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어른(泣く大人)』 2001년 7월, 카도카와 문고
#읽기 전 유의사항
하나. 어디까지나 이 번역은 번역자의 취미생활의 일부로 스크랩은 허용하지 않아요.
둘. 괄호, 사진+α은 이해를 위해 번역자가 넣은 것으로 본문에는 없어요.
셋. "의역"한 부분이 많으므로 연구대상으로 할 경우 직접 본문을 참조해 주세요.
예를들면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생각지도 못한 시간에
생각지도 못한 사람과 우연히 만나는 순간.
"눈부시다"라고 해도 좋을 듯한 화사한 환희에 휩싸인다.
시내의 한 서점에서 고등학교 동창생과 우연히 마주쳤다. 20년 만이었다.
그녀와 그렇게 친했던 것도 아닌데
굉장히 기뻤다.
기묘한 말이지만, 두 번 다시 만날 일이 없을 줄 알았다.
아니 이미 죽은 줄 알았다고 하는 편이 더 가까울 것이다.
그녀는 아이를 세 명 데리고 있었다.
"니가 낳은 거야?"
내게 있어 그녀는 아직 고등학생인 채였기 때문에
깜짝 놀라 물어봤더니
그녀는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다 쳐다볼듯한 시끌벅적한 목소리로
"그~래,내가 낳았지."
라고,했다.
2,3분 정도 우리들은
선 채로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는데
헤어지고나서도 한참을 멍했었다.
예전에 오사카의 한 서점에서
미국 대학에서 알게 된 일본인 남자와
우연히 마주친 적도 있다.
13년 만이었는데 너무 똑같아서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바로 알아봤지만-
정말 너무 안 변해서 오히려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는 나보다 몇 살인가 어리지만 그렇다고 해봤자 30대일 것이다.
티셔츠에 청바지,스니커.
거기다가 뒤로 맨 가방.
미국의 장거리 전철 역 대합실에 가면 세 명 쯤은 있을 것 같은 청년같았다.
전철 시각표와 샌드위치만 손에 들고 있으면 완벽히.
"무슨 일이야? 어째서 여기 있어? 오사카에서 살고 있는 거야? 아님 여기는 필라델피아인 건가?"
내가 묻자 그는 가만히 미소지었다. 그리고,
라고 했다.
"그거야 뭐 이젠 스물 셋이 아니니까."
내가 대답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곤
"그래도 난 그대로지?"
라고,했다.
우쭐대는 것이 아니라 뭔가 미안하다는 듯이.
"아직도 어른이 안 됐지."
난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서 입을 다물었다.
물론 나도 아직 어른이 안됐다,고 대답해도 좋았을 터이다.
사실이었고 그렇게 말하며 웃고 싶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입밖에 내뱉으면
거짓말처럼 들릴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잠자코 있었던 것이다.
"차 마실 시간 있어?"
내가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우리는
지하에 있는 커피가게에 들어갔다.
더운 날이었다.
내가 '차가운 단팥죽'을 주문하자 그는 웃으며
"단 거 좋아하는 건 여전하네. '프렌들리즈'의 창가 자리에서 니가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파르페를 먹고 있는 거 자주 봤었지."
라고 했다.
그리고나서 우리들은 거기서
그는 내가 쓴 책을 몇 권인가 읽었다고 했다. 나는 고맙다고 했지만 역시 멋쩍었다.
생각나는 게 있다.
몇 년쯤 전에
고바야시 기세의 [아시안 재패니즈]라는 책을 처음 봤을 때의 일이다.
저자가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 가서 그곳에서 만난 일본의 젊은이들을 촬영하거나 인터뷰한 내용을 쓴 책이었는데, 팔랑팔랑 넘겨 보는 것만으로 내게는 "반가움"그 자체였다.
거기에 찍혀져 있는 남자애들도 여자애들도 "분명히 알고 있는"사람 같았다.모두 낯이 익었으니까...
공통의 친구들에 대해서
우리들은 반갑게 이야기를 했다.
항상 산토리 레드의 큰 병을 방에 두고 게타를 신고 다녔던 앗쨩,
정치가가 된다고 했던-그리고 실제로 되어 버린-마사토 상.
아름답고 화려하며 대범한,애마인 벤츠에는 푸와종 냄새가 배어 있었던 의리있던 지유키.
꽤 오랫동안
코르셋을 입고 다닌다고 오해했었던 근육질의 마코토.
"다같이 미국에 가고 싶다."
그가 말하고
"가자 가자.재밌겠다."
고 나는 대답했다.
하지만 그것은 적어도 당분간-우리들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될 때까지-실현되지 않을 것 같았다.
매년 그들로부터 받는,
사진이 들어간 연하장에는
매년 누군가의 가족이 늘어났고
매년 누군가가 승진했다라는 소식이 있었다.
"앞만보고 살아가야지 뭐."
차가운 단팥죽을 다 먹고선 내가 말했다.
"용감하네"
그가 말했다.
나는 그때 그가 좀 얄밉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대로 말했다.
"너 진짜 얄밉다."
라고.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 앞에 있는
그 때와 변함없이
나약하지만 부드러운
그래도 나보다는 훨씬 어른이 되었음에 분명한 남자 사람 친구를
말그대로 "눈부시게" 쳐다봤다.
물론 친구는 양으로 말할 수 없지만
가령 두 번 다시 만나지 않는다고 해도
역시 하나님은 있다!!!
한여름의 오사카 지하가를
그와 헤어져 혼자 걸으면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