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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와 글 Apr 19. 2016

「넉넉함」을 바르는 미장이, 하사도 슈헤이(3)

[글] 요시나가 미치코 吉永みち子 [번역] 소리와 글

이 글은 미장이 장인 하사도 슈헤이(挟土秀平)를 인터뷰한 글로, 네 부분으로 나눠 번역하였다.

하사도 슈헤이는 1983년 젊은 장인 기능 올림픽 전국대회에서 우승하였으며 벽에 풍경을 담아낸다는 발상으로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미장이이다. 사진, 부연설명(*)은 번역자가 덧붙였으며 하사도 슈헤이의 말은 사각형으로 구분했다





애당초 하사도에게 있어서 미장이 일이란,

시멘트를 바르고 건물을 만드는 일로


미장이에게 토벽을 바르는 세계가 있다는 것 조차 몰랐다.


"그러고 보니 도조*(土蔵, 일본의 전통적인 건축양식 중 하나로, 외벽을 회반죽 등으로 바른 토벽으로 지어진 창고 건물)도 미장이가 하는 일이구나 하고 그제야 깨달았으니 내겐 정말 딴 세상 이야기였어요."


일찍이 자신을 굉장하다고 칭찬해준 하라다(原田)가 하고 있는,

 "흙"의 세계에 마음이 움직였다.


하지만 이제 관심을 가져봤자 10년은 늦어 버렸다.


챔피언이라는 프라이드가

막 움직이기 시작한 마음을 황급히 눌러 버렸다.



애독하고 있었던 『미장이 교실』도 읽지 않게 되었다.


읽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신경이 쓰였다.




일 때문에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잡지가 가득 든 가방을 들고 전철을 탔다.



그리고 전철 안에서


용기를 내어 꺼내봤다.



하라다가 쓴 글이 바로 눈에 띄었다.


"하라다가 쓴 내용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자기는 지금 토사 시꾸이*(土佐漆喰:볏짚발효 석회 미장 도사견의 고향인 일본 토사 지방에서 유래된 석회미장법)를 연마하고 있는데

벽이 점점 빛나가는 그 순간 우주의 흐름을 느낀다고...

그리고 마지막에 분명히 동세대의 사람들도 열심히 하고 있을 거라고, 특히 나고야에 있는 하사도가...라고 적혀 있는 거예요. 찌릿찌릿 온몸에 전율이 왔어요.

너무 한심해서 구토가 났죠."

그때부터 2년 간 고민했다.


그리고 흙에, 한 번 도전해보자고 결심했다.


"흙을 시작한다고 하는 것은
레벨이 낮은 자기 자신을 그대로 내보이는 일이었어요.

바르는 방법도 몰랐고 흙에 볏짚을 섞는 법도 몰랐어요.
아예 기본이 안 되어 있었죠.

일단 히다(飛騨)의 산에서 깨끗한 흙을 모으자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회사 한 구석에 있던 너덜너덜한 조립식 창고를 비밀 기지로 만들어 혼자서 수련을 시작했죠.

낮에는 건물들을 칠하고 한 밤중에 연습을 했어요."

하지만 의 매력에 빠져 갈수록 낮에 하는 일들이 괴로워졌다.

그래도 2대 째라는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한번 새겨진 계승자라는 사명은

눈에 안 보이는 쇠사슬처럼

하사도를 꽁꽁 묶어 꼼짝달싹 못하게 하고 있었다.


괴로운 나날들이 흘러갔다.



어느 날

하라다의 존재로 인해 겨우 열린 의 공기구멍으로

가까스로 숨을 쉬고 있었던 하사도를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던 하사도를 쇠망치로 두드려 전류를 통하게 했던 『미장이 교실』의

편집장이었던 코바야시 스미오(小林澄夫)였다.


하사도는 흙으로 바른 견본을 보여 주었다. 그러자 코바야시는 그 색감을 칭찬했다.


"흙 색감이 좋죠,라고 보인 정도예요.

그런데 정말 좋은 색이네요, 좋은 색을 찾았군요, 히다(飛騨)의 흙에는 힘이 있네요 라고 하는 거예요. 그런 걸 칭찬해 주는 사람이었죠.

삭막해진 인간관계 가운데에서 처음으로 칭찬을 받았으니
정말 너무 기뻐서 울 지경이었어요.
그리고 그 후 코바야시 씨에게 다시 칭찬받고 싶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할 수 있었죠.
더 좋은 색을 찾게 되면 다시 와서 칭찬해 줄거라 생각했어요.

잡지에 이번 달의 명언이라는 게 연재되어 있었는 데 그게 참 멋졌어요.
아직도 외우고 있죠.

그 말들이 풍성하고 또 따뜻해서,
어떻게 이렇게 다정할까 싶어 눈물이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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