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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와 글 Apr 15. 2016

도스토예프스키의 진실에 도전하다(3)

[글] 요시나가 미치코 吉永みち子 [번역] 소리와 글

이 글은 러시아 문학자이자  2007년에 동경 외국어대학 학장으로 취임한 카메야마 이쿠오 (亀山郁夫)를 인터뷰한 글로, 세 부분으로 나눠 번역하였다. 사진, 부연설명(*)은 번역자가 덧붙였으며 카메야마 이쿠오의 말은 사각형으로 구분했다




모든 것을 수용해서 동화되어 버린다는 카메야마는 여기서도

스파이에 자신을 동화시켜버렸고


잡히고 만 스파이와 같은 공포를 맛보고 말았다.


이것은 깊은 트라우마가 되었지만,

두 가지의 큰 전환기를 초래했다.


하나는 그토록 고통스러웠던 암 노이로제가 사라져 버렸다.


병에 들어 죽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지만

엉뚱한 상황에서 돌연 죽음이 눈앞에 닥쳤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며 카메야마는 웃었다.


보다 거대한 공포 앞에서

평소의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병에 대한 공포가 수그러 들었고

덕분에 그 공포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신경질적이기까지 한 공포

삶에 대한 집착에서 오는불안이라고 한다면



눈앞에 닥친 가혹한 죽음의 예감 앞에 반쯤 정신이 나가 있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다는 것은

결국 삶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준 것은 아닐까.



또 하나는, 학자로서의 테마 획득이다.


"도스토예프스키도 제정 러시아 시대, 반역죄로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았는데도 사형 집행 직전에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그 후에도 쭉 의심과 감시를 받았는데 그 속에서 작품을 계속 발표해 온 셈입니다. 혁명가는 주검을 통해 동지의 투지가 진전한다고 하지만 예술가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작품을 계속 생산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겉으로는 충성을 맹세하면서 몰래 비판의 장치를 집어넣는 것, 율리아노프스크에서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권력에 대한 예술가의 이중구조라는 연구테마를 발견했던 것입니다."

고비가 있을 때마다 카메야마 안에서는 도스토예프스키가 등장한다.


중2 때의 충격도

대학교 3학년 때의 "열심"도

율라노프스크에서의 공포도


모두 도스토예프스키의 진실을 추궁하는

"지금"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과정이었던 것 같다고 한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죄와 벌』을 번역한 카메야마는

작가 도스토예프스키에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작가의 깊은 내면까지 파고 들어갈 수 있었고

겉과 속이 다른 이중구조 속에 감추어진 진실을 추궁할 수 있었다.


중2 때 작중 인물이었던 라스콜리니코프에 동화되었던 것과는 그 질이 다르다.


카메야마는 이제『죄와 벌』그리고 『악령』의 번역을 마치고 『백치』를 번역 중이다.



연구자와 학장이라는 두 간판을 내걸게 된 카메야마에게는

겉과 속이 다른 임기응변으로 살아남았던 예술가와 같은 강인함이 요구된다.


현재 상태를 제트 코스트에 타고 있는 것 같다고 하지만

그것은 근원적인 두려움이라기보다

57년 만에 처음으로 경험하는 격심한 변동과 그 속도에 방황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그것이 점차 쾌감으로 변해갈 때 본인이 아직 깨닫지 못한 새로운 전개나 숨겨진 장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대학에서 취재 장소까지 달려와

취재 후 밤에 있을 강연회 장소로 향하는 카메야마의 뒷모습에

그런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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