든 걸 다 알 수 없는 거 아니겠어?]
내가 생각해도 허접한 반론을 한 셈이다.


[모든 것을 모른다고 해서, 알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건 태만이라고 하는 게 아닐까]


그 말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둘 다 잠언의 보고(宝庫) 같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때 난, 남자와 여자의 차이-다양한 의미로-를 통감하며
[남자 사람 친구의 눈]의 엄격함에 새삼스레 놀라버린다.


학생-아직 직업을 가지지 않은, 시간이 흘러넘치고 잔혹하며 실랄한-시절을 공유했다, 고 하는 점이 결정적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이후에 만난 사람들한테는 끝까지 안 보여줬던 것을 보이고 말았다 [또한 보고 말았던 것이다].


중학교부터 전문대까지 줄곧 여자 학교를 다녔던 내게 있어서
그런 남자친구는 정말 얼마 없다.



그 말짱한 정신으로 이야기한다는 친구와는
한 때 편지 교환을 하고 있었다.


그가 쓰는 편지는 상식을 벗어나 아주 길고 

난해한 말이 이렇게 많이 나와도 되는가 싶을 정도로 나열되어 있었다.


큰 편지지에 그것도 작은 글자로 빽빽이 몇 장씩이나


분쟁 중인 작은 나라의 상황이라든가
당시 그가 유학하고 있었던 영국이라는 나라의 풍토나 사람들의 성격,
인간이 저지르는 죄나 수치,
언어에 대해서,
이전에 내가 유학했던 미국에 대한 그의 고찰,
내가 읽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하지만 결코 나라면 집어 들지도 않을만한 이런저런 책,
그런 것들이 다양한 문헌의 인용과 함께 적혀 있었다.


난 그런 그의 편지가 좋았다.


몇 개인가 흥미로운 사실이나
몇 개인가 재미있는 책,


게다가 [살아가는 것]에 대한 극히 심플한 하나의 태도를 나는 그에게서 배웠다.


길고 어려운 문장 문장의 틈 사이에
불쑥 머리를 내미는 나날의 발견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견한 민들레에 대해서, 재미있는 친구나, 맛있었던 차에 대해서-
그가 적는 천진난만하고 개인적인 문장의, 

경탄에 가득 찬 즐거움이 좋았다.

나와 그의 공통점은,
겨우 세 개 밖에 없다.


맛있는 걸 좋아하고,
아동 도서를 좋아하고,
게다가 [그는 엄청 화낼 테지만] 단순한 것.


어느 쪽 친구하고도 최근에는 거의 만나는 일이 없다.


안 만나도 상관없다고 생각되는 종류의 친구로,
그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제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으로
아마  내 지금의 삶이 유지되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한 사람-16년 지기, 언뜻 대인관계가 좋아 보인다는 그 친구-은
가끔 전화를 해 준다. 


그럴 때면 2시간쯤은 수다를 떨게 된다.


양쪽 다 수다를 떠는 것이다.


가장 최근의 통화에서 그는, 

내가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아마 내 남편의 인내력에 대한] 경탄과
내가 그럭저럭 일을 해서 수입을 얻고 있다는 것에 대한 경탄을 끊임없이 늘어놓았다.


또 하나의 친구-13년 지기. 엄청 대인관계가 나쁜, 그래도 아름다운 편지를 보내주는 쪽-와는
벌써 2년 정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그는,
머리를 길게 길러 뒤로 묶고는, 익숙한 모습으로 요리를 만들고 있었다.
엄청 농후한 비프 스트로가노프*(쇠고기 요리의 하나로 얇게 저민 쇠고기를 양파·버섯과 함께 산패유(酸敗乳) 소스로 조린 요리)스페인풍의 카스타드 푸린이었다.


(그가 사는)
맨션은 청소도 깨끗이 잘되어 있었고 

복도 벽 한쪽이 문고판 용의 얇은 책장으로 되어 있었다.


내가 그 책장을 부러워하자, 그는
[죽이지?]
라고 했다. 


아주 어린애 같은 목소리였다.
나는 그의, 그 어린애 같은 [죽이지?]하는 게 참 좋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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