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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와 글 Apr 18. 2016

「넉넉함」을 바르는 미장이, 하사도 슈헤이(2)

[글] 요시나가 미치코 吉永みち子 [번역] 소리와 글

이 글은 미장이 장인 하사도 슈헤이(挟土秀平)를 인터뷰한 글로, 네 부분으로 나눠 번역하였다.

하사도 슈헤이는 1983년 젊은 장인 기능 올림픽 전국대회에서 우승하였으며 벽에 풍경을 담아낸다는 발상으로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미장이이다. 사진, 부연설명(*)은 번역자가 덧붙였으며 하사도 슈헤이의 말은 사각형으로 구분했다




"암행어사의 어패처럼* 툭 툭 튀어나와요. 이건 오히려 방해꾼 같아서 차라리 챔피언 같은 거 안 되었으면 좋았겠다 싶지요."




*본문에는 미토코몬(水戸黄門)의 인롱(印籠)*으로 되어 있다. 미토코몬(水戸黄門)은 도쿠가와 일족의 한 명인 도쿠가와 미쓰쿠니(徳川光圀)의 별칭으로 우리나라의 암행어사나 포청천 같은 인물. 가부키, 만담, 연극, 만화뿐만 아니라 소설, 영화, 드라마화되었다.

*인롱(印籠):오른쪽 사람이 손에 든 것. 원래 허리에 찼던 작은 약상자로 도장·인주 등을 넣기도 했다.



쿠마모토에서 나고야로 옮겨 실력을 쌓았다. 그리고 고향인 히다 타카야마로 돌아와 아버지 회사에 들어갔다. 2대째이니까 언젠가는 그 뒤를 이을 것이다. 생각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길이었다.


그 길을

번쩍번쩍거리는 챔피언 타이틀을 매고 걷기 시작해

회사를 그만둘 때까지 14년이 걸렸다.


그것을 이야기하는 하사도의 목소리는 침울했고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잡혀 있었다.  

'난 무적이다'라는 기세로 고향으로 돌아온 젊은 후계자에게 있어서

회사 안에서 움틀거리는 인간관계의 삐걱거림 상상을 초월했다.


그 당시는 버블기이기도 해서 일은

수없이 들어왔다.


그런데

큰 일을 따 와도

사람을 보내 주지 않았다.


네 마음대로 모아 보라며 외면했다.


처음에는 나를 키워 주려고 일부러 그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도가 지나친 반응에 화가 났다.


사장인 아버지에게 의논을 해도

아버지는 "어쩔 수 없지, 잘해봐라"라고 밖에 해주지 않았다.


그래 한 번 해보자고 덤비면 덤빌수록 더더욱 따돌림을 당했다.


매출만 올리면 불만 없겠지 싶어

시멘트 벽을 칠하고는

귀신처럼 무섭게 대금을 받으러 다니는 나날...


그 시간들은 점차 하사도의 마음을 갉아먹고 있었다.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지고 현기증이 났어요.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거나 구토가 나기도 했죠. 그래도 회사를 그만둔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었어요."


오로지 한밤 중 귀가 아플 정도로 크게

야자와 에이키치(矢沢永吉)의 노래를 듣는 게

유일하게-하사도를 살게 해주었다.

"전자 기타의 강렬한 소리는 급 브레이크를 밟는 것 같았어요. 그 목소리 또한 애절해서 마음에 응어리진 무언가가 깨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죠. 깜깜한 어둠 속에서 야자와의 숨결까지 느껴졌어요."


매달린 건 야자와(矢沢)의 음악뿐!


야자와(矢沢)의 세상으로 도망쳐

회사도 일도 인간관계도 잠시 잊고 겨우

숨을 쉬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미장이 교실』이라는 업계 잡지에

한 남자의 기사가 실린 것을 봤다.


하라다 스스무(原田進).


그 이름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다.


이 순간이

후에 큰 전환기가 될, 톱니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한 때였지만

하사도는 전혀 몰랐다.



쿠마모토에서의 수련 시절.


동기가 다른 회사에서 수련하고 있는 재미있는 사람이 있다고 소개해 줬던, 3살 위였던 사람이 바로 하라다였다.


그때

"하사도는 대단해! 챔피언이 되다니!"라고 하라다는 말했고

"대단하기는 뭐."라고 하사도는 겸손을 떨었었다.


"그 후 하라다 씨는 아와지로 가서 일본 미장이 업계를 바꾼 카리스마라고 불리는 쿠스미 아키라 (久住章)씨의 제자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그 잡지에 흙의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일본의 에이스라고 소개되어 있는 거예요. 그때의 하라다가 엄청나게 바뀐 거죠.

쇠망치로 머리를 두드려 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습니다.

하라다는 세상에서 반짝거리고 있는데
나는 깜깜한 어둠속을 헤매며

단지 칠만하고 돈을 거두러 다니는 매일 매일... 나란 놈 정말 끝이 났구나 생각했어요. 분해서 잡지를 계속 볼 수가 없었어요. 보면 상처받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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